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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회마다 '관피아' 우글우글

[제주 관피아 적폐] (2) 공직자 출신 전관예우, 민·관 유착 진원지

“정말 제주도 공무원은 갑(甲) 중에서도 슈퍼 갑이다. 뭐 하나 하려고 해도 이들이 ‘No’하면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절벽 앞에 선 느낌이다”.

제주에서 리조트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A씨(44)의 하소연이다. 건축허가를 받고, 도면대로 공사를 했는데도, 준공을 앞둬 트집을 잡는 게 한두 개가 아니다. 소송을 붙을까도 생각했지만, 그래도 사업하려면 밉보여서 좋을 게 없다는 생각에 꾹 참았다.

제주도민 63%-전문가 71% “제주지역 ‘관피아’ 상황 심각”

제주가 ‘관피아’(관료+마피아) 세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주도민들의 생각도 별반 다르지 않다. 제주도의회가 7월6일부터 15일까지 제주도민과 전문가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일반 도민의 63%, 전문가의 71%가 제주에서 ‘관피아’ 상황이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제주도정의 최고 책임자인 원희룡 지사도 이 같은 상황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는 6.4지방선거 기간에 선관위가 주최·주관한 토론회에서 공직사회 개혁 및 관피아 척결 의지를 묻는 질문에 “제주사회의 힘을 갉아 먹는 것, 과거에 얽힌 문제는 백지 상태로 돌리고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지역에서 ‘관피아’ 문제가 심각성을 갖는 데는 특이한 구조 탓도 있다. 지역경제 환경이 워낙 행정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보니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관료들에 의해 좌지우지 된다는 말이 돌 정도다.

이렇듯 제주가 좁은 사회이다 보니 고위공직자 출신들은 민간기업의 스카우트 표적이 되곤 한다. 스카우트 된 공직자 출신들은 거액의 연봉을 보장받는 대신 민간과 후배 공직자들을 잇는 ‘해결사’ 역할로서 보답(?)을 한다.

민간기업에서는 손쉽게 민원을 해결할 수 있어 좋고, 공직자 출신들은 퇴직 후에도 고액 연봉을 받으며 호사를 누릴 수 있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관계가 유지된다.

게다다 이들 공직자 출신들은 도 산하 각종 위원회에 참여하며 퇴직 후에도 여전히 ‘끗발’을 부린다. 일종의 전관예우를 받는 셈이다.

제주참여환경연대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도 산하 위원회 현황과 실태를 파악한 결과, 각종 위원회마다 공무원 출신들이 상당수를 차지했다.

특히 인·허가와 관련된 위원회일수록 상황은 더 심각해 ‘관피아’ 논란도 일고 있다. 도시계획위원회와 인사위원회 등 16개 핵심 위원회에 위촉된 전직 공무원만 확인된 게 45명이나 된다.

이들 위원회의 위촉 비율을 보면 전·현직 공무원이 124명으로 가장 많고, 교수 111명, 민간 전문가 109명, 도의원 12명 순이다. 민간 전문가라고 해도 제주의 경우 ‘인력 풀’이 적다보니 관련 업계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고위 공직자 출신들의 위원회 참여를 전부 색안경 끼고 볼 일은 아니지만, ‘요주의’ 인물들임에는 틀림없다.

각종 위원회에 참여하는 공직자 출신 중에서는 민간기업체 명함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국내외 자본을 앞세운 대규모 개발사업과 관련한 민원을 ‘위원’자격으로 후배 공직자들에게 유·무형의 압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대표적인 예가 제주신화역사공원 ‘제주월드리조트’ 사업을 꼽을 수 있다. 용적률을 높여주고, 고도제한을 완화해 준 배경에는 공직자 출신들의 인생 2막을 보장해준다는 민간기업 J사가 자리 잡고 있다는 말은 공직 안팎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 된 지 오래다.

고위공직자 출신들 중 J·H·K씨, 또 다른 K씨 등이 이 회사 회장에서부터 자회사 사장 등 요직을 맡아왔다. J씨는 문제가 된 계획을 심의한 도시계획위원회의 위원장이기도 했다.

‘관피아’ 문제는 복지부동·철밥통으로 표현되는 공무원 조직의 적폐와도 맞닿아 있다. 서로 봐주고 눈감아 주는 민·관 유착의 고리가 여기에서부터 움트기 때문이다.

문제는 민·관 유착…“전관예우 끊으려는 현직 공직자 태도·마음가짐 중요”

물론 ‘관피아’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행정과 민간의 유착에 있다.

관피아를 척결한다고 해서 유착 고리가 완전히 끊기는 것은 아니다. 그 자리를 선거공신들이 치고 들어올 수도 있다. 이른바 ‘선피아’(선거공신+마피아)의 출현이다.

따라서 관피아 척결, 행정과 민간의 유착 고리를 끊기 위한 해법도 명확하다. 유착 고리를 없애면 된다.

행정과 정책 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하고, 주민들이 요구하면 언제든 행정·정책결정 과정을 볼 수 있도록 하면 민·관 유착은 없어진다.

따라서 관피아 대책도 조금은 선진적이어야 한다. 퇴직 공무원들이 자유롭게 취업을 하되, 재직 당시 일을 나와서 관여할 수 없도록 하면 된다. 이를 어길 경우 처벌을 더 무섭게 하면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무원들의 뼈저린 자기반성이다. 관피아의 악습을 타파하기 위해선 현직에서 일하는 공직자의 태도와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앞으로도 퇴직한 상관이나 동료가 여러 가지를 부탁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 땐 부디 세월호 참사 이후 쏟아졌던 매서운 비판과 이웃들의 싸늘한 시선을 잊지 말아야 한다.

민선 6기 원희룡 도정 역시 인·허가 규제, 조달 업무 등과 직결되는 유관단체 기관장과 관련 위원회에는 퇴직 공직자들의 취업 또는 위촉을 제한하는 방안을 적극 강구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들의 이권 개입 및 로비에는 오히려 불이익을 줌으로써 민·관유착의 고리를 끊어내는 한 템포 빠른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

안현준 제주참여환경연대 사무처장은 “위원회 위원장 선출도 호선으로 하거나 또는 공동위원장제도를 도입하고, 위원 참여 방식도 공모제를 확대 시행한다면 훨씬 투명해질 것”이라며 “아울러 특별한 보안이 요구되는 위원회를 제외하고는 위원회 활동 및 회의록 등을 상시적으로 공개하면 민·관 유착 고리는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의 소리=프레시안 교류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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