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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4세 승계]①창업보다 어려운 '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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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3·4세 승계]①창업보다 어려운 '수성'

삼성·현대차 3세 경영 본격화…오너 3·4세, 역할 재정립해야

한국 대기업들이 안팎으로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 각 산업의 성장을 이끌어 온 창업주와 2세들의 퇴진이 가시화되고 있는 만큼 이제 3·4세들로의 경영권 승계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역사적으로 경영권 승계이후 기업의 명암이 엇갈린 사례는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창업주나 2세와 달리 이들로의 지배구조 변화는 기업의 또 다른 흥망성쇠를 예고하고 있다. 국내 주요그룹 오너 3·4세들 경영참여 현황과 과거 사례, 바람직한 지배구조, 해외사례 등을 정리해본다. 편집자



'사업보국(事業報國, 사업을 통해 나라를 이롭게 한다는 의미)'. 국내 대기업들의 창업과 성장 배경에 자리잡고 있는 단어다.

삼성과 현대차, LG, SK 등 현재 국내 굴지 대기업들의 창업주들은 '사업보국'의 정신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의 사업을 성장시키는 것이 결국 국가에 기여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창업주로부터 가업을 이어받은 2세 경영인들 역시 이같은 정신에 충실했다.

하지만 최근 이 단어가 가지고 있는 무게감이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다는 평가들이 많다. 경영의 중심이 3·4세들로 넘어가면서다. 어려운 시기에 기업을 일궜던 창업주나 그런 노력들을 지켜보며 성장했던 2세들과 현재 3·4세들이 느끼는 간격은 적지 않다.

최근 불거진 '땅콩회항'이 주요 대기업들에게 경각심을 주고 있는 것도 사건의 당사자가 한진그룹 오너 일가 3세들이기 때문이다. 한진그룹외에도 많은 기업들에서 이미 오너 3·4세들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한순간 이들의 잘못된 판단은 그룹 자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 삼성·현대차 등 3세 경영 본격화

재계 1, 2위인 삼성과 현대차는 3세 경영이 본격화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이건희 회장이 와병중인 삼성은 이미 공식적인 승계를 위한 작업을 상당부분 진행한 상태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SDS와 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 상장을 통해 승계에 필요한 기반을 갖췄다. 대주주 매각제한 기간이 풀리면 이를 기반으로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주요 계열사 지분 상속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 부회장은 최근 한화그룹과의 빅딜 등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 사실상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섰다는 평가다. 삼성은 이 부회장 외에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 등 3남매가 모두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3세인 정의선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지 오래됐다. 정 부회장 역시 보유하고 있는 지분 등을 활용해 현대차그룹 승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몽구 회장의 딸들은 이노션과 현대커머셜 등 계열사 고문이나 임원 등을 맡고 있지만 본업인 자동차에는 관여하지 않고 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사실상 총수 역할을 하고 있다. 조현준 효성 사장과 조현상 효성 부사장도 아버지 조석래 회장을 대신해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

다른 그룹들도 오너 3·4세들이 포진하고 있다. LG는 정기인사에서 구본무 회장의 아들 구광모 부장이 상무로 승진하며 눈길을 끌었다. 본격적인 경영수업이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의 아들인 구형모씨도 현재 LG전자에 입사한 상태다.

현대중공업 최대주주인 정몽준 전 의원의 아들인 정기선씨도 작년 인사에서 상무로 승진했다. GS의 경우 허창수 회장의 아들인 허윤홍씨가 GS건설 상무로 재직중이다.

한진은 조현아 전 부사장 외에 조현태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 등 3남매가 모두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한화 역시 김동관 한화솔라원 영업실장을 비롯한 김승연 회장의 세아들이 모두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상태다. 김동관 실장은 지난 정기인사에서 상무로 승진했다.

한편 2·3세들이 한창인 기업들은 자녀들을 계열사 직원을 일하게 하는 등 초보적인 단계를 밟고 있다. 최태원 회장의 둘째딸인 최민정씨는 최근 해군에 입대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 초고속 승진..경영능력 검증 목소리도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가 최근 내놓은 분석에 따르면 30대그룹 총수 직계 3·4세들이 입사후 임원으로 승진하는 기간은 3.5년에 불과했다.

문제가 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6.5년, 조 전 부사장에게 보낸 문자로 구설에 오른 조현민 전무는 3.9년만에 임원이 됐다. 이재용 부회장이나 정의선 부회장 등도 각각 9.4년, 5.8년 등으로 평균보다 길었다. 입사후 바로 임원이 된 경우도 적지 않다.

이처럼 대부분 오너 일가들이 입사후 초고속 승진을 하고 있다는 점은 충분한 경영능력 검증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로 지적된다. 일부에서 오너 일가의 경영참여와 기업승계를 당연시 하는 현재 지배구조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런 시각은 지난해말 SK그룹 경영진을 대상으로 한 김상조 한성대 교수의 강연에서도 엿볼 수 있다. 김 교수는 조현아 전 부사장을 거론하며 "재벌 3세들이 역경을 모르고 자랐기 때문에 사회와 공감하는 능력을 상실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옛날처럼 모든 것을 보고받고 결정할 수 있는 경영환경이 아니기 때문에 총수는 그룹내 업무를 조정하고 연결하는 ‘코디네이터’ 역할을 해야 한다"며 "이후 시장과 국민에게 능력을 인정받으면 CEO를 하고 그게 아니라면 배당받는 주주로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재계 역시 고민이 많다. 짧게는 몇년, 길게는 수십년간 총수 중심 의사결정 구조에 맞춰진 시스템이나 구성원들이 변화하기는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오랜기간 쌓여온 총수중심 경영에서 벗어나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SK나 CJ의 상황과 최근 한화의 행보를 보면 확연하게 차이가 나지 않느냐"고 말했다.

오너 3·4세들의 경영 참여 역시 마찬가지 문제라는 설명이다. 그는 "총수 중심 지배구조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3·4세들의 경영 참여 역시 불가피한 문제"라며 "현재로선 충분한 경영수업 등을 통해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워치=프레시안 교류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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