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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증세' 이중잣대, 연말정산 파동에도 요지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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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증세' 이중잣대, 연말정산 파동에도 요지부동 최경환 "공약 가계부대로" vs. 나성린 "박근혜식 증세는 한계"
"증세는 세율을 인상하거나 세목을 신설하는 것으로 저는 이해하고 있습니다."

4일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연말정산 대책을 보고하겠다며 국회에 나와서 한 얘기다. 이에 나성린 새누리당 의원이 다시 물었다. "비과세·감면 조치 축소가 증세가 아닌가." 그러자 최 부총리는 이렇게 되물었다. "그럼 경제 성장이 돼서 세금이 늘면요."

이처럼 최 부총리에게 지난 소득세법 개정으로 늘어난 세 부담 증가는 증세가 아니다. 많은 이들이 정부의 '꼼수 증세'를 비판하고 있지만, 그에게 증세란 오로지 세율 인상과 세목 신설뿐이다. 단, 소득세에 대해서만.

최 부총리가 지난 10월 국정감사 때 했던 말을 잠시 돌이켜 보자. 그는 "이명박 정부에서 사실 부자증세를 했었다"며 2008년 이후 이뤄진 세법 개정들을 그 근거로 내세웠다. 당시 기재부 자료에는 이렇게 써 있었다.

"법인세율을 인하한 것은 사실이지만, 최저한세율을 14%에서 17%로 올렸고, 고용창출 투자세액 공제를 축소하는 등 기업들의 비과세·감면 조치를 정비했다." (☞ 관련 기사 : 최경환의 거짓말 "MB정부, 부자 증세 이뤄져")

당시 그는 기업을 상대로 한 비과세·감면 조치 조정에 대해선 엄연히 '증세'라고 했다. 세율이 인하됐어도, 제도 정비로 세수가 늘어나면 증세라는 것이다. 대체 최 부총리는 어느 쪽을 진짜 증세라고 믿고 있는 걸까.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인 걸까.

연말정산 파동 거치고도 달라진 것 없는 정부

이렇듯, 연말정산 파동을 거치고 나서도 정부 입장은 사실 달라진 게 없다.

최 부총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서도 '증세는 없었다'고 주장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증세 없는 복지'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질타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터져 나왔다.

새누리당 나성린 의원은 최 부총리를 향해 "정부가 지금 하고 있는 걸 두고 나는 '박근혜식 증세'라고 부른다"며 "(세율 인상이 아니어도) 다른 증세가 분명히 있는데 전혀 증세가 없는 것처럼 얘기하며 불필요한 논쟁을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관영 의원은 "기재부가 오늘 낸 보고서를 보라"면서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해 확보한 재원을 근로장려금과 자녀장려금에 써서 전체적으로 4700억 원 감세 패키지라고 기술하고 있다. 증세는 아니라면서 이럴 때는 '감세'라고 한다"고 했다.

최경환 "공약 가계부대로" vs. 나성린 "박근혜식 증세는 한계"

그래도 최 부총리는 굽히지 않았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모두 나서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다'고 인정했지만 그는 '공약 가계부'대로 계속 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약 가계부는 박 대통령이 대선 시기, 그리고 정권 초기에 내놓은 국정 과제다. 지출 구조조정과 지하경제 양성화, 비과세·감면 축소 등의 우회로를 활용해 복지 재원 134조8000억 원을 확보하겠다 게 그 내용이다.

최 부총리는 "최대한 지하경제 양성화나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재원을) 확보하고 그래도 안 되는 경우가 발생하면 국민 공감대를 전제로 증세 문제를 논의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에 나 의원이 다시 반박에 나섰다. 그는 "박근혜 식 증세는 한계이므로 이제는 국민 대타협을 통해 증세를 논의할 때가 됐다. 법인세 증세만으로는 무상복지 재원이 충분하지 않다"고 했다.

이렇게 '공약 가계부' 실패와 '증세'의 필요성이 대두되자 최 부총리는 돌연 정부의 책임을 뒤로 하고 모든 공을 국회로 돌리는 모습도 보였다.

그는 "지금 각 의원들이 쓰는 복지 개념도 다 다르다. 저부담 저복지로 할 것인지, 중부담 중복지로 할 것인지에 대해 여야가 컨세서스(합의)를 이뤄달라. 복지 수준이 정해져야 재원 조달을 어떻게 할 지가 정해지는 것 아니냐"고 했다. 정 증세를 하고 싶으면 국회에서 먼저 나서라는 제스처다.

최경환 "골프 관련 세율 인하, 검토하고 있지 않다"

조세 형평성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다. 새정치연합 김현미 의원은 "이미 국회에서 부결됐던 가업상속세 공제 확대도 새누리당이 다시 시도하고 있고, 골프장 세율 인하도 검토되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여기서 가업상속세 공제 확대는 중견기업이 가업을 승계해 상속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상속세를 대폭 깎아주려는 법이다. 지난 연말 예산부수법안으로 본회의에 상정됐지만, 여당 안에서도 다수의 기권·반대표가 나오면서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골프장 관련 세율 인하는 박 대통령의 3일 '골프 활성화' 발언 이후 논란이 되고 있다. 관계부처에서 대통령 말씀을 받들어 세제 혜택 방안 마련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다.

최 부총리는 이날 "골프 관련 세율 인하는 현재로선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그러나 가업상속세 공제 완화에 대해선 "중소기업의 요구"를 강조하며 "새누리당 의원들이 입법을 준비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새정치연합 김관영 의원은 이와 관련, "이번 연말정산 파동에 장관도 놀랬을 것"이라면서 국민 분노가 컸던 이유는 "조세체계의 공평성이 이미 근본적으로 훼손돼 있어서다. 비단 연말정산으로 세금을 더 내게 돼서만이 아니라 국민 분노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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