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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숲'에 맞서는 '거대한 도시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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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숲'에 맞서는 '거대한 도시숲' [도시숲 모델을 찾아서]⑥ 숲 전체가 보호림 '프랑크푸르트 시유림'
지난 반세기동안 국내 산림정책은 전란으로 황폐해진 국토를 복원하려는 녹화사업이나 자원화사업 등 가시적이거나 물질경제적인 1차원적인 수준에서 머물러 있다. 하지만 이미 우리 일상에는 숲, 생태, 둘레길, 올레길, 등반, 산악이벤트, 가족캠핑, 주말농장, 전원생활, 귀농 등 산림이 주는 무형의 가치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이런 산림의 가치를 보편적으로 향유하고자 하는 것이 산림복지 개념이다. 그런데 복지하면 비용 문제부터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산림복지는 최소비용으로 모두가 함께 행복해지는 최상의 복지가 될 수 있다.

국내에서도 도시숲을 비롯해 산림복지 서비스를 체계화하려는 움직임이 산림청 주도로 시작됐지만, 아직 초기단계다. 이에 따라 산림복지 선진국의 사례를 통해 우리가 참고할 산림복지의 비전을 제시하려는 기획을 마련했다.

이번 기획은 언론진흥재단 언론진흥기금 기획취재 지원을 받아 가깝게는 일본, 멀리는 유럽의 프랑스, 스위스, 영국, 독일 등 해외 5개국과 국내 산림복지 현장 취재로 이뤄졌다. 총 7회에 걸쳐 게재될 예정이다. 편집자

▲프랑크푸르트 시유림은 시민들의 삶의 터전이자 생활공간이다.ⓒ프레시안(이승선)

독일 최대, 세계 최초 도시숲

프랑크푸르트 시유림은 4800헥타르에 달하는 독일 최대의 도시숲이자, 세계 최초의 도시숲으로 꼽힌다. 이런 위상을 간직하기까지 이 숲의 역사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프랑크푸르트 시유림은 원래 황실 소유의 숲이었으나 1221년 당시 프레데리크 2세가 독일기사단에게 하사했다. 하지만 카를 4세 때인 1372년 프랑크푸르트 시가 이 숲을 사들였다. 일종의 이중매매여서 기사단과 분쟁을 피할 수 없었다. 프랑크푸르트 시는 100년이 넘는 분쟁 끝에 1484년 상당한 보상금을 주고 기사단과의 분쟁을 마무리지었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제2차 세계대전과 도시 개발로 인해 숲은 끊임없이 파괴되고 잠식되어 갔다. 당초 프랑크푸르트가 매입한 숲 중 1000헥타르가 넘는 숲이 소실되었다.

프랑크푸르트 시유림의 가장 인상적인 점은 숲 속에 난 도로다. 프랑크푸르트 숲 주변에 있는 마을들은 숲에 파묻혀 있는 듯할 정도다. 이 곳에서는 숲의 입구라는 개념보다는 사람들이 생활하기 위한 길들이 숲에 거미줄처럼 형성되어 있다고 표현하는 것이 어울린다.

산책로는 물론이고 자전거 전용 숲길이 따로 있다. 자전거 전용도로 옆으로 개울이 나란히 흐르는 길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이런 길들을 모두 합하면 수백 킬로미터에 달한다. 자동차로 프랑크푸르트 숲 일대의 도로를 달려보면 가로수 뒤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빼곡하게 나무들이 늘어섰다. 가로수 길이 아니라 숲 속의 길처럼 생각된다. 숲에 들어서면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나무가 울창하다. 도로 옆 숲속에는 도로와 나란히 자전거 도로가 끝없이 나있기도 헀다.

▲프랑크푸르트 숲 도로와 나란히 길게 벋은 자전거 전용 숲길.ⓒ프레시안(이승선)

삭막한 도시의 생명줄 같은 도시숲

숲에는 자전거 도로를 타고 쏜살같이 달려가는 사이클리스트들을 자주 볼 수 있고, 산책하는 이들은 끊임없이 지나갔다. 커다란 봉지를 들고 가는 한 노부부는 "버섯을 따왔다"면서 커다란 버섯을 내보이며 자랑하기도 했다.

프랑크푸르트 숲은 '아름다운 공원이나 산숲" 같은 느낌이 아니다. 거대한 평원에 빽빽한 숲이 들어차서 삭막한 도시에 산소공급을 해주는 듯한 느낌이다. 휴양지의 느낌이라기보다는 이 거대도시에 꼭 필요한 생명줄 같은 공간으로 다가왔다.

한 40대 남자는 "숲 속을 걸어서 웬만한 프랑크푸르트 일대를 다닌다"고 말했다. 프랑크푸르트 숲은 그 자체가 생활 공간을 조밀하게 연결해주는 통로를 품고 있었다.

▲프랑크푸르트 시유림.ⓒ프레시안(이승선)
프랑크푸르트 시는 세계적으로 자랑하는 이 숲을 더욱 철저하게 보존하기 위해 지난 2000년 숲 전체를 보호림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개발 논리에 밀리는 형국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프랑크푸르트는 독일의 경제수도라고 불리는 거대도시이다보니, 갈수록 현대식 건물로 뒤덮여 가는 모습이다. 이때문에 프랑크푸르트에는 '숨을 쉬기 위해서라도' 도시숲이 절실하다. 그 몫을 톡톡히 해주는 것이 바로 프랑크푸르트 숲이다.

그런데 이 숲마저 개발논리에 호시탐탐 잠식당할 위기를 면치 못하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 프랑크푸르트 시유림은 '콘크리트 숲에 대항하는 도시의 허파'의 의미가 크다.

프랑크푸르트 숲정보센터의 케스틴 마티아스는 "숲이 파괴되면 끊임없이 다시 조림을 하면서 거대한 숲을 유지해온 것은 프랑크푸르트 시민들이 숲에 대한 절실한 필요성을 느끼고 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루가파크.ⓒ프레시안(이승선)

유럽 최고의 도심자연공원 '그루가파크'

에센에는 '유럽 최고의 도심자연공원'의 하나로 꼽히는 그루가 공원이 있다. 그루가 공원은 탄광지대인 루르 지방 최대 공원이다.

에센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졸페라인 탄광산업복합단지와 세계 3대 디자인 상으로 꼽히는 '레드닷디자인 어워드' 수상작들을 전시하는 '레드닷디자인박물관', 그리고 해마다 약 40여 개의 국제박람회와 전시회가 열리는 에센박람회장이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해마다 에센 자동차쇼, 원예박람회 등이 열리는 에센 박람회장이 그루가 공원과 붙어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이 공원은 출발부터가 산업공간을 인간이 살만한 곳으로 만들어주는 역할을 떠안은 곳이다.

그루가 공원은 1929년의 루르 지방 원예박람회 때 만들어졌다가 그 후 2차례 확장되어 현재 70ha의 규모를 갖추었다.

▲그루가파크. ⓒ프레시안(이승선)

에센이 탄광도시에서 오늘날 문화와 자연, 산업이 함께 하는 도시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그루가 공원은 소중한 녹색지대다.

특히 도시자연공원으로서는 그루가 공원은 '유럽 최고'라는 찬사를 받는 식물원과 야외조각 박물관, 음악축제장, 독수리부터 사슴 등 다양한 종류의 동물 등 모든 것을 갖춘 '유럽에서 가장 매력적인 공원 중의 하나'로 평가를 받고 있다. 1995년에는 현대식 환경교육센터인 '자연학교'가 공원에 설립돼 매년 1000회 이상 학생들은 물론 성인들의 자연학습 장소로도 활용되고 있다.

▲지몬스발트.ⓒ프레시안(이승선)


'생태휴양' 중심지 흑림

독일에서 '치유의 숲'으로 알려진 곳은 흑림이다. 독일 남서쪽 스위스와 프랑스로 넘어가는 길목에 자리잡은 흑림지대는 끝없는 평지의 숲과 알프스 산맥 줄기에 있는 숲으로 이어진다.

남북으로 160킬로미터, 동서로 60km에 달하는 직사각형 모양의 지역을 흑림지대라고 한다. 그중에서도 1997년 흑림의 6개 자연보호구역 2600ha를 관리하는 자연보호센터가 설립됐다. 자연보호센터의 아힘 로버는 "흑림지대가 산림복지의 산실로 자리잡기까지는 태풍 등 자연재해, 사람들의 벌목 등으로 인한 파괴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생태계를 유지하는 자연스러운 복구 노력이 주효했다"고 말한다.

흑림 지역에는 생태휴양마을로 각광을 받고 있는 지몬스발트가 있다. 지몬스발트 계곡과 숲 속에 위치한 인구 3000명에 불과한 작은 농촌마을에는 매년 마을 인구의 100배가 넘는 30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올 정도다. 따라서 이 지역을 찾는 사람들은 '그린투어리즘'의 취지에 공감할 필요가 있다. 그린투어리즘(환경친화적 여행)은 '환경 피해를 최대한 억제하면서 자연을 관찰하고 이해하며 즐기는 여행'으로 '에코 투어리즘'이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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