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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말하며 아무 준비하지 않는 이상한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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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말하며 아무 준비하지 않는 이상한 정부 [단비 칼럼] 투자 없는 통일대박론은 '유령'
경제가 어려워지면 여러 대책이 나온다. 그 중 '통일대박론'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시작한 이 표현은 통일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대북 정책을 변화시킬 수 있어, 그 자체로 반가운 이야기다.

북한과 교류·협력하는 것을 '북한 퍼주기'로 공격하던 시절을 생각하면, 바람직한 변화다. 다만, 이정우 경북대 교수(한국미래발전연구원 이사장)의 지적처럼 표현 자체가 너무 천박하고 물신숭배적 느낌이 있다. 이정우 교수의 제안대로 '통일대운'(統一大運)이라고 표현하는 게 나아 보인다. 표현이야 어떻든, 통일은 우리 시대의 사명이고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면서 문제 해결의 종국적인 형태이기도 하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8월 7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통일준비위원회 제1차 회의를 주재하며 모두발언하고 있다. ⓒ청와대

朴 정부, 말로는 '통일대박'해놓고 투자도 교류도 협력도 없어

그런데 이상하다. 대통령이 통일대박론을 주장하는데, 정부와 사회는 이상할 정도로 통일에 대해 둔감하다. 아무런 바람도 불지 않는다. 통일에 대한 어떤 논의나 투자, 교류나 협력이 없다.

성과가 있으려면 투자가 먼저 있어야 한다. 이것은 만고불변의 진리이다. 통일은 당장 이루어지지 않으며, 엄청난 노력과 물자·시간이 투자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누구나 잘 알고 있다.

통일에 관한 투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큰 틀에서 '통일비용 투자'이고 또 하나는 '교류와 협력, 평화에 대한 투자'다. 교류와 협력, 평화에 대한 투자는 사실 통일 비용의 일부로서 통일로 인한 충격을 완화시켜 준다.

먼저 교류와 협력, 평화에 대한 투자를 보자. 인적 교류의 가장 중요한 지표인 남북이산가족 상봉 및 교류는 김대중 정부에서는 2000년 9976명 등 모두 1만 7879명이었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2007년 1만 2734명 등 총 5만 1158명이었다. 이명박 정부는 6349명, 박근혜 정부는 지금까지 3155명에 지나지 않는다.

인도적 대북지원은 2000년 김대중 정부 2422억 원, 2007년 노무현 정부 4397억 원, 2008년 이명박 정부 1163억 원, 그리고 2013년 박근혜 정부 186억 원 진행됐다.

긴장완화의 척도라고 할 수 있는 남북 군사회담은 김대중 정부에서 15회와 노무현 정부에서 29회를 개최했으나, 이명박 정부는 4회에 그쳤다. 박근혜 정부는 아직 성과가 없다.
이 정도면 이명박 정부 이후 지금까지 남북관계는 완전히 얼어붙었다고 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북한과의 교류와 협력, 평화에 대한 투자는 사실상 전혀 없었다. 갑작스런 통일대박론도 놀랍지만 '투자 없는 대박론'은 더욱 놀랍다.

대박 없는 투자는 있지만, 투자 없는 대박은 어디에도 없다. 투자하지 않으면서 통일대박론을 말하는 것은 투자 없이 그냥 일확천금을 얻겠다는 것으로, 자본주의의 기본조차 무시한 발상이다.

국민소득, 南이 北의 20배 … 통일비용, 경제 격차 커져 갈수록 늘어난다

통일비용을 생각하면 교류와 협력, 평화에 대한 선제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아무리 같은 민족이고 언어와 역사, 문화를 같이 했다고 하더라도 많은 차이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통일비용은 보통 남북한이 통일됐을 때 남북한의 1인당 소득을 같은 수준으로 만드는 데 필요한 금액이다. 그렇다면 남북한 경제 격차가 벌어지면 그 비용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3년 남한 국민총소득(GNI)는 807조 원이고, 북한 GNI는 22조 원으로 남한의 2.7퍼센트(%)에 불과했다. 1인당 GNI는 남한은 1687만 원, 북한은 94만 원으로 남한의 5.5%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13년 남한 GNI는 1441조 원이고, 북한 GNI는 33조 원으로 남한의 2.2% 수준이다. 그리고 1인당 GNI는 남한은 2869만 원인데, 북한은 138만 원으로 남한의 4.8%다.

시간이 지나면서 남북한 경제 격차 또한 벌어졌으니, 앞으로도 GNI는 계속 벌어질 것이다. 워낙 차이가 크기 때문에 같은 속도로 경제성장을 해도 격차는 벌어진다. 게다가 북한의 경제성장 속도는 남한보다 느리다.

여기에 통일비용이 미래의 비용이므로, 이자까지 부담해야 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통일비용은 가만히 앉아서 거의 세제곱 수준으로 늘어난다. 당장 10년 동안 1명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1138만 원 늘었다. 매년 113만 원씩 더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1996년과 2003년 동안 1인당 비용부담 증가액은 665만 원, 매년 95만 원 정도다. 이 때 조금이라도 일찍 투자해야 한다. 격차가 더 벌어지기 전에 투자를 해야 비용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 전체 통일비용이 얼마인가 하는 점도 중요하지만, 그 비용이 세제곱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
평화 비용 역시 중요하다. 긴장완화, 평화정책, 군축은 직접 돈을 투자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장 확실한 통일비용 마련 정책이다. 남북한 모두 군사비로 복지나 교육 등 필요한 정책을 제대로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긴장완화·평화정책으로 군축까지 이끌어 낼 수 있다면, 군사예산을 복지나 성장의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군축은 경제규모가 큰 남한보다 군사비 비중이 높은 북한에 더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투자 없는 통일대박론은 '유령', 결국 제자리걸음만 할 것인가

이명박 정부는 다른 것은 몰라도 북한에 대한 투자는 계속했어야 했다. 북한과의 교류·협력·평화사업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계승했어야 했다. 4대강 사업을 할 것이 아니라, 22조 원 중 10분의 1이라도 북한에 투자했어야 했다. 그렇다면 남북한의 격차가 이렇게까지 벌어지지는 않았을 것이고, 통일비용 역시 이렇게까지 증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엄청난 통일비용 앞에 놀라서 '그러면 통일을 하면 되지 않느냐'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다행히 그 수는 많지 않다. 이들은 분단으로 인한 인한 군사비, 젊은이들의 군 복무 문제, 사회의 군대 문화, 군대 내 사고 등의 비용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이 비용은 거의 천문학적 수준이다.
박근혜 정부는 통일대박이라는 말로 통일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표현은 거칠지만 충분히 동의할 수 있다. 그러나 통일의 중요성은 통일비용 투자로 나타나야 한다. 직접적인 투자 이외에 이산가족의 상봉, 정부의 지원, 민간기업의 투자, 공동경제특구의 개발, 평화회담 및 군사회담의 정례화, 남북정상회담 등으로 이뤄져야만 통일의 중요성은 현실화될 수 있다.

투자 없는 통일대박론은 실체 없는 유령일 뿐이다. 옛날이야기에 산속에서 유령을 만나 죽을 정도로 따라다녔으나, 결국은 제 자리였다는 것처럼 투자 없는 통일대박론은 뭔가 한 것 같으나 아무것도 한 것 없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이런 면에서 지금의 통일대박론은 한때 가장 중요한 선거 공약이었으나, 지금은 골목상권 보호 정도로 왜소해진 경제민주화 유령과 유사한 운명을 맞을지도 모른다.

김인회 교수의 <단비칼럼>을 매주 연재합니다. '단비칼럼'은 '단숨에 읽는 비평 칼럼'의 줄임말입니다. 필자인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참여정부 시민사회비서관,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사법위원장을 지냈으며 현재 한국미래발전연구원 부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검찰을 생각한다>(2011) 등의 저서를 낸 김인회 교수는 <단비칼럼>에서 오늘의 한국 사회와 사법제도의 문제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과 올곧은 해법을 전해드립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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