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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권 가지면 오히려 북한이 두려워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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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권 가지면 오히려 북한이 두려워 할텐데"

[이수훈의 동북아시대] 전작권 전환 무기 연기, 편협한 외교안보라인 탓

한미 양국이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무기한 연기했다.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북핵과 미사일 위협이 커지고 있고 이에 대응하는 체계를 갖추기 전까지는 전작권을 환수할 수 없다는 논리다.

하지만 오히려 전작권 환수가 늦어지면서 북한의 위협이 더 높아질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경남대학교 이수훈 교수는 "군은 북한이 도발하면 원점과 지휘부를 타격한다고 공언하지만 실제로는 미국과 상의해야 하기 때문에 움직이기가 쉽지 않다"며 "만약 전작권을 가지고 있다면 우리는 독자적으로 움직일 수 있고 원점타격도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북한도 쉽게 도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킬체인,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로 막아낼 수 있다며, 이들 대응수단을 갖추기 전까지 전작권 환수를 미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북핵을 군사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은 난센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을 요격하겠다는 것은 일단 과학적으로도 별로 신빙성 있는 방식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미사일 방어시스템이 그렇게 정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북핵과 미사일이 현실화되면 어떻게 방어할지를 생각할 것이 아니라 예방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정치적 합의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에 노력을 쏟는 것이 훨씬 생산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가 대선 때 공약도 뒤집은 채 전작권 환수를 무기한 연기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 교수는 군의 지배구조와 박근혜 정부의 외교·안보 진용에 문제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편협한 육군 중심적인 논리와 미국 의존적 논리로 평생을 살았던 사람들이다. 미국 의존성이 쉽게 변하지 않는다"며 "박근혜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은 안보실장, 국방부 장관, 한때 국정원까지 전부 육군 대장 출신들로 꾸려졌다. 편협한 사고를 가진 육군 몇 명이 주무르다 보니 이런 식으로 일이 진행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도 문민이 군을 강력히 통제하는 방식으로 지배구조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군사 및 무기 문제 등 넓은 의미의 대외 안보는 문민의 전문가들이 맡아야 한다"며 "편협한 사고에서 벗어나 정말 '전략'을 짜는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인터뷰는 29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경남대학교에서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박인규 이사장과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편집자.

▲ 경남대학교 이수훈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한미 양국이 제46차 한미안보연례회의(SCM)에서 조건에 따른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에 합의했다. 여기에 환수시점은 따로 명시하지 않아 사실상 '무기한 연기'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번 조치로 인해 한국의 대외적 입지가 좁아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향후 한국의 대외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이수훈 : 북한과 중국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겠다. 우선 북한의 경우, 만약 전작권 환수가 예정대로 진행됐다면 우리가 유사시에 군사적 행동 조치를 독자적으로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군사 운영에 대한 독자 기획도 가능했을 것이고, 그러면 천안함이 피격됐다고 해도 우리가 할 수 있는 대응이 5.24조치 정도에 머무르진 않았을 것이다.

군이 북한의 도발에 원점, 지휘부를 타격한다고 공언하지만 실제로는 미국과 상의해서 허가를 받아야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 그런데 우리가 전작권을 가지고 있으면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원점 타격도 불가능한 시나리오가 아니다. 이렇게 되면 북한도 쉽게 도발에 나서지 못하게 된다.

즉, 북한이 군사적 행동을 남한이 스스로 판단하고 지휘한다고 인식하는 순간 북한은 남한을 굉장히 무서워할 것이다. 군사적 전력으로는 남한을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작권 환수는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상당한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전작권을 환수하면 주한미군이 철수하고 북한 도발에 대응하기 힘들 것이라는 주장이 있는데, 오히려 반대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동안 북한은 자신들이 도발해도 미국이 정무적 판단에 의해 남한의 군사적 대응 행동을 막아줄 것이라고 판단했다. 실제 2010년 연평도 포격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미국에서 남한의 군사적 행동을 억제하기 위해 강한 압력을 행사했었다.

남북 간 회담에서도 기존보다 유리한 고지에 올라설 수 있다. 과거 군사회담을 치렀던 전례를 보면, 북방한계선(NLL)문제가 의제가 될 때 북한은 "당신들이 권한이 있느냐, 미국과 직접 대화하겠다"고 밝히곤 했다. 즉 북한은 우리가 '실질적 권한'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전작권을 가지고 있다면 군사회담을 할 때도, 또 그밖에 다른 회담을 할 때도 당당하게 우리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이다.

중국하고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중국과 군사·안보적 측면의 전략대화를 하고 있는데, 한미동맹을 맺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작권도 없는 우리와 중국이 깊숙한 대화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 중국은 "당신들은 미국 동맹에 의존하고 있지 않느냐"라고 드러내놓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우리가 온전한 자율 행동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 전작권이 환수되면 이런 측면이 줄어들 수 있다.

프레시안 : 이번 조치로 한국이 미·일 하위동맹에 끌려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북한 문제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을 대상으로 한 미국의 대외 군사 개입에 한국이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개입될 수 있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이수훈 :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가 한반도에 배치되는 것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 수 있을 것 같다. 이게 현실화되면 우리 안보가 대북억지를 넘어서서 대중견제·봉쇄 등을 골자로 한 미국의 동북아 전략에 발을 담그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동맹의 연루 위험에 우리가 빨려 들어가는 것이다. 즉 미국중심의 동북아 전략에 일본과 더불어서 파트너로 적극 가담하는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중국은 심기가 매우 불편할 것이다. 이미 중국은 수차례 사드 배치를 펄쩍 뛰면서 반대한 바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박근혜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구체적으로 제기했다는 정황도 있을 정도로 중국은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프레시안 : 한편으로 의문스러운 것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미국에서는 전작권 환수 연기에 부정적인 인식이 많았다고 한다. 그런데 미국의 입장이 바뀌었다. 미국이 갑자기 한국의 요구를 받아들인 배경은 무엇일까? 미국의 무기를 구매하는 것과 같은 반대급부가 있었을까?

이수훈 : MB정부에서 연기하려고 했을 때도 미 국방부는 처음엔 별로 탐탁지 않게 생각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가 매달리니까 연기한 것이다. 여기에는 반드시 반대급부가 따를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미국은 이번 전작권 환수 연기를 통해 꿩 먹고 알 먹은 결과를 얻게 된 것인데, 우선 주한미군 주둔비용도 남한과 같이 내기 때문에 꽤 오랫동안 일정 부분 주둔비용 부담을 덜 수 있다. 이외에 미국은 또 다른 것들을 요구했을 것이다.

이번 전작권 환수 연기 합의를 보면 북핵과 미사일에 대비한답시고 킬체인, KAMD(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를 완성한다고 하는데 이건 우리가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없는 것들이다. 결국 미국의 무기체계를 들여오는 것이다. 설사 그것이 MD(미사일방어체계)는 아닐지라도 한미 간 상호 운용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곧 MD와 KAMD를 섞어서 운용해도 문제가 없을 정도로 우리의 무기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구축하기 위한 무기 구입에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어갈 것이다.

북핵과 미사일이 현실화되면 어떻게 대응할지를 생각할 것이 아니라 예방책, 즉 한반도비핵화에 노력을 쏟는 것이 훨씬 생산적이다. 북핵을 군사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은 난센스다. 핵문제는 정치적 문제인데 대화나 협상 노력은 하나도 안하고 그것에 대한 대응책을 구축한다는 것이 적절한 해결 방안은 아니다.

미사일도 마찬가지다. 정치적 합의를 통해 어떻게 예방할지를 신경 써야지, 똑같은 것을 만들어서 저쪽에서 쏘니까 요격하겠다는 것은 일단 과학적으로도 별로 신빙성 있는 방식은 아니다. 미국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이 매우 정밀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우리가 국가 재원이 많아서 사들일 여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정치적인 협상을 통해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야 하는 것은 '부조리'한 것이다.

문민이 군을 통제해야 하는 이유

프레시안 : 전작권을 환수하면 좀 더 폭넓은 군사·외교적 조치가 가능하고 환수를 무기한 연기하면 군사·외교 심지어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손해라는 것이 눈에 뻔히 보이는데도 왜 박근혜 정부가 무기한 연기를 택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이수훈 : 우리 군의 지배구조와 박근혜 정부의 외교·안보 진용을 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우리 군은 육군이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 편협한 육군 중심적인 논리와 미국 의존적 논리로 평생을 살았던 사람들이다. 미국 의존성이 쉽게 변하지 않는다.

한국에서 군 엘리트는 대부분 한미연합사 근무를 꼭 한 번은 거쳐 간다. 그런데 거기 가면 너무 좋은 거다. 세계 최강의 군대가 전쟁 치르면서 만들었던 방식을 전부 갖고 있으니까. 자기가 머리 싸매고 전략 세울 필요도 없지 않나? 그래서 연합사를 왜 없애느냐고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문제는 이들이 전작권 전환도 이와 비슷한 성격의 문제로 본다는 데 있다.

게다가 박근혜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은 안보실장, 국방부 장관, 한때 국정원까지 전부 육군 대장 출신들로 꾸려졌다. 편협한 사고를 가진 육군 몇 명이 주무르다 보니 이런 식으로 일이 진행되는 것이다.

▲ 23일(현지시간) 미국 국방부 청사 펜타곤에서 열린 제46차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 직후 한민구 국방장관(오른쪽)과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으로 미국과 양자 간 대화·평가를 통해 전작권 환수 시점을 논의한다고는 하지만, 무기한 연기 자체가 우리한테는 수치스럽고 부끄러운 일이다. 근대국가를 이야기할 때 상비군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가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인데, 서둘러 가져오려고 노력해야 하는 것을 오히려 안가져오겠다고 하고 있는 형국이다. 지금이 비정상이다. '비정상의 정상화'해야 한다.

국제정치 현실주의의 아버지인 한스 모겐소는 약소국 외교의 궁극적 목적은 자율성을 확장하는 데 있다고 했다. 국제정치학 관점에서 보면 우리의 자율과 안보를 교환하는 동맹이 한미동맹인데, 우리는 자율성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여전히 나아가고 있지 못한 것이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도 문민이 군을 강력히 통제하는 방식으로 지배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군사 및 무기 문제 등 넓은 의미의 대외 안보는 문민의 전문가들이 맡아야 한다. 국방부 정책실장을 포함해 주요 부서 책임자 자리에 문민의 군사 및 안보 전문가를 앉히는 방식이다. 편협한 사고에서 벗어나서 정말 '전략'을 짜는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작권 환수는 그냥 놔두면 될 문제였다. 우리 군은 매년 전작권 환수를 위해 한미 양국이 주도권을 번갈아가면서 수년 동안 연습했었다. 그래서 별문제 없이 순조롭게 전환을 준비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전작권이 무기한 연기되면 국방부와 합참이 손을 놔버리게 된다. 해야 할 숙제가 있었는데 그 숙제가 무기한으로 연기되면 책 덮고 나가서 놀고 싶지 않겠나? 그나마 뭔가 해보려고 했던 의지와 실행도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참여정부가 처음에 합의한 대로 2012년에 전작권을 가져왔다면 어떻게 됐을까? 전쟁이 났을까? 난 아니라고 본다. 오히려 군이 정신을 차리고 열심히 했겠지. 그러면 정말 군대다운 군대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남북관계 개선 의지·전략 있나

프레시안 : 남한에서 남북고위급접촉을 제안했지만 결국 무산됐고 성사되기 어려워 보이는 측면도 있다. 그런데 여기에는 남북 고위급접촉을 통해 어떤 것을 이루려는 것인지 남한의 태도가 애매했다는 점도 한 몫 거든 것 같다.

이수훈 : 북한은 남북관계 개선 의지가 분명한 것 같다. 올해 신년사에서 핵·경제 병진노선을 통해 경제를 개선시키겠다고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우호적인 대외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남북관계 개선이 필요하다. 북한은 신년사에 따른 제반 행동들이 비교적 남북관계를 개선하려는 일관적인 행보를 보였다고 본다.

그런데 우리는 좀 다른 것 같다. 대북전단 방치하면서 고위급접촉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상대방이 적대적인 행위라고 생각하는 것을 계속 하면서 대화 테이블로 나와라? 이런 상황이면 설사 고위급접촉 열린다고 해도 별다른 성과를 얻기 힘들다.

우리는 목표도 확실하지 않은 것 같다. 북한은 지난 4일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 참석차 황병서 총정치국장 일행이 내려왔을 때 무엇을 하겠다는 의사를 남겨두고 갔다고 본다.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경제적 문제 개선이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 분명한 생각이 있는지 모르겠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구축이 분명한 생각이라면 그것을 밀고 나갈 의지는 있는지도 의심스럽다.

예를 들어 지난 15일 국방부 정책실장이 남북 군사회담에 나갔다. 회담에서 NLL 이야기가 나왔다고 하는데 정책실장이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었겠나? 안보실장이 가이드라인을 주면 그걸 갖고 이야기하는 것일텐데. 그러면 안보실장은 무슨 생각을 갖고 있나? NLL은 지난 대선 국면 이후 건드리지 못할 금기처럼 돼버렸다. 그렇다면 대통령이 분명한 생각을 가지고 남북회담을 하게 될 때 이 문제를 건드리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으로 회담에 접근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산가족 상봉, 인도적 지원, 교류협력은 고위급접촉이 아니어도 충분히 가능하다. 대북조치 조금만 완화하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프레시안 : 제대로 된 전략이 나오지 않는 이유가 지난 대선 때 NLL 논란에서 봐왔던 것처럼, 북한 혹은 대북정책을 국내청지에 활용하려는 생각 때문 아닌가?

이수훈 : 근데 지금 정부가 북한을 국내 정치에 활용할만큼 상황이 나쁜 것도 아니다. 당분간 중요한 선거도 없고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도 높다. 대통령이 충분히 본인의 어젠다를 실행할 수 있다. 정치적 분위기가 나쁘지 않은 것이다.

심지어 여당에서도 5.24조치 해제를 이야기하고 있다. 국회에서는 남북 국회 회담을 하겠다고도 한다. 또 국내 정치적인 측면을 보더라도 지지율도 높고 언론 환경도 좋다. 그럼 남북관계 회복하기 위한 실제적 조치를 취해야 하는 것 아닌가? 본인 공약인데.

국내정치가 발목을 잡지도 않는 상황인데도 이 정도 전략밖에 세우지 못한다면 남북관계 개선 의지가 없거나 아니면 의지를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하는데 이걸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프레시안 : 경제적이나 외교적 입지를 보면 북한이 남한보다 훨씬 열세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공세적이고 능동적으로 나오고 있다. 반면 우리는 경제라는 큰 레버리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이니셔티브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 의지나 목표가 없기 때문인가?
이수훈 : 우리는 정치체제가 대통령제다. 일단 대통령의 생각이 대단히 중요하고 청와대가 부처를 조율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대통령 의지가 대단히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대통령의 의지를 의심해 볼 측면이 있다.

그런데 북한은 민생경제를 향해 적극적인 대외 활동을 펼치고 있다. 리수용 외무상이 유엔총회에 참석해서 자국의 인권 상황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강석주 비서는 유럽을 순방하기도 했고. 개혁개방을 해서 민생경제를 활성화시키고 그 여파로 경제문제 해결하겠다는 것이 김정은의 노선 아닌가? 현재 북한은 이러한 정책적 목표를 상당히 자신감 있게 구사하고 있는 것 같다.

아베, 북한과 어디까지 갈 생각?

프레시안 : 지난 28~29일, 10년 만에 일본 정부대표단이 평양에 들어갔다. 만약 납치자 재조사 문제가 잘 진행돼서 북·일 교섭이 진전되면 한국은 더 고립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있다.

이수훈 : 일단 납치자 재조사 문제를 해결하려는 일본의 의지가 상당한 것 같다. 이번에 평양에 대표단을 보낸 것도 문제 해결의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 지난 29일 평양을 방문한 일본 대표단이 북측과 납치자 문제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 오른쪽에서 두번째가 일본 대표단 단장 이하라 준이치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 왼쪽에서 두번째는 특별조사위원회의 일본인 유골 분과를 맡고 있는 김현철 북한 국토환경보호성 국장 ⓒAP=연합뉴스

지난번 양국은 특별조사위원회를 만들고, 거기서 조사 활동 1차 보고서를 올가을에 낸다고 합의했는데 이게 늦어지고 있다. 그래서 일본이 북한에 지금 뭐하고 있느냐며 항의성 대응을 했고 이에 북한이 일본에 직접 들어와서 설명도 듣고 현장도 보라고 해서 대표단 방북이 실현된 것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이번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무척 노력한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가족회 입장도 듣고 만나서 설명하고 때로는 설득도 하면서. 그런데 아베 총리가 어디까지를 목표로 이 일을 진행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일단 일본은 특조위를 꾸리면 독자적으로 북한에 대한 제재 조치를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래서 실제로 제재를 완화했고 보고서가 나오면 추가로 제재를 완화할 예정이다. 그런데 여기서 일본이 제재완화를 넘어 북·일 관계 정상화까지 가려는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일본 여론이 관계 정상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지의 문제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북·일 관계개선은 미·일, 한일, 남북관계 등 다른 양자 관계들도 전부 같이 개입되는 문제다. 다른 양자 관계들이 북·일 관계에 때로는 장애요인으로, 때로는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 것이 현재 국면이다.

또 하나의 중요한 포인트는 북한이 납치자 문제를 해결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점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2002년 북한에서 만났을 때 이미 북한은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강한 의지가 있었다. 따라서 북한은 이번 기회에 이 문제를 정리하고 넘어갈 의사가 있다고 본다.

프레시안 : 한반도 문제가 안 풀리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이자 동북아의 뇌관이 북핵문제다. 그런데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대학교 석좌교수가 29일 <한겨레>에 "미국과 중국이 수교하면서 양측이 핵보유국가로서 전쟁위험을 해소했다”며 “미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수교하는"식의 북핵 문제 해결 방안을 주장했다.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면서 북·미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라는 제안인데 이게 가능할까? 미·중 관계를 예로 들면서 북·미관계도 그런 식으로 풀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뉘앙스의 이야기를 했는데 미국에서 이걸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수훈 : 북한과 중국, 그리고 당시와 지금은 좀 다르다. 미·중 양국이 수교할 때는 미국 입장에서 중국과 이른바 ‘데탕트’를 하지 않으면 안 될 절박한 이유가 있었다. 그렇지만 북한은 다르다.

미국에서 북한 핵을 인정하겠다는 여론은 어디에도 없다. 워싱턴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이야기는 비개입정책이나 전략적 인내 정책이 모두 실패했으니까 개입을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이다. 이를 통해 비핵화로 가야 한다는 전망이다. 핵보유국 인정은 사실상 불가능한 논리다.

또 지금 단계에서 비핵화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시간이 더 지나서 비핵화를 시도하면 지금보다 훨씬 비싼 비용을 치러야 할 것이다. 지금은 6자회담이라는 틀이 있고 중국이 의지가 있으니 2.13 합의로 돌아가서 북한의 핵시설 불능화 추진하고 핵 폐기하는 수순으로 가야 한다. 중국 입장에서도 북한 관리 측면에서 북한의 도발적인 행동이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지금 동력을 만들어서 북한을 협의 테이블에 앉혀놓고 협상하는 것이 훨씬 이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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