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조선일보>는 전날 박근혜 대통령이 중동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뒤 첫 일정으로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병실을 찾은 것을 대서특필했다.
1면 정중앙에 박 대통령의 병문안 사진기사와 하단에 '리퍼트 병문안 간 박 대통령 "의연한 대처 큰 감동…영원히 같이 가자"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이어 3면 머릿기사로 '리퍼트 "덤으로 얻은 인생… 韓·美관계 발전에 최선"'이라는 제목으로 병문안 관련 상세 기사를 실었다. 박 대통령은 9일 오전 서울공항에 도착한 후 세브란스병원으로 향해 10시 40분경 리퍼트 대사를 만났다. 접견은 10분 동안 이뤄졌다. <조선>은 10분 동안의 접견을 2면의 지면을 털어 보도했다.
이 모든 보도를 뛰어넘는 이날 관련 보도의 압권은 3면에 실린 '朴대통령·리퍼트 대사 '천우신조 奇緣(기연)''이라는 제목의 해설(?) 기사였다. 박 대통령이 이날 리퍼트 대사를 만나 "저도 지난 2006년에 비슷한 일을 당해서 바로 이 병원에서 두 시간 반 수술을 받았는데 미 대사님도 같은 일을 당하셨다는 것을 생각하니까 더 가슴이 아팠다"며 "어쩌면 (피습 사고가) 그렇게 비슷한 점이 많은지요. 상처 부위도 그렇고 2시간 반 동안 수술을 받은 것도 그렇고…당시 의료진이 얼굴의 상처가 조금만 더 길고 깊었어도 큰일 날 뻔했다고 했는데, 어쩜 그것도 그렇게 비슷한지…"라고 말한 것에 대한 상세한 설명인 셈이다.
이 기사는 "박 대통령이 지난 2006년 한나라당 대표 시절 받은 커터 칼 피습과 이번에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가 받은 과도 피습으로 인한 상처와 손상 형태는 해부학적으로 천우신조와 같은 행운이 여러 개 겹친다"며 '5가지 기연'을 강조했다. 이 기사에서 꼽은 5가지 기연은 1) 칼날이 경동맥 1-2센티미터 앞에서 멈춤 2) 안면신경 손상을 수 밀리미터 차이로 비켜 감 3) 귀밑샘(이하선) 침샘관 절단을 아슬아슬하게 벗어남 4) 같은 성형외과 의료진에게 안면흉터 봉합술 받음 5) 세브란스병원 20층 같은 VIP 병실에서 입원 치료 받음 이었다.
이 같은 보도와 함께 인포그래픽을 통해 박 대통령과 리퍼트 대사의 상처 부위를 상세하게 설명하기도 했다.
<조선>은 수술 집도의 유대현 교수의 말을 빌어 "수술이 2시간 반에 걸쳐 이뤄진 것도 유사하다"며 "두 분 다 수술이나 회복 과정에서 의연하게 대처한 모습이 인상깊다"고 거듭 강조했다. ()
이같은 집중 보도는 리퍼트 대사 피습 사건을 계기로 한 보수층 결집을 독려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을 계기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4월 재보선을 앞두고 이번 피습사건이 정치적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경찰이 김기종 씨에 대해 국가보안법까지 적용하려는 것도 이런 의구심을 부추긴다.
9일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에 따르면, 지난 2일부터 6일까지 전국의 유권자 2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3월 1주차 주간 집계 결과, 박 대통령의 취임 106주차 국정수행 지지도(긍정평가)는 1주일 전 대비 4.0%p 오른 39.3%(매우 잘함 12.7%, 잘하는 편 26.6%)를 기록했다. '국정수행을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는 3.0%p 하락한 54.6%(매우 잘못함 36.4%, 잘못하는 편 18.2%)로 나타났다.
리얼미터는 이런 결과에 대해 "한미동맹 균열에 대한 위기감을 느낀 보수층의 결집 효과"라고 분석했다.
이 조사는 전화면접(CATI) 및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무선전화(50%)와 유선전화(50%) 병행 RDD 방법으로 조사했고, 응답률은 전화면접 방식은 20.2%, 자동응답 방식은 6.2%였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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