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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부자 위해 서민 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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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부자 위해 서민 울리나 [복지국가SOCIETY] '정치적 사기'로 드러난 '증세 없는 복지'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1년 7개월 정도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각종 세금 정책으로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특히 경기 침체로 팍팍해진 삶을 살아가는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어가는 담뱃세와 각종 지방세를 줄줄이 인상할 예정이다. 이 정부가 내세운 "민생 경제 살리기"에서 과연 민생의 실체가 무엇인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지, 또한 이 정부가 추구하고 있는 경제 정책의 실체가 무엇인지 현 시점에서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할 것 같다.

"증세 없는" 대선공약 이행의 허구성

지난 2012년 대선 과정에서 보수파인 박근혜 후보가 승리하는 데 1등 공신은 진보적 의제인 '경제민주화와 복지'였다. 박근혜 정부가 대선 과정에서 내세웠던 4대 국정 기조별 150개 국정과제를 이행하는 데 필요한 재원 규모는 집권 5년간 134.8조 원에 달한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복지공약이라 할 수 있는 국민행복기금에 총 재원의 59%인 79.3조 원이 소요되고, 경제부흥에 25%인 33.9조 원, 그리고 평화통일기반 구축과 문화융성에 재원이 차례로 분배된다.
▲ 박근혜 정부의 대선 공약 재원 135조 원의 세부 분배 내역(기획재정부 자료 토대로 재구성).

문제는 대선 공약을 이행하는 데 필요한 재원 135조 원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에 대한 과제가 남는다는 점이다. 당초 박근혜 정부는 대선 과정에서 밝혔듯이 "증세 없이" 공약 이행에 필요한 재원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정부는 50.7조 원은 세입을 늘려서, 나머지 84.1조 원은 세출을 구조조정하고 정부 지출을 줄여서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추가 세입 확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에는 비과세 감면 축소(18조 원), 지하경제 양성화(27.2조 원), 금융소득 종합과세 강화(2.9조 원) 등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1년 7개월이 지난 현 시점에서 "증세 없는" 이런 형식적인 방법을 통한 재원 조달 계획이 허구임이 드러나고 있다. 비과세 감면 축소와 금융소득 종합과세 강화로 일부 추가 세원 확보가 이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한 세수 확대는 전혀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세원 노출을 꺼리는 세력들에 의한 5만 원권 고액 화폐의 사장 현상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며 지하경제가 이전보다 확대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세출 구조조정으로 정부 지출을 줄여 마련한다는 84.1조 원 역시 경직성 세출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것에 지나지 않아 재원 조달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박근혜 정부의 구체성 없는 재원 조달 계획은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3년 세입 세출 마감결과에서도 잘 드러난다. 2013년 국세 수입은 201.9조 원으로 당초 국세 수입 목표 대비 8.5조 원의 세수 결손이 발생하였다. 특히 심각한 것은 2013년 GDP성장률이 2.8%에 달했는데도 2013년 국세 수입이 2012년도보다도 오히려 1.1조 원이나 감소했다는 사실이다.

1990년 이후 국세 수입이 전년 대비 감소한 것은 외환위기(1997년)와 미국 발 금융위기(2009년) 이후 3번째로, 국세 수입 징수 부진이 심각한 상태다. 2014년 역시 GDP성장률이 3%대 중후반으로 예상되는데도 불구하고, 국세 수입 목표(216.5조 원) 대비 세수 결손액이 10조 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박근혜 정부가 당초 계획했던 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 조달 방법이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말해준다.

부자 감세 때문에 세수 부족해

이처럼 박근혜 정부의 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 조달 계획이 엉터리인 것도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우리 경제가 여전히 2-3%대의 성장을 하고 있는데도 세수 징수 부진이 심각한 것의 근본적인 원인은 다른 곳에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이전 보수 정부인 이명박 정부의 부자 감세 정책이 누적된 결과로 분석된다. 우선 이명박 정부 당시 최고 25%에 달했던 법인세율을 22%로 3%포인트 낮춘 바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정의당 박원석 의원이 국세청에서 제출받은 '2009년-2013년 법인세 신고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기업들이 법인세율 인하로 감면받은 법인세 총규모는 38조7327억 원에 달한다. 이는 2014년 정부 예산 357조 원의 10%가 넘는 엄청난 규모의 자금이 법인세 절감으로 기업들의 곳간에 쌓이는 결과를 낳았다.

문제는 이명박 정부의 법인세 인하 효과의 대부분이 재벌 대기업들에 돌아갔다는 사실이다. 박원석 의원의 자료를 보면 상호출자 제한 기업집단 소속 1000여 개의 재벌 대기업을 포함한 4만4000개 대기업이 감면받은 법인세 규모는 전체의 68.5%인 26조5287억 원에 달한다. 반면, 중소기업이 감면받은 법인세는 전체의 31.5%인 12조2040억 원에 불과했다. 업체 1개당 연간 감세 규모는 재벌 대기업 27억 원, 일반 대기업 1.2억 원, 중소기업 1000만 원의 순이다.

이처럼 재벌 대기업 위주의 법인세 감면 몰아주기는 이명박 정부의 고환율 정책과 맞물려 재벌 대기업들의 곳간을 대규모로 불려주는 결과를 가져왔다. 2014년 1분기 기준 10대그룹 상장사의 사내유보금 규모가 516.9조 원에 달하는 것이 이를 말해준다. 박근혜 정부의 최경환 경제팀이 재벌 대기업들이 축척한 막대한 유보금을 투자나 임금, 배당 등으로 적극 유도하기 위한 기업소득 환류세제(사내유보금 과세)를 들고 나온 것은 이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의 부자 감세 정책은 법인세율 인하에 그치지 않는다. 고액 부동산 보유자에게 부과했던 종합부동산세(일명 종부세)율을 크게 축소시켜 종부세는 이제 유명무실한 세제로 전락했다. 2009년 2조1000억 원대에 달했던 종부세 규모가 2011년에는 1조1000억 원대로 연간 1조 원 가까이 축소됐다. 법인세와 종부세는 소득과 재산이 많은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내게 하여 소득 불평등을 완화시켜주는 직접세다. 이명박 정부가 부자들에게 감세 혜택을 몰아줬다고 비난받는 이유다.
이병박 정부가 추진한 감세 정책의 부정적인 효과는 복지 공약을 내세웠던 박근혜 정부의 재원 조달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명박 정부의 법인세 인하에 따른 연간 법인세수 감소 규모는 7조7400억 원에 달하며, 종부세 감면에 따른 연간 감세 규모는 1조 원대다. 이 둘을 합칠 경우 8조7400억 원대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에서 나타난 연간 8-10조 원대의 세수 징수 부진의 원인은 이명박 정부의 부자 감세 정책의 직접적인 결과로 볼 수 있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복지 공약 재원 조달을 위해서는 세입세출 조정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가장 빠른 길은 이명박 정부 당시 부자 감세 정책을 원상회복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 역시 부자들의 세금을 감면해주는 정책을 지속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으로 2014년 1월 1일부터 시행하고, 2013년 8월 28일부터 소급 적용하는 부동산(주택) 취득세율 영구 인하를 들 수 있다. 정부는 주택 취득 가격 6억 원 이하의 취득세율을 기존 2%에서 1%로, 9억 원 초과 주택의 취득세율을 4%에서 3%로 각각 인하했다.
부동산 취득세제는 종부세와 마찬가지로 재산을 많이 가진 사람에게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는 직접세의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지방자치단체 세수 재원의 약 30%를 차지하는 주요 세원이다. 주택 취득세 영구 인하가 명목상으로는 부동산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조치였지만, 고액 재산 보유자들의 세금 감면을 통해 지방세수가 연간 2.4조 원 가까이 축소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최근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세수 부족으로 '복지 디폴트'를 선언하겠다고 주장한 이유다.

역진적 간접세 비중 크게 늘린 보수 정부 7년

이처럼 이명박-박근혜 정부 7년간 주로 직접세 형태의 부자 감세 정책으로 발생한 세수 결손을 소득과 재산의 보유 여부와 관계없는 서민 위주의 간접세로 메우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서민 증세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내년 초부터 대폭적인 인상을 예고한 담뱃값 인상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내년 초부터 담뱃값을 기존 2500원에서 4500원으로 2000원 올리려고 계획하고 있다. 명목상으로는 지난 10년 가까이 인상을 자제해온 담뱃값의 대폭 인상을 통해 흡연율을 떨어뜨려 국민건강을 증진하겠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연합뉴스

결론적으로 이것은 박근혜 정부의 세원 부족을 간접세 인상으로 메우려는 꼼수에 불과하다. 기존 2500원대 담배에는 무려 62%에 달하는 각종 세금과 부담금이 포함되어 있다. 여기에다 담뱃값이 4500원으로 인상될 경우, 기존의 세금과 부담금에다 개별 소비세가 추가로 더해져 73.4%에 달하는 3318원의 세금이 개별 흡연자에게 부과된다. 명백한 우회 증세이며, 흡연자의 상당수가 중하위 서민층이라는 점에서 서민 증세에 해당한다.

새정치민주연합 주승용 의원이 국회예산처로부터 받은 '담뱃값 인상에 따른 세수 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담뱃값 2000원이 오를 경우 흡연율 감소분을 감안하더라도 정부의 연간 추가 세수 증대 규모가 5조456억 원에 달한다. 이는 정부가 보수적으로 제시한 2.8조 원의 세수 증대 효과를 크게 상회하는 것이다. 기존 담뱃세 규모가 대략 7조 원대로 알려졌는데, 담뱃값 추가 인상에 따른 세수 증대 효과를 감안하면 담배라는 단일 품목에서 거두어들이는 세수 규모가 무려 12조 원대를 상회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지난 6월 '담배 과세의 효과와 재정'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담배 가격에 따른 추가 세수 규모는 담뱃값이 4500원일 때 최대에 달한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정부의 담배 가격 인상이 국민건강이 아닌 세수 확보를 극대화하려는 의도가 강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이다. 여기에다 박근혜 정부는 부동산 취득세 영구 인하로 인해 발생한 지방세 결손을 보전해주기 위해 대표적인 지방 간접세제인 주민세와 영업용 자동차세를 향후 2-3년에 걸쳐 100% 가까이 인상할 계획이다.

이처럼 조세 정의를 해치고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어가는 역진적 성격의 간접세를 통한 세수 확보는 비단 담배와 주민세 인상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담배와 더불어 서민들의 또 다른 기호식품인 소주에도 한 병 구입 시 53%에 달하는 주류세가 부과되고, 이를 통해 거두어들이는 세수 규모가 대략 4.4조 원에 달한다. 즉 일반 서민들의 기호식품인 담배와 주류 두 가지 품목에 부과되는 세수 규모가 16조 원을 상회할 것으로 추정되어, 2013년 기준 대표적인 직접세인 법인세(47.8조 원)와 소득세(44조 원) 세수규모의 각각 33.4%, 36.3%에 달할 것으로 분석된다.

▲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주요 세금 정책 비교(기획재정부, 예산처, 언론 보도 종합해 재구성).

우리나라의 간접세는 담배나 소주와 같은 서민대중의 기호식품에 국한되지 않는다. 역진적 성격의 대표적인 간접세인 부가가치세 규모는 2013년 기준 56조 원에 달해 전체 세수의 27.7%를 차지한다. 또 개별 운전자 차량에 휘발유와 경유를 넣을 때 부과되는 각종 세금과 부담금이 51.2%로, 이를 통해 거두어들이는 유류세수 규모가 무려 연간 30조 원에 달한다. 이렇게 정부가 징수하는 간접세의 비중은 2013년 기준 54.5%로 직접세 비중 45.5%를 상회한다.

"증세 없는 복지"는 정치적 사기다

지난 2009년 정부가 거둔 간접세와 직접세의 세수 비중이 각각 51.1%와 48.9%였음을 감안하면,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간접세 비중은 증가한 반면, 직접세 비중은 축소되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2007년 기준 OECD 회원국들의 평균 직접세와 간접세 비중은 각각 58.5%와 41.5%로, 대부분 직접세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더 높다.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간접세 비중이 매우 높은 최상위권 국가에 해당되어 조세 정의가 무너진 열등국가의 불명예를 안고 있다.

여기에 부동산 취득세 영구 인하와 담뱃세 인상, 주민세와 자동차세 대폭 인상의 효과가 나타나면, 박근혜 정부 들어 직접세 대비 간접세의 비중은 추가로 확대될 전망이다. 결론적으로 보수 정부는 지난 7년간 소득과 재산을 많이 보유한 부자들의 세금을 지속적으로 줄여준 반면, 소득과 재산에 역진적 세제인 간접세의 확충을 통해 정부 세입의 결손을 메우고 있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다.

정부는 공공재(public goods)를 운영하고 분배하는 기관으로서 시장경제 하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불평등과 차별을 완화해야할 공적 임무를 지고 있다. 이를 위한 수단이 조세 정책과 복지 정책이다.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거두어 가난한 사람들에게 복지 혜택을 주는 재분배정책이 올바른 사회 정의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7년간의 보수 정부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세금을 더 거두고 부자들의 뱃속을 채워주는 사회 정의에 역행하는 정부 운영을 지속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박근혜 정부가 내세운 "한국형 복지"와 "민생 경제 활성화"의 실체이다. 이는 또한 "증세 없는 복지" 정책이 사기임을 말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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