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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어디서 뭐하고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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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정의당, 어디서 뭐하고 있니?" [주간 프레시안 뷰] 정의당의 존재 의미와 당면 과제
현 시기 대한민국 정당정치에서 원내 제3당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정의당의 존재는 무슨 의미를 가질까요? 아마도 대부분의 정치전문가들이 생각해보지 않은 물음일 것입니다. 생각해보았다 하더라도 주변적인 문제 정도로 취급하고 있을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정치전문가 개인들의 호불호 문제가 아닙니다. 우선은 양당 체제라는 대한민국 정당정치의 구조적 특성 때문입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중심의 정당정치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인 것이지요. 정치전문가와 언론 등이 양당을 중심으로 정치를 논할 수밖에 없는 환경입니다.

둘째는 정의당이 진보정당임을 표방하는 정당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양당 중심 정당체제의 하위 체제로서 복수의 진보정당 체제가 만들어져 있는 것이 대한민국 정당정치의 특성 중 하나입니다. 이는 진보정당의 역량이 분산되어 영향력이 제한적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셋째, 더욱 중요한 것은 정의당이 '파생정당’의 성격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민주노동당-진보신당-국민참여당-통합진보당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생성 기원을 갖고 있는 정당이라는 것이지요. 내부의 분열과 반목 속에서 등장한, 본류가 아니라 곁가지 소수정당으로서 새로울 것이 없다는 부정적 이미지를 태생적 특성으로 갖고 있는 정당이라는 것입니다.

넷째, 앞의 세 가지 이유로 국민적 관심과 지지를 받고 있지 못한 데다 뚜렷한 정책적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다섯째, 결국 정의당으로 계속 정치를 해가겠다는 내부의 확신이 강고하지 못해 지속 가능할 정당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의당 3차 정기당대회에 참가한 천호선 대표와 심상정 원내대표. ⓒ연합뉴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의당은 대한민국 정당정치에서 매우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성장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닙니다. 제3세력의 공간을 차지할 것처럼 보였던 '안철수 새정치 세력'이 새정치민주연합을 이룸으로써 존립의 공간이 열렸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정의당은 여전히 대한민국 정당정치에서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데 가장 열심이어야만 하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 자리는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거대 양당에 대한 비판과 견제의 역할을 수행해야만 하는 위치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그럴 의지도 갖고 있습니다. 종북주의 혹은 구운동권 세력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낙후된 세력이라는 이미지를 탈각하려는 것입니다. 그런 중에 '헌법 안의 진보'임을 자처하며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 선도 정당임을 분명하게 표방하고 있습니다. 헌법 안의 진보란 그저 '제도권 안의 온건 정당'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현대 민주정치가 근거해야 할 최고의 보편이념, 즉 인간과 시민의 권리를 보장하는 민주공화제의 이념을 따르겠다는 것입니다. 정의당은 또한 노회찬(전 대표)-천호선(현 대표)-심상정(현 원내대표)-조승수(현 정책위 의장)와 같은 국민적 인지도와 호감도가 높은 정치인들을 보유하고 있기도 합니다.

문제는 거대 정당에 대한 실망층을 끌어들이고 새로운 지지층을 만들어내기 위한 참신한 실천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젊고 새로운 인물(군)을 등장시키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원내대표인 심상정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4명의 의원, 즉 김제남, 박원석, 서기호, 정진후 의원의 역할과 활약을 적극적으로 알려내는 기획과 프로그램도 보기 어렵습니다. 내년 총선 지역구 출마를 위해 암중모색하고 있다는 소식만 간간이 들릴 따름입니다. 사회민주주의라는 옛 이념의 이름에 '집착'하면서, 뉴딜, 뉴프론티어, 뉴 아이디어, 유로코뮤니즘, 제3의 길 등과 같은 자기들만의 새로운 이념의 이름과 노선도 제시하고 있지 못합니다.

권위를 가진 신뢰집단의 부재 속에 전개되고 있는 소모적인 이념 갈등과 양보 없는 이해 갈등의 귀결, 즉 강자(승자) 독식사회의 폐단을 해소하기 위한 고통 분담의 담론과 정책도 분명치가 않습니다.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이 살면서 궁금해하고 고통 받고 있는 제1의 문제, '돈의 문제(가계부채, 과중한 사교육비, 전월세 대란, 청년실업과 절망, 저임금과 과도한 임금 격차)'를 중심에 놓은 새로운 방식의 정치적 언어도 들을 수가 없습니다.

정확히 누구의 부담을 키울 것이고, 누구의 고통을 우선 해소해줄 것인지, 왜 그리 하려는지, 그것이 어떤 효과와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를 담고 있으면서 다수의 공감과 동의를 얻어내는 '살림의 언어' 말입니다.

당연히 '돈의 문제'를 시민들과 함께 해결하기 위한 행동도 미약합니다. 그저 많은 전문가들이 이야기하는 법인세 인상-증세-사회복지세 도입 등의 '행정적 언어'만 되풀이할 뿐입니다. 침묵과 방관 속에 그저 결정을 기다리게 만드는 언어 말입니다.

국가의 현실과 장래에 핵심적일 수밖에 없는 대학교육과 외교-국방-안보 영역에서의 '과감한 구상'도 제시하고 있지 못합니다. 변화된 대내외 현실의 이해와 요구를 우선 반영코자 하는 식의 접근 말입니다. 심상정 원내대표의 말대로 정답을 끄집어내는 것이 아닌, 해법을 발견하는 방식 말입니다.

이미 그런 모색과 실천을 하고 있는데, 정치전문가와 언론의 외면 때문에 알려지지 않은 탓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 그것을 돌파할 전략을 고민해야 합니다. 시민과 직접 대화하고 함께 실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 변화한 삶의 양식과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주목해 지식과 정보의 새로운 유통망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생산 과정 자체가 새로운 공적 소통 환경에 바탕해 있어야 합니다.

말이 쉽지, 그것을 어찌 하느냐 반문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어려운 일이기에 시행착오를 거친다 하더라도 해야만 합니다. 그것이 정치(인)과 정당의 운명입니다. 때로는 포기도 하고 기다리기도 하면서 가야 합니다. 남북관계와 통일 문제를 둘러싸고 급격하고 근본적인 변동을 예비하고 있는 2015년의 대한민국 정치가 견지해야 할 태도입니다.

정의당은 '제1야당 대체'를 목표로 내세워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합니다. 궁극적으로 맞는 말입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계속 경제민주화와 민생 개선에 있어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는 한에서는 그러합니다. 하지만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대체의 이유와 근거와 힘을 갖춰가는 가운데 할 이야기입니다. 제3당으로서 양당 모두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발휘해야 대체의 기회도 생겨날 것입니다.

역동성과 우연성이라는 이름으로 단계와 순서를 무시하기 일쑤인 대한민국 정치이지만, 해방 후의 정당정치사를 돌이켜볼 때, 그리고 민주화 이후의 정당정치사를 볼 때, 단계와 순서는 기계적인 구분에 의한 것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의 마음, 즉 민심이라는 순리에 의한 것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사는 단계와 순서, 정의당은 그것이 무엇인지 살피고 헤아리며 가야 할 것입니다. 4.29 재보선과 진보 재통합, 국민모임의 움직임 등에 대해서도 역시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 어느 것도 '숨 좀 쉬고 살게 해달라'는 민심에 우선 부응하지 않고서는 효력을 발휘할 수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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