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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 정권교체냐? 장기집권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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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 정권교체냐? 장기집권이냐? [차이나 프리즘] 불확실성 커지는 2016년 타이완 총통 선거
지난해 하반기에 있었던 타이완(臺灣)의 지방선거에서 마잉지우(馬英九) 총통이 이끄는 집권여당 국민당이 타이베이(臺北)시 교외지역인 신베이(新北)시 하나만을 겨우 차지하고, 수도 타이베이를 비롯하여 타오옌(桃園), 타이중(臺中), 타이난(臺南), 까오슝(高雄) 등 다섯 곳의 직할시에서는 모두 야당 연합이 승리하였다.

타이베이에서 국민당의 하오롱빈(郝龍斌) 전임 시장에게 바톤을 이어받은 국민당 원로 렌잔(連戰)의 아들로 타이완판 태자당으로 불리던 렌성원(連勝文)은 무소속 연합의 무명의 의대교수 커원저(柯文哲)에게 큰 표차로 패배하였고, 지금까지 국민당의 표밭이었던 북부의 타오옌과 중부의 타이중에서는 민진당 후보가 국민당 후보를 압도하는 높은 득표율로 승리했다. 이같은 결과는 1년 후에 있을 총통선거에 대비하여 타이완 정계 분위기를 벌써부터 가열시키고 있다.

국민당 입장에서 보자면, 직전 2010년 5대 직할시 선거에서 3:2의 근소한 우세구도가 4년이 지난 후, 예전 표밭이었던 지역(타오엔)이 직할시로 승격되는 이점을 가지고서도 오히려 1:5의 절대 열세의 결과가 나타나자, 선거참패의 책임으로 1년 이상 임기가 남은 마잉지우 총통이 당 주석직을 사퇴했다. 대신 국민당의 유일한 생존자 신베이시장 주리룬(朱立倫)이 50대 초반의 비교적 젊음을 강점으로 세대교체와 당내개혁을 앞세워 새로이 국민당을 이끄는 대표가 되었다.

▲ 마잉주 대만 총통(가운데)이 지난해 12월 3일(현지시각) 타이베이의 국민당 당사에서 지방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집권 여당인 국민당 주석직에서 사퇴한다고 밝힌 뒤 머리를 숙이고 있다. ⓒAP=연합뉴스

민진당은 기존의 확고한 지지기반이었던 남부지역의 한계를 극복하고, 중부와 북부지역에까지 지지세를 넓혔다. 타이베이시장 커원저는 무소속이지만 민진당이 자체 후보를 내세우지 않는 등 음양으로 지원하면서 범야권 연합후보의 승리라는 점에서 일정 정도 과실을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야권이 타이베이를 비롯한 타이중과 타오엔 등 대도시에서 승리한 것은 지난해 상반기 타이완 정치를 뜨겁게 달구었던 해바라기 학생운동과 양안교류의 확대정책에 대한 민중들의 위기감이 증폭되면서 반사효과를 얻었다고 할 수 있다. 2010년 타이완 지방선거에서 22곳 중 불과 6곳을 차지하는데 그첬던 민진당은 이번에는 13곳에서 승리하며 두 배 이상 세력을 키웠다. 더불어 2012년 총통선거에서 마잉지우에게 패배했던 차이잉원(蔡英文)은 새로이 민진당 주석으로 당선되면서 다시금 총통직 도전을 꿈꾸며 정치적 재기를 도모할 수 있게 되었다.

타이완 언론 TV BS의 2월 5일자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당의 예상 후보로 주리룬 이외에 우둔이(吳敦義) 부총통, 왕진핑(王金平) 입법원장, 하오롱빈 전임 타이베이 시장 등이 언급됐다. 민진당의 예상후보로는 차이잉원을 비롯하여 라이칭더(賴慶德) 타이난 시장과 커원저 타이베이 시장을 열거하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는 민진당에서 차이잉원, 라이칭더가 후보로 나서거나 혹은 커원저를 지지후보로 내보낼 시, 상대가 국민당의 주리룬이라고 상정할 경우에는 2~4% 앞서고, 왕진핑, 하오롱빈, 우둔이일 경우에는 10~40% 앞서나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국민당 후보로 주리룬이 나설 경우에, 커원저에게는 39:43으로 4% 정도 뒤지고, 차이잉원과는 41:43, 라이칭더와 39:41으로 불과 2% 정도 뒤처진다는 결과다. 오차범위를 생각하면 주리룬이 국민당 후보로 나설 경우에 민진당 후보들과 대등한 시소게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주리룬은 총통선거에 나서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때문에 지금으로써는 국민당 내부 후보자가 누구로 결정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편 주리룬이 나서지 않을 경우엔 국민당의 다른 후보들인 왕진핑, 하오롱빈, 우둔이 모두 민진당의 후보군들에게 30-40% 이상 큰 격차로 패배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TVBS가 2월 10일 발표한 정당 지지도 조사결과는 조금 흥미로운 점을 보여주고 있다. 세대교체와 당내개혁을 통해 2016년 재집권을 목표로 하는 주리룬의 개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주리룬에 대한 개인적인 신뢰도는 높지만, 국민당의 뿌리깊은 부패 네트워크에 대한 불신이 더 깊게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조사 결과를 보면 첫째, 국민당이 민의를 잘 수렴하고 있다고 대답한 응답자는 19%에 그친데 비해 민진당은 응답자의 58%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둘째, 국민당이 국민의 이익보다 당의 이익을 더 중시한다고 생각한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73%에 이르는 데 반해, 10%만이 인민의 이익을 중시한다고 대답했다. 반면 민진당은 응답자의 43%가 당의 이익을 중시한다고 대답했지만 38%의 응답자는 인민의 이익을 중시한다고 대답했다. 상대적으로 민진당이 대중들에게 보다 깨끗한 이미지를 지닌 정당으로 비춰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셋째, 국민당이 재벌의 영향을 심각하게 받고 있다고 대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76%에 이르렀으며, 불과 14%의 응답자만이 국민당이 깨끗하다고 답했다. 이는 국민당이 타이완 역사 이래 가장 낮은 평가를 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주리룬이 이끌 국민당에 대한 낮은 기대는 2012년 4월 마 총통의 두번째 임기가 시작된 이후 측근들의 연이은 부패사건으로 한층 증폭됐다. 2012년 국민당의 부주석 린이스(林益世), 마총통 비서실장 출신의 타이베이 시의원 라이스루, 2014년 내정부 관리 예스원 등의 부패추문사건이 연이어 폭로됐다. 이미 전임 총통이었던 민진당 천수이볜(陳水扁) 일가의 부패 추문으로 부패에 대한 단죄를 바라는 타이완 민중들은 오랜 집권당이기도 한 국민당의 뿌리깊은 부패사슬에 염증을 느끼며 개혁에 대한 불신이 높음을 드러내고 있는 지표이다.

비록 마 총통은 청렴한 것으로 비쳐지고는 있으나, 측근관리에 실패하고, 금전과 관련된 부패사건으로 인해 국민당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위 여론조사에서 주리룬에 의한 국민당 개혁이 성공할 것으로 믿는다고 대답한 응답자는 38% 정도이고, 못믿겠다고 대답한 사람이 48%로 과반수에 이르렀다. 이 때문에 응답자의 36%는 2016년 대선에서 민진당이 집권할 것으로 보았으며 국민당이 승리할 것으로 대답한 경우는 19%에 불과하였다. 그러나 다수인 42% 정도는 여전히 아무런 의견도 표명하지 않으면서 관망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타이완의 총통선거는 초반 야권이 우세한 분위기에서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영국 노팅햄 대학 중국정책연구소 부소장 조나단 설리반(Jonathan Sullivan) 교수는 지난해 지방선거가 종료된 이후 한 기고문에서 "타이완의 지방선거는 사회의 불만정서를 반영하지만, 총통선거는 그렇지 않았다"고 하면서 타이완 정치의 불가측성을 이야기한 바 있다. 우리 역시 1년 여 남은 총선과 2년 이상을 남긴 대선에서 누가, 어느 정당이 당선되고 집권당이 될 것인가는 결국 누가 민중의 요구에 부합하는 개혁과 변화를 주도해 가는가에 달려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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