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은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의원의 반성문에 대해 "유명한 사람이 퇴임 이후 자기 칭찬으로 일관한 자서전 같다"고 비판했다.
이 소장은 지난 25일 녹음된 팟캐스트 <이철희의 이쑤시개>에서 이같이 말하며, 유력 대권 후보이자 제1야당 공동대표로 치른 두 번의 선거(6.4 지방선거 및 7.30 재보선)에서 "'안철수 공천'이 왜 실패했는지 솔직히 얘기했어야 한다. '내가 못 나서 실패했다'라고 하면 끝인가"라고 되물었다. 안 의원이 갖고 있는 정치적 무게감에 비해 무책임한 발언이라는 지적이다.(☞ )
"아들에게 '왜 시험을 못 봤느냐'라고 추궁하는데, '공부를 안 해서 그렇죠'라고 하면 뭐라고 하겠는가."
안 의원은 최근 자신의 홈페이지에 "7.30 재보선 이후 본격적인 정당개혁을 시작할 생각으로 선거의 승리 가능성에 더 큰 비중을 둔 것은 아니었는지 반성한다"며 "낡은 정치와 치열하게 경쟁해서 새 정치를 구체화하고 싶었는데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2년간 현실 정치 속에서 실제로 경험해보니 부족했던 점들이 많았다. 정확한 실상도 알게 되었다"며 "값진 경험을 바탕으로 새롭게 출발하겠다"고 했다.
<이쑤시개> 시즌1 진행자이자 김한길 전 대표 비서관이었던 서양호 실장은 이날 안 의원의 정치 행보를 돕게 됐다고 밝히며, 안 의원이 상대방이 누구고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와 같은 일종의 '정치 문법'에 익숙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번 반성문에 대해서도 "정치인이라면 개인적 소회도 중요하나, 리더로 자신이 극복해야 할 대상과 함께 해야 할 주체를 분명히 해야 한다"며 "그런 면에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박용진 전 대변인은 안 의원의 반성문에 대해 "안 의원이 정치를 경험했다기보다는 '이해했다'는 정도의 느낌"이라며 안 의원을 축구 선수에 빗대 "(전반전을 이미 뛰었음에도) 여전히 깨끗한 운동복에 깨끗한 축구화를 신고 있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안 의원은 '내가 세상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를 얘기해 본 적이 없다"며 "정치적 이상향을 가진 윤여준 전 장관과 최장집 교수와 같은 원로를 모시는 것만으로 '새정치'를 대신하려 했다"고 비판했다.
다만, 박 전 대변인은 안 의원이 "새롭게 출발하겠다"며 각오를 다진 것에 대해 "정치인으로 보다 단단해졌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정치인의 기본자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이 소장 역시 안 의원이 책임 있는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대선이 2017년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선거는 5년 뒤에도 있다"는 말로 여운을 남겼다.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해 이 소장은 "제1야당이라는 큰 덩치를 건실하게 만들어 싸우는 방식을 사실상 포기하고, 반(反) 보수 또는 비(非) 보수 전체를 결합하는 운동적 방식으로 전환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운동적 방식이 통하려면 강한 후보를 내세워야 할 수밖에 없는데, 지난 대선에서는 그마저도 부족했다는 평이다.
이 소장은 무엇보다 전략을 바꿔 '운동적 방식'과 '인물 중심 선거'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선은 5년에 한 번 한다. 나머지는 배지를 갖고 하는 일상 정치의 영역인데, (야당은) 지기만 한다. 그러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일상 정치에서 조금씩 얻어내는 싸움을 해야 한다. 거기에서 선거로 넘어가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또 "지금 인물 중심으로 박원순 파, 안희정 파, 문재인 파 등으로 나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 사람으로 쪼개기 시작하면 시너지가 안 난다"며 "안철수, 문재인, 박원순, 안희정 등 대선을 그리는 사람들이 모여서 새누리당을 두고 전선을 어떻게 만들어 가져가야 할 것인지 얘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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