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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건강, 정말 우려할만한 상황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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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건강, 정말 우려할만한 상황인가? [TV로 보는 김정은의 북한] 막말하던 북한, 돌연 입장 바꿔 방한한 이유는
북한의 핵심실세들인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최룡해 김양건 당 비서가 4일 전격적으로 남한을 방문하고 돌아갔다. 북한의 핵심실세들이 대거 남한을 방문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사실상 김정은 제1비서를 제외하고는 올 수 있는 고위급이 다 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하다.

황병서 등 3인방이 인천을 방문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만 해도, 이들이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한 뒤 뭔가 큰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공식적인 방한 이유는 인천 아시안게임 폐회식 참석이었지만, 북한의 핵심실세들이 순전히 아시안게임 폐회식을 보기 위해 한꺼번에 남한을 찾는다고 보기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정부의 공식발표로는 북한이 하루 전에 이같은 방문계획을 전격 통보했다는 것이었지만, 뭔가 그동안 물밑접촉이 있지 않았겠느냐는 관측도 흘러나왔다.

하지만, 남북 고위급 당국자들의 오찬 회담이 끝난 뒤 정부가 발표한 내용은 '2차 남북 고위급접촉이 10월 말이나 11월 초에 있을 것이라는 것'이 거의 전부였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의 의지를 밝혔다는 것이었지만, 황병서, 최룡해, 김양건이 고작 그런 얘기를 하기 위해 한꺼번에 남한을 찾았다고 보기에는 선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 지난 4일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을 찾은 북한 고위급 대표단. 왼쪽부터 황병서 총정치국장, 최룡해 노동당 당 비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겸 대남 비서 ⓒAP=연합뉴스

정부 당국자들, '특별히 비공개된 내용은 없다'

회담에 참석한 정부 당국자 등 복수의 취재원들은 '회담 내용 중에 특별히 비공개된 내용은 없다'고 거듭 밝히고 있다. 북한 대표단이 정상회담이나 5.24 대북 제재조치 해제, 금강산관광 재개 같은 현안 얘기는 일체 하지 않았고, 남북관계를 잘해보자는 총론적인 얘기만을 전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 예방도 우리측이 의사를 타진했지만, 북측이 '이번에는 아시안게임 폐회식 참석을 위해 왔기 때문에 시간관계상 어렵다'며 완곡히 거절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었다.

폐회식이 끝나기 직전 김양건 대남담당 비서가 잠깐 자리를 비웠다가 가지고 들어 온 문건에도 특별한 내용은 담겨져 있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김양건 비서가 가지고 들어 온 문건을 황병서, 최룡해가 돌려본 뒤, 황 총정치국장이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을 통해 정홍원 총리에게 재면담을 요청하면서 평양의 중요한 훈령이 전달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돌았지만, 북측과 정 총리와의 재면담 과정에서는 '남측의 환대에 감사하다'는 의례적인 덕담 이상의 대화는 오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재면담 장소에 회담 실무자들까지 배석한 상태였기 때문에, 남북 고위 당국자 간 비밀 얘기가 오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던 것이다.
물론, 정부가 여전히 공개하지 않고 있는 내용이 있을 수도 있다. 이를테면, 정상회담 관련 논의 같은 것이다. 그런데 정말, '특별히 비공개된 내용은 없다'는 정부의 설명이 사실이라면, 북한의 핵심실세들은 도대체 왜 인천에 내려온 것일까?

북한 고위 대표단, 인천에 온 이유는?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북한 선수단을 격려하고 폐회식에 참석하려 했다는 북한의 설명 그대로가 하나의 이유일 수 있다. 체육 강국을 강조해 온 김정은 제1비서가 북한 선수단의 선전을 고위 대표단까지 보내 축하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대내적으로 자신의 지도력을 부각시키는 장으로 삼으려 했을 가능성이다.

이 과정에서 남측의 고위 당국자들과 회담을 가지며 남북관계 개선을 강조한 만큼 대남 관계를 개선하려는 의도도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미국, 중국, 최근 들어서는 일본과의 관계도 잘 풀리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남한과의 관계라도 복원할 필요성을 느꼈을 수 있다. 김정은 제1비서는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지속적으로 표출해오고 있다. 또, 이러한 과정을 통해 북한도 평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국제적으로 홍보하는 효과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납득이 안가는 점은 북한이 고위대표단을 보내겠다는 연락을 하기 하루 전까지도 해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미친개'. '인간명단에서 제명' 같은 인신공격성 막말을 계속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강경한 비난을 계속하다 대화로 돌아서는 북한의 능란한 협상술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욕'이라고 할 만한 수준의 인신공격성 막말을 협상용으로 활용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오히려 박 대통령의 유엔 연설 이후 강력한 비난을 해오던 북한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갑자기 입장을 선회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결국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제1비서가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본다면, 김정은의 즉흥적이고 돌발적인 의사결정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김정은 시대 들어 김정일 시대와 다른 점 가운데 하나는 정책 결정이 급변하는 경우가 잦아졌다는 점이다. 대남정책에 대해 이런저런 제의를 받고 있던 김정은이 갑자기 폐회식 카드를 선택했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김정은의 건강 이상이다. 김정은의 건강이 생각보다 좋지 않자, 핵심 실세들의 동시 외유로 북한이 안정적이라는 것을 보여줌과 동시에 세간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의도다. 김정은의 건강상태는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기념일에서의 등장 여부가 하나의 가늠자가 될 것이다.
* 북한학 박사인 안정식 기자는 SBS에서 한반도 문제를 취재, 보도하고 있으며 북한포커스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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