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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자 체류 시간 확대, 관광객은 늘어나지만···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늘어나는 한중 인적교류, 부작용은 없나
한국과 중국 간에 무비자 입국이 가능해질까? 양국 간의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자는 의견은 한국이 먼저 중국에 제안한 것이다. 중국은 이에 대해 줄곧 거부 의사를 밝혀왔다. 그런데 최근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방한 이후 중국 정부의 태도가 적극적으로 전향되었다. 현재 한중 외국인 출입국 정책을 들여다보면 양국 간의 무비자 입국도 먼 훗날의 일은 아닌 듯 싶지만,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한중, 무비자 환승 관광 확대 실시

중국은 2013년 베이징 쇼우두(北京首都) 공항을 시작으로 '72시간 무비자 경유 정책(72小时过境免签政策)'을 전국의 주요 도시로 확대시키고 있다. 10월 1일 자로 적용되는 쿤밍(昆明) 공항을 포함하여 상하이(上海), 광저우(广州), 청두(成都), 총칭(重庆) 등 모두 10개 도시에서 무비자로 72시간 체류가 가능하다. 10개 특정 도시에서 실시하고 있는 이 정책은 무비자 입국 협약이 체결된 45개 국가에만 적용되는데 한국도 이에 포함되어 있다. 무비자 경유의 경우, 무비자 입국이 아니기 때문에 환승지역에서 72시간 이내에 반드시 제3국으로 출국할 스케줄과 좌석이 확정된 환승 항공권을 소지하여야만 가능하다.

▲ 중국 노동절 연휴 때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 ⓒ연합뉴스


한국도 이와 비슷하다. 중국 관광객이 인천, 김해, 청주, 양양, 무안 공항에서 환승해 최종 목적지로 가는 경우, 공항과 주변 지역에서 무비자로 72시간까지 체류할 수 있다. 지난 8월 대구 공항도 환승공항으로 포함되면서 무비자로 환승하여 체류가 가능한 지역은 모두 6개 지역으로 늘어났다.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중국 관광객 유치를 위하여 한국 법무부는 체류 시간을 72시간에서 120시간으로 늘리기까지 했다.

중국 관광객 1억 명 시대, 깊어지는 고민

중국 공안부 출입경관리국(出入境管理局) 통계에 따르면, 2013년 출국한 중국인은 9800만 명이 넘었고, 홍콩·마카오를 제외하고는 한국으로 입국하는 중국인이 가장 많았다. 또 한국의 총 관광객 수의 50% 이상이 중국 관광객이다. 무비자 환승 관광 정책은 이런 중국 관광객을 한국, 특히 서울이 아닌 지방 각지로 유인하는데 실제적인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강원도 양양국제공항의 경우 무비자 환승 정책 실시로 폐쇄 위기에서 구사일생으로 회생하여 인천공항에 이어 이용객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다른 5개 공항도 이용객이 증가한 것은 마찬가지다.

환승 공항이 지정된 지방 정부는 중국 환승 관광객 유치를 통한 지방 관광 산업 발전에 대한 기대감으로 한껏 부풀어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려스러운 부분도 있다. 환승 체류 기간이 120시간으로 늘었는데 이들을 위한 기반시설 및 관광 프로그램이 아직 충분히 개발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 관광객이 전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쓰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들이 과감하게 주머니를 열 정도의 관광 상품이 개발되어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또한 문화관광체육부에 따르면, 중국 관광객이 한국에서 쇼핑할 때 가장 불편한 점으로 '언어소통 불편'(57.3%)을 꼽았고, 다음으로 안내표지판 부족(34%), 불편한 교통(21.3%) 등 순이었다. 이처럼 가장 기초적인 소통, 이동 부분에서부터 중국 관광객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관광 관련 업계의 중국 관광객의 무비자 입국에 대한 요구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요구에 앞서 중국 관광객이 다시 찾고 싶어 하고, 주머니를 열어 소비하고 싶을 정도의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는지를 먼저 돌아보아야 하지 않을까.

불법체류자 증가에 따른 처리와 대안 마련 시급

중국 관광객 무비자 환승 정책으로 인적 교류가 활발해 지면서 또 다른 문제 소지가 생겨났다. 무비자로 입국해서 제주도로 가지 않고 종적을 감추는 무단이탈, 이에 따른 불법 체류자가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남해지방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외국인이 국내에서 불법으로 체류하면서 불법행위를 하다가 적발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들은 주로 관광 비자를 통해 입국한다. 무비자 환승 관광 정책으로 무단이탈은 더욱 용이해 질 수 있다. 제주도에서도 무비자 입국을 악용해 불법체류가 증가하고 있는 사실이 이러한 우려를 방증해 준다.

따라서 이에 대한 처리와 예방을 위한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중국 관광객에 대한 비자 간소화 정책이 지방 관광 산업 육성의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 불법체류자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입국을 어렵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여러 가지 대안 중에 중국에서 실시하고 있는 '주숙등기제도'(住宿登记)를 활용해보는 것은 어떠냐는 의견이 있지만 이도 쉽지 않다.

중국은 외국인에 대한 체류 및 거류 관리를 강화하기 위하여 중국 입국 후 24시간 내에 소재지 공안(公安)기관에 체류지 등록 즉, 주숙등기를 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가 실제 외국인 관리에 있어 어느 정도의 실효성을 거두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중국에서 72시간 환승 관광을 하는 관광객은 24시간 안에 반드시 주숙등기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관광객들은 이것이 의무사항인지 조차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환승 관광의 경우 머무는 기간이 길지 않아 알면서도 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호텔에 머무를 경우 일반적으로 호텔에서 대신 등록해 주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직접 공안 기관에 찾아가 등록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주숙등기를 하지 않아도 일일이 검사하지 않는 이상 등기 했는지의 여부를 알 수도 없다.

다만, 중국은 2013년 7월 1일부터 시행된 '중화인민공화국출입국관리법'(中华人民共和国出境入境管理法)에 따라 외국인의 입국은 편리하게 간소화되었지만, 체류 외국인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는 추세이다. 이에 따라 주숙등기를 하지 않는 경우에 대해서 처벌을 강화하고 있으므로 그 실효성에 대한 검증은 두고 볼 일이다.

한중 FTA 체결이 머지않았고 물리적 국경이라는 개념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시점에서, 국가의 관광 산업도 부흥시키고 체류 외국인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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