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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 말기 환자 "한 달 약값 1000만 원, 가족에게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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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 말기 환자 "한 달 약값 1000만 원, 가족에게 미안해" [환자 샤우팅] 환자단체연합회 "약값 사후 정산제 도입해야"
3살 난 아이 엄마인 박소연(30) 씨는 9년째 폐암으로 투병 중이다. 아이 때문에라도 삶을 포기할 수 없지만, 한 달에 1000만 원에 달하는 폐암 치료제 비용을 낼 능력이 없어서 치료가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지난 2005년 박 씨는 '비소세포 폐암' 4기 진단을 받았다. 짧으면 6개월, 길어야 2년밖에 못 산다는 폐암 말기 환자였다. 병원에서는 암세포가 폐는 물론이고 뇌까지 전이됐다고 고개를 저었다.

마지막 치료제 발견했지만, 한 달 약값 1000만 원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은 박 씨는 지난 9년간 온갖 항암 치료를 다 받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항암제에 내성이 생겼고 부작용이 심해졌다. 그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로 한 달에 150만 원을 내고 약을 먹었는데, 그 약마저도 내성이 생겼다"고 말했다.
"집에 가서 죽을 날만 기다려야 했던" 그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마지막으로 유전자 검사를 했다. 다행히도 20% 확률로 박 씨는 초국적 제약회사 화이자가 개발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인 '잴코리'(Xalkori, crizotinib) 처방을 시도해볼 수 있는 대상이라고 했다.

잴코리를 복용한 지 3~4일 만에 박 씨의 몸 상태가 개선됐다. 문제는 돈이었다. 한 알 가격이 16만7500원인데, 하루에 두 알을 먹어야 한다. 한 달 약값이 1000만 원, 1년이면 1억2000만 원에 달한다.

박 씨는 지난 26일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서울 종로에서 주최한 '환자 샤우팅' 행사에서 이같이 증언했다. 그는 "가족들 보기가 미안해서 약을 한동안 안 먹었다가 응급실에 실려 가기도 했다"며 "이 약이 아니면 대체 치료제도 없는데, 돈 때문에 치료 못 받는 게 서글프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환자 생명 단축되면 안 돼…사후 정산제 도입해야"

잴코리는 2012년 1월에 시판 허가가 난 신약이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지난달 7월 '비용 효과성 불분명'으로 건강보험 적용 대상에서 탈락했다. 약을 먹는 사람이 너무 적은데, 효과에 견줘서 가격이 비싸다는 이유다.

환자단체연합회에 따르면, 국내에서 잴코리가 필요한 폐암 환자 200~300명 가운데 현재 비급여로 이 약을 실제로 먹는 환자는 60명에 불과하다. 돈이 없어 복용을 포기한 환자가 많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권용진 서울시립북부병원장은 "4대 중증질환 공약을 발표한 이후 제약회사들이 약값을 높게 부르는 경향이 생겼고 정부는 약값을 깎으려고 한다"면서 "효과는 입증됐는데 약값을 너무 비싸게 부른 제약회사와 정부가 협상하는 과정에서 생긴 피해"라고 설명했다.

화이자가 잴코리 약값을 한 달에 1000만 원으로 부른 이유에 대해 권 원장은 "약을 먹어야 할 대상자가 너무 적으니, 제약회사는 1인당 비용을 높게 책정해서 이윤을 회수하려 한다"며 "반면에 공보험인 건강보험 입장에서는 몇 사람을 위해 수십억 원을 투자하는 게 적절한지 고민"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제약회사가 부른 값대로 다 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권 원장은 "약의 효과가 입증된 이후에 약값을 협상하는 과정에서 일단 환자가 약을 먹게 해주고, 건강보험공단이 제약회사에 사후 정산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도 "가격 때문에 환자 생명이 단축되면 안 된다"며 "협상이 끝날 때까지 화이자가 약을 무상 공급하도록 촉구하거나, 협상 동안 환자가 피해 보지 않도록 사후 정산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활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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