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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나와라"만 외치다 지나가버린 5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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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나와라"만 외치다 지나가버린 50일 [TV로 보는 김정은의 북한] 물 건너간 대화…남북, 협상테이블에도 못 앉아
북한이 11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특별성명을 통해 사실상 우리 정부와의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의 지령에 따라 움직이는 친미괴뢰(남한 당국)들과 열백번 마주앉는다 해도 해결될 것이란 아무 것도 없고 북남관계에서 진정한 개선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는 것이다. 다음 달부터 북한이 반발하는 한미연합훈련이 시작되는 만큼, 앞으로 몇 개월 동안 남북대화가 이뤄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미국의 '하수인'인 우리 정부와 대화를 해도 해결될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주장하긴 했지만, 북한이 남북대화에 나오지 않기로 한 것은 지금 단계에서 대화 테이블에 나와도 얻어갈 것이 없다는 판단을 한 때문으로 보인다. 북한의 이같은 속내는 4일 '조평통 대변인의 조선중앙통신 기자 문답'내용에 잘 나타나 있다. 조평통 대변인은 "온 겨레가 한결같이 요구하고 있는 5.24 조치 해제와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도 미국과의 논의가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남조선 당국자들 자신이 스스로 말하고 있지 않은가"라며, 지금 남북대화를 해도 5.24 조치 해제나 금강산관광 재개가 이뤄질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남북대화에 나서지 않고 있음을 내비쳤다.

▲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11일 '특별성명'을 발표해 남한이 미국의 대북압박 정책에 동조하면 '보복 대상'이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연합뉴스

남북대화 못 이뤄진 이유는?
올해 초만 해도 정상회담 가능성까지 거론되다 남북이 대화 한번 못해보게 된 데에는 북한의 소극적인 태도가 원인이 됐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김정은 제1비서가 신년사에서 최고위급 회담까지 언급한 상태에서, 북한도 한 번쯤은 남측과 만나 우리 정부의 속내를 들어볼 필요가 있었다. 한미훈련이 시작되기 전 2개월의 시간은 아무것도 안 한 채 흘려보내기에는 너무 아까운 시간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된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대북전략에는 문제가 없었는지에 대해서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정부가 지난해 말부터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적극적으로 표출한 것은 평가할 만했으나, 정부는 "일단 만나서 모든 것을 논의하자"는 수준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5.24 조치나 금강산관광 문제도 "만나서 논의할 수 있다"는 얘기는 했지만, 정말 문제를 풀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확실한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다.

정부는 이 부분에 대해 확실한 메시지를 주지 않는 것이 협상 전략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우리 정부의 의사를 미리 밝혀버리면 북한과 만났을 때 협상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협상 전략과 대북 메시지는 다른 것이다. 우리 정부가 북한과 현안 문제를 풀 의지가 있는지 아닌지 확실치 않은데, "일단 나와라"라는 말만 믿고 북한의 대남 담당자들이 협상장에 나오는 모험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대북 메시지는 확실히 줘야

일단 정부가 북한과 어떠한 현안을 풀겠다는 메시지를 확실히 주고 난 뒤, 북한이 협상장에 나오면 구체적인 협상 전략에 따라 세부적인 항목들을 조율해나가야 한다. '하겠다는 것인지 안 하겠다는 것인지'가 불명확한데, 이것을 협상 전략이라고 해서는 곤란하다. 그리고, 대북 메시지는 북한에 앞서 언론과 국민들에게도 적절한 방법으로 제시돼야 한다. 우리 언론과 국민들도 정부가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헷갈리는 상황에서, 북한이 무작정 대화의 장으로 나오려고 하겠는가?

북한이 핵개발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관계만의 획기적 진전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지금보다 남북관계를 진전시키고자 한다면, 어느 선까지가 가능한 목표인지를 명확히 설정하고 거기까지는 가겠다는 메시지를 북한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표출할 필요가 있다. 올해 초 대화의 시간은 낭비했지만, 다시 오게 될 대화의 전기에 보다 발전된 대북협상 전략을 기대해본다.

* 북한학 박사인 안정식 기자는 SBS에서 한반도 문제를 취재, 보도하고 있으며 북한포커스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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