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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문제를 선거 전략으로? 소탐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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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문제를 선거 전략으로? 소탐대실" [정세현의 정세토크] "통준위, 남북관계 부담으로 작용"

3월 26일, 천안함 5주기를 전후해 여야 대표는 잇따라 안보 행보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북한이 이미 핵을 보유하고 있다며 북핵 위협론에 불을 붙였고,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북한 잠수정이 감쪽같이 들어와 천안함을 타격했다면서 천안함 침몰은 북한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차기 대권주자이자 여야 당 대표인 이들의 발언을 두고 통일·외교·안보 정책에 전략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하는 분야에서 여야가 각자의 정치적 이익만을 생각해서 발언하고 행동한다는 것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우선 김무성 대표의 발언에 대해 "북핵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이른바 '북핵 불용' 원칙을 깬 것으로, 한반도 평화의 출발점인 북핵문제 해결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드는 이야기"라고 진단했다. 정 전 장관은 김 대표의 발언이 스스로를 핵 보유국이라고 선언한 북한의 주장에 힘을 실어준 셈이 됐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표의 발언에 대해서는 "너무 정치공학적으로만 접근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 전 장관은 "소위 '종북 숙주'라는 딱지를 벗기 위해서 이런 식의 발언을 하면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정체성이 없어지는 것"이라며 "막상 나라를 책임져야 할 상황에서 대북, 외교정책의 정체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새정치연합이 전략적으로 피스 키핑(평화지키기)을 확실히 할 뿐만 아니라 메이킹(평화만들기)도 하는 세력이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문제 해결의 투 트랙으로 피스 키핑과 메이킹을 함께했던 사례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개성공단을 방문한 한 통준위 민간위원이 북한 붕괴 시 대응 방안 문건 파일이 저장된 USB를 가방에 넣어갔다가 북한 당국에 적발되면서 문제가 됐다는 <세계일보>의 보도가 있었다. 이에 대해 정 전 장관은 "북한에서 정종욱 부위원장이 말한 '비합의 통일'에 대한 물증을 잡았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박 대통령이 좋은 뜻에서 통준위를 만들었고 임기 말까지 통준위를 통해 국내 정치적으로도 장악력을 높이고 싶다면 지금 여기서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빠른 수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 전 장관은 "민간위원들 보안 교육이나 좀 하면서 이번 사건을 마무리 지으려는 것은 진정한 대책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인터뷰는 지난 3월 31일 서울 동교동에 위치한 김대중 도서관에서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박인규 이사장과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다음은 이날 대담의 주요 내용이다. 편집자.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천안함 사건 5주기인 26일을 전후로 여야 정치인들의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우선 지난 24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핵실험을 2~3차례 한 북한을 '핵 보유 국가로 봐야 한다'고 말했고, 25일에는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천안함 폭침은 북한 소행'이라고 발언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는데요. 김 대표의 발언은 '북핵 불용'이라는 우리 정부의 공식 입장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고, 문 대표 발언은 진실 여부에 논란이 많은 천안함 사고 원인을 북한 소행으로 단정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여야 주요 정치인의 이러한 발언들을 보면 우리 정치권이 대북 문제의 원칙을 갖고 있지 않고 전략적인 사고를 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아가 북한 문제를 국내정치적 목적에 이용하지 않는가 하는 의심도 들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정세현 : 길게 보면 통일문제, 가깝게 보면 남북문제는 당위적은 측면에서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는 정치성을 띨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런 발언들이 나오는 겁니다.

남북 공히 6.25 전쟁 이후 주민들 사이에 서로에 대한 적대의식이 팽배해졌습니다. 그러다보니 남북을 통치하는 기득권들은 바깥에 적을 만들어 놓고 적을 타도하기 위해서 뭉치자는 식으로 국민들을 끌고 가고 있습니다. 또 자신들과 생각을 달리하는 내부의 적을 타도하기 위해서라도 뭉쳐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바로 이런 배경 때문에 정치인들이 남북관계를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싶은 유혹에 빠지게 되고 실제로 그렇게 하는 겁니다. 특히 상황이 급해지면 남북관계를 더욱 잘못된 방향으로 활용합니다. 선거 때 익히 봐왔던 '북풍'(北風)이 대표적인 사례인데, 심지어 이를 유도하기도, 또 부탁하기도 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여야 간 남북문제에 대해 완전한 공감대를 형성하기는 것은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벗어나서는 안 될 테두리가 있습니다. 김무성 대표의 발언은 그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보입니다. 황재옥 평화협력원 부원장이 31일 <한겨레> 칼럼에서 지적했듯이 김 대표의 발언은 북핵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이른바 '북핵 불용' 원칙을 깬 것으로, 한반도 평화의 출발점인 북핵문제 해결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드는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김 대표의 발언은 우선 이론적으로 좀 틀린 부분이 있습니다. 2~3번 정도의 핵실험으로 북한이 핵을 보유했다고 말하기는 다소 무리가 있습니다. 핵 보유국이란 핵무기가 핵 폭파장치냐 아니면 실전에 쓸 수 있는 핵폭탄이냐에 따라 달라지는데, 핵폭탄을 가져야 핵 보유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정도까지 도달하려면 최소 8~9회 정도는 돼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입니다.

10여 차례에 가까운 핵실험이 필요한 이유는 핵의 소형화, 경량화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야 미사일 탑재가 가능합니다. 그런데 북한은 지하 핵 실험장에서 폭파했다는 것 외에 공식적인 기록이 없습니다. 이 정도로 북한이 핵을 소형화, 경량화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인식입니다.

그럼 김 대표는 왜 이런 말을 한 것일까요? 북한의 핵 능력을 부풀려서 안보 불안감을 조성하고, 이를 통해 신종 무기를 살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고 싶은 사람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김 대표가 미국 워싱턴의 군산복합체에 고용된 사람들의 이야기에 몰입된 것 같습니다.

시기적으로는 4.29재보선을 노린 것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선거를 앞두고 보수 결집을 위해서는 북핵 능력을 과장하거나 극대화해서 불안감을 자극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입니다. 또 하나는 사드 배치를 주장하는 비박계, 반박계 사람들의 입장을 도와줌으로써 당 장악력을 높이고 당-청 간 힘겨루기에서 반박계 세력을 키우기 위함도 있을 것입니다. 비박이나 반박의 세력을 키우려면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화해야 하고, 사드 배치의 정당성은 북핵문제로부터 출발합니다. 이런 이유로 북핵 문제를 과도하게 부풀리는 겁니다.

문제는 이 발언에 대해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북한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습니다. 집권 여당의 대표도 자신들의 핵을 인정했다는 식으로 말이죠. 김 대표가 북한의 주장에 힘을 실어준 셈인데, 북한은 지난 2009년부터 자신들은 핵 보유국이며, 따라서 핵을 가지고 있는 미국·중국·러시아와 만나서 핵 군축 협상을 하자고 주장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핵 없는 남한은 군축 회담할 때 방청이나 하라면서 비아냥거릴 수도 있습니다.

프레시안 : 문재인 대표의 천안함 발언도 재보선을 염두에 둔 발언 아닌가요? 새정치민주연합이 이른바 '종북 숙주'라는 공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선제적인 조치를 한 것 아니냐는 분석입니다. 그런데 이 발언이 남북관계에는 좋은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정세현 : 우선 사실관계를 좀 따져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새정치연합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문 대표 발언의 의미는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이라고 단정한 것이라기 보다는, 정부의 주장대로 북한의 소행이라면 그것도 못 막은 보수 정권이 안보정권이라고 할 수 있느냐는 뜻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언론에는 거두절미하고 '천안함 북침 소행'이라는 문구만 나왔다고 합니다. 여기서 여당은 이를 좋은 기회라고 판단, 김무성 대표가 그동안 새정치연합이 천안함을 북한의 소행이 아니라고 이야기했던 것을 사과하라고 몰아붙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새정치연합은 자신들 발언의 의미를 제대로 이야기하지 않고 반박도 하지 않더군요. 이게 야당의 한계일 수도 있겠다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지난 3월 25일 경기도 김포시 해병대 2사단 제3165부대를 방문, 수륙양용 장갑차를 타고 훈련체험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으로는 집권 여당이 이른바 '종북몰이'를 계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정치연합이 북한 관련 사안을 판단하거나 결정하는데 스스로 제약을 당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야당 나름의 논리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합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의 안보론은 적극적 평화를 만들어가면서 자동적으로 안보를 보장받는 것이었는데, 이런 것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습니다.

당시 정부는 국방을 튼튼히 해서 '피스 키핑'(Peace Keeping), 즉 '평화 지키기'를 확실하게 하면서 '피스 메이킹'(Peace Making), '평화 만들기'를 해나갔습니다. 북한이 남한에 대해 적대적이거나 공격적인 행위를 하지 않도록 만든다면, 국민들이 안보 불안감 없이 살아갈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철학으로 접근했습니다.

역대 정부를 살펴보면 이는 획기적인 변화였습니다. 박정희 정부 이래 이른바 보수정권들은 대북 적대 의식을 가지고 일단 모든 것을 북한 핑계를 대면서 안보와 국방을 강화했습니다. 국내 정치를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끌고 가기 위함입니다. 예를 들어 박정희 대통령은 유신을 선포한 뒤 '통일주체국민회의'를 만들고 여기서 대통령을 뽑았습니다. 먼 훗날 통일을 위해서는 안보를 튼튼히 하고 내부를 다져야 한다면서 이런 식으로 권력 기반을 다진 겁니다. 전두환 정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다만 노태우 정부는 피스 메이킹을 위해 노력했던 정권입니다. 북방외교를 통해 소련, 중국과 수교하고 남북 간에도 기본합의서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런데 김영삼 정부 때는 북한과 대화는 필요 없다, 곧 망할 텐데 왜 대화를 해야하느냐면서 피스 키핑에만 전념했습니다.

그러다가 김대중-노무현 정부에 들어와서 앞서 말씀드린 대로 피스 키핑과 피스 메이킹을 병행했는데 이것이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문제 해결 병행이라는 방식으로 나타났습니다. 우선 피스 키핑을 확실히 한다는 측면에서 국방비를 증액시켰고 동시에 남북협력기금을 활용해서 통일부로 하여금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했습니다. 상황을 안정적으로 만든 뒤에 평화를 만들기 위한 북핵 문제 해결에 나섰습니다.

문 대표가 이러한 과거 정권의 사례를 참고해서 당시 발언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단순히 북한 때리기를 통해 피스 키핑만 할 것이 아니라 피스 메이킹을 병행해야 하고, 그런 점에서 5.24조치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확실하게 해줘야 합니다.

평화를 지키는 것과 평화를 만드는 것이 병행되지 않는 한 우리는 안보 불안감에서 헤어나올 수가 없습니다. 새누리당은 평화 지키기에만 전념하고 있는데, 이렇게 해서는 국민들이 진정한 평화를 누릴 수 없다는 점을 짚어줘야 합니다. 이런 점을 문 대표를 포함해 새정치연합 지도부가 자신들의 철학으로 정립해야 합니다.

프레시안 : 문재인 대표의 참모들은 종북이 야당의 약점이다, 이것만 벗어나면 집권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북한인권법 발의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런 전략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분들도 있습니다. 야당이 여당과 차별성을 가질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 외교·안보인데, 이 분야에서 스스로의 강점을 버리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정세현 : 당에서 너무 정치공학적으로만 접근하는 것입니다.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다고, 종북 숙주의 딱지를 벗기 위해서 이런 식의 발언을 하면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의 정체성은 없어지는 겁니다. 막상 나라를 책임져야 할 상황에서 대북, 외교정책의 정체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지금 빨리 다잡아야 합니다.

새정치연합이 전략적으로 피스 키핑을 확실히 할 뿐만 아니라 메이킹도 하는 세력이라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실제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철학이 그렇기도 했습니다. 당장 4.29 재보선에서 4석을 모두 뺏기는 것이 두려워 보수·중도로 외연을 넓히기 위해 천안함 발언을 유독 강조하는 것은 '소탐대실'일 수 있습니다.

정치라는 것이 소위 정체성, 명분을 가지고 하는 것 아닙니까? 물론 정체성이나 명분이라는 탈을 쓰고 그 속에서는 무자비한 권력 투쟁이나 야비한 음모가 일어나고 있지만, 국가를 대표하는 정도의 정치인은 야비한 음모 수준에서 벗어나서 명분으로 정치를 해야 하는 겁니다. 또 눈앞의 현실 때문에 스스로 이를 훼손해서도 안 된다고 봅니다.

통준위, 남북관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프레시안 : 정치권이 잘못하면 정부라도 제대로 해야 하는데, 통일준비위원회가 남북관계를 점점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종욱 통준위 부위원장의 비합의 통일방안 발언에 이어서 지난 25일에는 개성을 방문한 통준위 민간위원의 USB에 들어있던 흡수통일 관련 자료가 북한측에 발각돼 문제가 됐습니다.


정세현 : 북한에서 정 부위원장이 말한 '비합의 통일'에 대한 물증을 잡았다고 생각할 겁니다. 정 부위원장을 대단히 어렵게 만든 사건이라고 봅니다.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안그래도 북한은 통준위가 흡수통일을 위한 기구가 아니냐며 계속 의심을 해왔었습니다. 북한이 이런 의심을 갖고 있으면 흡수통일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고 국민들과 북한에게 설명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일이 자꾸 일어나는 것을 보니 정말 통준위가 흡수통일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입니다.

통일은 남북이 가까워진 뒤에, 즉 통일의 구심력이 원심력을 밀어낼 수 있을 정도가 돼야 그제서야 가능한 겁니다. 그래야 국제사회에도 통일 이야기를 꺼낼 수 있습니다. 남북관계 개선과 발전은 없는, 즉 구심력은 하나도 키우지 않는 상태에서 다른 나라에게 통일이 당신들에게 도움이 되니 지지해달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순서가 맞지 않습니다. 마치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를 두고, 이 아이가 크면 어떤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해서 이야기하는 것과 같습니다. 통준위 출범과 통일 기반구축이 현실보다 앞서가는 느낌이 드는 이유입니다.

게다가 통준위가 출범하기 전 박 대통령은 통일 대박을 이야기했고 국정원장은 2015년 자유민주주의 체제 통일을 이야기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통준위를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북한의 붕괴를 전제로 한 자유민주주의 통일을 준비하는 곳으로 받아들이지 않았겠습니까? 북한이 싫어할만한 조건을 우리가 만든 셈입니다. 더불어 북한이 비난할 수 있는 재료도 제공해 준 것이나 다름없죠.

프레시안 : 북한이 통준위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이 힘들어질 것 같은데요. 어떻게 이 난관을 풀어야 한다고 보십니까?

정세현 : 북한이 통준위 해체하지 않으면 남한과 상종도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그렇다고 통준위를 해체할 것도 없지만 일정 정도의 조치는 필요해 보입니다.

정부 차원에서 빠른 수습이 중요합니다. 문제가 있는 사람을 교체하는 한이 있더라도 대통령이 원래 통준위를 그렇게 운영하려던 것이 아니었다고 설명해야 합니다. 정말 통일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서 그런 건데 이해를 잘 못하는 몇몇 사람들이 있었다는 식으로 북한에 설명하고 넘어가야 합니다.

박 대통령이 좋은 뜻에서 통준위를 만들었고 임기 말까지 통준위를 통해 국내 정치적으로도 장악력을 높이고 싶다면 지금 여기서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북한의 적개심과 의심을 피할 수 있는 방식을 찾아야 합니다. 민간위원들 보안 교육이나 좀 하면서 이번 사건을 마무리 지으려는 것은 진정한 대책이 아닙니다.

프레시안 : 통준위는 별다른 성과가 없이 남북관계를 힘들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고, 박 대통령의 대북제안이었던 드레스덴 선언이 세상에 나온지 1년이 지났지만 남북관계의 진척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정세현 : 통일부에서 드레스덴 선언 1주년이라고 자료를 하나 냈더군요. 그거 보면서 "아, 정말 통일부 후배들이 얼마나 곤혹스러웠으면 이렇게 해서라도 뭐라도 한 것처럼 이야기 할 수밖에 없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료에는 북한과 함께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추진, 내부연구가 빼곡히 들어있었습니다. 드레스덴 선언은 북쪽과 뭘 해야 성과인데, 아무것도 한 게 없으니 내부적으로 협의한 것을 그나마 성과라고 내놓은 겁니다. 후배들이 살아 남기 위해 고생이 많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사실 지난해 드레스덴 선언은 내용만 보면 나쁜 것은 없습니다. 남북관계가 잘되면 할 수 있는 사업들입니다. 그런데 전달 방식이 잘못됐습니다.

북쪽 사람들이 남쪽 사람들의 말을 이해하는 코드가 있습니다. 남북대화 일선에서 일했던 사람들은 척 하면 삼천리라고, 단어 몇 개 꺼내면 '이번 회담 틀렸네', 또는 '가능성 있네' 등등 감을 잡을 수 있습니다. 북쪽 사람들이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대목들이 있는데, 이 부분을 건드려서 반발이 심해지면 일을 추진하기가 힘들어집니다.

그런 의미에서 드레스덴 선언은 북쪽을 좀 알고 있는 사람들이 보기엔 북한이 받을 수 없게 만든 선언입니다. 전달 방식에서 북한의 자존심을 있는 대로 긁어놓은 데다가, 연설 장소도 문제였습니다. 드레스덴은 베를린 장벽 붕괴 이후 헬무트 콜 전 독일 총리가 동독 주민들에게 독일 화폐인 마르크를 원하면 반드시 통일을 해야 한다면서 자신의 소속 정당인 기민당에 투표하라고 호소했던 곳입니다. 동독 입장에서는 흡수통일의 상징적인 곳입니다. 그곳에서 연설을 한 박 대통령을 북한은 어떻게 바라보겠습니까.

결국 예상대로 드레스덴 선언과 관련한 인도적 지원은 북한이 받지 않았습니다. 드레스덴 선언 이전에 합의됐던 민화협의 대북사업에 대해서도 북한은 드레스덴 선언의 일환 아니냐면서 거부하기도 했습니다. 북한의 이런 대응을 정부가 제대로 읽고 대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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