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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의 유연함을 위해서는…" [김형찬의 동네 한의학] 부드러움이 건강을 지킨다
"새벽에 산에 가서 운동하다 허리를 삐끗했어요."
"팔 굽혀 펴기 몇 개 하고 났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어깨가 안 올라가요."

봄이 되면서 운동하다 몸을 다친 분들이 종종 옵니다. 대부분 겨울 동안 몸무게도 늘고 운동도 안하다가 날이 좀 따뜻해지자 의욕적으로 시작했다가 탈이 난 경우입니다. 이런 분들 중에는 시쳇말로 운동 좀 했다는 분들도 꽤 있습니다. 마음은 이전에 한참 운동할 때와 같고 다 될 것 같은 기분도 드는데 몸이 마음을 못 따라 가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지요. 때론 몸무게는 변화가 없지만 줄어든 신체활동량 때문에 근육이 줄어든 것을 생각지 못해 허리나 무릎 그리고 발목처럼 체중을 견뎌야 하는 관절에 무리가 온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당장의 고생은 물론 모처럼 생겼던 의욕마저도 시들해지게 되게 되지요.

이런 분들을 치료하다 보면 근육의 상태와 체액의 흐름이 좋지 않은 경우를 많이 봅니다. 비유하자면 좋은 근육의 상태가 봄에 물이 오른 연한 나뭇가지와 같다면 환자분들의 상태는 뻣뻣한 가지나 심한 경우에는 반쯤 굳은 찰흙덩어리 같은 느낌이 듭니다. 때론 활시위처럼 팽팽한 긴장감이 있기도 하고 너무 무력한 경우도 있지요. 각각의 몸 상태에 맞게 치료를 하면서 50대 이후의 환자분들에게는 이제 힘보다는 유연함을 키우는데 좀 더 관심을 갖으시라고 당부합니다. 무한 청춘을 강요하는 사회적 분위기 탓인지는 몰라도 중년이후 환자분들 중에 유달리 근력에 집착하는 분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건강한 몸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나이에 관계없이 일정 정도의 힘과 유연성 두 가지 모두 필요합니다. 그런데 사람의 일생을 봤을 때 젊을 때를 힘의 시대라고 본다면 중년 이후는 유연함의 시대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태어나서 성장이 멈추고 그것이 일정시간 유지되다가 노화가 시작될 때 상대적으로 중요한 것은 힘보다는 유연함이기 때문입니다. 몸이 유연하다는 것은 기혈의 흐름이 원활하다는 것이고 그것은 심리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경직된 부분이 적다는 의미입니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나이가 들면서 몸속에 있는 오장육부의 기능이 점차로 떨어지고 우리가 과거보다 오래살기 때문입니다.

▲봄이 오고 있습니다. 운동하다 다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연합뉴스


같은 장부를 가지고 이전보다 더 오래 써야 하므로 무리 없이 효율적으로 이용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혈이 막힘없이 부드럽게 흐르고 심리적으로나 신체적으로 과도한 부하가 걸리지 않아야 하는데 이것의 핵심이 바로 유연함입니다. 말하자면 몸과 마음이 유연하다는 것은 건강을 위한 조건인 동시에 건강하다는 증거인 셈이지요. 물론 그렇다고 힘이 필요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나를 움직이고 유지하는데 필요한 근력과 기력 그리고 심력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쌀가마니를 들어 올리고 암벽을 오르고 수백개의 팔굽혀피기를 할 정도일 이유가 없다는 것이지요. 도리어 그런 것을 닮으려고 하다가는 건강에 해가 될 수 있습니다. 젊었을 때 필요한 힘이 남을 이기기 위한 힘이라고 한다면 나이가 들어서의 힘은 나를 지키기 위한 힘이면 충분한 것이지요.

그럼 유연함을 키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몸의 유연함을 키우려면 체조나 스트레칭과 같은 기본적인 방법과 함께 태극권과 국선도처럼 몸을 다스리고 기운의 소통을 돕는 운동을 익히면 좋습니다. 마음의 유연함을 위해서는 자신의 삶의 의미를 알아가고(知天命), 책과 여행 그리고 배움을 통해 견문을 넓혀서 필요없는 힘을 빼고 나와 다름을 수용할 수 있도록(耳順) 노력해야 합니다.

흔히 부드러움을 강조할 때 이유제강以柔制强 이라는 표현을 많이 씁니다. 하지만 이 부드러움은 마냥 힘을 뺀 상태가 아니라 내 중심을 지키고 불필요한 힘을 뺀 상태를 의미합니다. 중년 이후의 유연함은 이러한 상태와 같습니다. 몸과 마음에 그리고 삶에 불필요한 힘을 빼고 부드러워질 때 좋은 건강을 지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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