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검찰, '정윤회 문건' 수사…사라진 최 경위 자살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검찰, '정윤회 문건' 수사…사라진 최 경위 자살 [단비칼럼] 또 검찰 수사 받다 자살, 막을 대책 없나
지난 1월 5일 소위 청와대 비선개입, 문건유출 사건에 대한 중간수사결과가 발표되었다. 중간 수사결과이지만 사실 최종 발표이다. 일부 고발사건이 남았고 이에 대해서는 수사를 하겠다고 하지만 중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가 끝났다.

이번 수사에서 문건유출 경위에 대한 수사는 어느 정도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몸통인 청와대 비선개입, 국정개입과 농단에 대해서는 의혹을 해소할 만한 수사가 아니다. 수사결과에 대해서도 할 말이 있지만 여기서는 수사과정을 되돌아보고자 한다.

강압수사 없었다지만...수사결과 발표에 빠진 최 경위에 대한 애도

이번 사건의 수사 과정은 엄청났다. 수많은 고위공직자들과 경찰들이 수사를 받았다. 연일 검찰청 앞에 기자들이 진을 쳤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안타깝게도 경찰관 한 명이 자살을 했다.

문건의 유출자로 지목된 최 경위가 검찰의 조사를 받고 구속영장이 청구되었다가 구속영장청구가 기각되자 자살한 것이다. 검찰은 당장 강압은 없었다고 밝혔다. 공신력있는 국가기관인 검찰의 발표이니 믿지 않을 도리가 없다. 하지만 문자 그대로 검찰의 발표일 뿐 객관적인 증거는 없다. 제3자가 확인한 것도 아니다. 놀라운 일이지만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유야 어떻든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수사대상자가 자살한 것은 안타깝고 슬픈 일이다. 여기에 대해서 검찰은 수사발표에서 한마디라도 언급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자살은 최후의 선택이고 여러 가지 사정이 있기 마련이다. 검찰 수사 때문에 자살한 것이라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수사와 최 경위의 자살이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다고 볼 수는 없다. 그가 수사를 받지 않았다면, 그리고 수사과정에서 인격적인 대우를 받았다면 자살을 선택했을 리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에서 최 경위에 대한 애도는 없었다. 한 사람의 생명이 사라졌는데 마치 아무런 일이 없었던 것처럼 수사결과가 발표되었다.

검찰수사와 자살, 인과관계 없다고 말할 수 있나

이번 사건은 2003년 8월의 현대그룹 정몽헌 회장의 자살을 떠올린다. 한국의 최대 재벌그룹 회장이었던 정몽헌은 검찰 수사를 받은 뒤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재벌회장이라고 하면 세상의 거의 모든 권세를 다 누리는 자이다. 날아가려는 비행기도 세울 수 있을 정도이다. 이쯤되면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말이 진짜인 것 같다.

그런데 그런 재벌회장이 검찰의 수사를 받으면서 자살을 선택했다. 재판을 받더라도 최소한의 형을 선고받을 것이며 곧 사면될 사람인데 말이다. 도대체 검찰 수사과정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아무도 검찰 수사과정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모른다. 오로지 검찰만이 알 뿐이다. 외부에서 확인할 방법이 없다. 검찰의 가혹행위, 강압수사는 없었다는 말을 믿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의혹은 해소되지 않고 같은 사건이 계속 반복된다. 이쯤되면 제도의 문제라는 점을 알 수 있다.

해결방법은 있다. 외부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수사과정을 투명화하고 기록으로 남기면 된다. 그래서 만일 문제가 되면 즉시 외부의 기관이 기록된 수사과정을 확인하면 된다. 검사의 눈이 아닌 일반 시민의 눈으로 말이다.

검찰수사 과정 영상녹화, 가능하고도 필요한 일

가장 간단한 해결방법은 검찰 수사를 영상녹화하는 것이다. 예전에 이런 주장을 하면 엄청난 장비와 돈이 든다고 비웃기까지 했다. 그런데 정보통신혁명은 이런 우려를 없애버렸다. 영상물 촬영에 거의 돈이 들지 않게 된 것이다. 세상 어디를 가도 CCTV가 있고 심지어 차량에도 블랙박스를 달 정도이다. 아마 내가 평생 동안 찍은 사진보다 최근 며칠간 나도 모르게 찍힌 사진이 더 많을 것이다. 비용부담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진 것이다.

검찰 수사를 영상녹화하면 수사과정을 사후에 확인할 수 있다. 영상녹화물로 검찰 수사에서 발생하는 모든 의심을 해소할 수 있다. 조금이라도 강압수사, 위법수사의 의심이 있으면 이 영상녹화물을 확인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

그것도 검찰만의 확인이 아니라 외부의 시각에서 확인할 수 있다. 검찰로서도 검찰 수사에 문제점이 없었다는 점을 당당히 입증할 수 있다. 영상녹화물은 검찰에 대한 신뢰 회복의 계기가 될 것이다.
검찰 수사 확인기관은 검찰 외부 인사로 구성되어야 할 것이다. 외부 기관은 의심스러운 사건이 발생했을 때 구성해도 좋지만 미리 구성되어 있으면 더욱 좋을 것이다. 사건에 대해 중립적일 수 있고 정치적인 편향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해해서는 안되는 것이 있다. 수사과정을 영상녹화한다고 해서 이를 아무나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만일 누구나 영상녹화물을 볼 수 있다면 수사기밀이 누설될 수도 있고 수사를 받는 피의자의 인권이 침해될 수도 있다. 수사기법이나 국가기밀이 누설될 수도 있다. 따라서 미리 구성된 중립적인 인사들이 비밀유지의무를 지면서 문제된 사건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수사기밀도 유지할 수 있고 위법수사도 막을 수 있는 방법이다.

수사 영상녹화는 세계적 추세...검찰 신뢰 회복하는 길

영상녹화는 반드시 수사의 전 과정을 녹화해야 한다. 수사의 전 과정이 영상녹화되어야 위법수사, 강압수사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영상녹화실이 아닌 다른 곳에서 기존의 방식대로 수사를 한 다음 순순히 자백한 경우만 영상녹화한다면 위법수사, 강압수사 통제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수사의 일부만을 녹화하면 오히려 녹화되지 않은 부분에 대한 의심을 증폭시킨다. 현행 법률은 수사기관의 영상녹화가 의무화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수사기관이 영상녹화를 하려면 수사의 전 과정을 녹화하도록 되어 있다.
수사를 영상녹화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다. 일본에서도 추진되고 있다. 위법수사를 통제하고 수사의 대상이 된 시민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서이다. 우리의 인권 수준과 정보통신기술 수준을 생각해 볼 때면 검찰 수사에 대한 영상녹화를 시도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아니 이미 시도했어야 했다.

검찰 수사를 영상녹화한 다음 경찰 수사에 대한 영상녹화도 의무화함으로써 수사에 관한 한 인권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다. 다시는 수사과정에서 자살과 같은 비극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이번 수사과정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한 최 경위의 명복을 빈다.

김인회 교수의 <단비칼럼>을 매주 연재합니다. '단비칼럼'은 '단숨에 읽는 비평 칼럼'의 줄임말입니다. 필자인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참여정부 시민사회비서관,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사법위원장을 지냈으며 현재 한국미래발전연구원 부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검찰을 생각한다>(2011) 등의 저서를 낸 김인회 교수는 <단비칼럼>에서 오늘의 한국 사회와 사법제도의 문제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과 올곧은 해법을 전해드립니다. 편집자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원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2-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