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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장애인을 어떻게 고용해? 스웨덴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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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장애인을 어떻게 고용해? 스웨덴을 보라!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장애인의 날? 중증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4월 20일. 대한민국 정부가 정한 장애인들을 위한 날이다. 장애인들은 이날을 '사이공'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이날 장애인들은 결코 행복하지가 않다. 오히려 불편하고 불안하기까지 하다.

장애인들을 차별해왔던 대한민국이 이날 전후로 언론사와 방송을 통해 장애인에 대해 위선적 관심을 보이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형형색색으로 장애인이 원치 않는 위문 행사(?)를 펼치기 때문이다. 마치 1년 내내 장애인에 대한 무관심과 차별을 단 하루로 모두 보상할 것 같은 기세로 요란을 떤다. 아마 이날 하루라도 행복감을 느껴보라고 그러는 모양인데 시혜와 동정 가득한 기사와 행사로 장애인들이 행복할 수 있을까?

스웨덴 정부 기업, 삼할을 아시나요?

우리나라에서 장애인 가구가 빈곤에 처할 위험은 비장애인 가구보다 2.4배나 높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국가들 중 최상위에 속한다. 장애인 가구 소득도 전국 가구 대비 53%에 불과하다. 이는 대한민국에서 장애인들이 빈곤층으로 전락할 가능성 매우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장애인이 빈곤층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주요 원인은 취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장애인도 직장을 가지고 월급을 받아야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데,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이를 원천적으로 막고 있다. 특히 중증 장애인의 경우는 매우 심각하다.

▲ 한 장애인이 2012년 부산 해운대 벡스코에서 열린 일자리 채용박람회에서 일자리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스웨덴의 삼할(SAMHALL)이라는 기업을 시민단체 활동가들이라면 알고 있을 것이다. 삼할은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마련할 목적으로 설립된 정부 출자 기업이다. 직원이 약 2만 명에 달하며 전국에 자회사 250개가 있다.

스웨덴 정부는 삼할이라는 국영 기업을 통해 지적 장애인을 포함해 최중증 장애인까지 채용하며, 장애인의 일자리 수요가 있을 법한 사업 아이템을 찾아 늘 고민한다. 이곳은 일이 없다고 장애인을 해고하지 않는다. 계속해서 할 수 있는 다른 일을 찾아준다.

삼할의 핵심적 목표는 고용 장애인의 5% 정도를 정규 노동 시장에 진출하도록 하는 것이다. 정규 노동 시장에 갔더라도 1년 안에 못하겠다고 밝히면 다시 삼할의 직원으로 돌아올 수 있다.

우리나라의 장애인 고용 정책은 어떤가? 열악한 장애인 고용 상태를 개선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하나는 공공 기관과 기업 등에 장애인 의무 고용 제도를 시행해 사회 전체가 장애인 고용을 강화하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보호 고용을 통해 장애인 직업 재활 시설을 설치하여 장애인의 직업 능력 개발과 일자리 확대를 도모하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은 일부 성과도 있으나 여전히 상당한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중증 장애인 취업, 사실상 차단

첫째, 의무 고용제를 채택하여 장애인 일자리 할당제를 실시한 결과, 기관과 기업에서 상대적으로 기능 손상이 적은 경증 장애인, 또는 직무 교육 효과가 좋은 지체 장애인 위주로 고용이 이루어지고 있다.

아래 취업자 비율 <표 1>를 보면, 경증에 비해 중증 장애인의 취업률이 3분의 1 수준으로 머물고 있다. 인구 대비 취업자 비율이 16.3%이니, 중증 장애인의 경우 취업이 원천적으로 차단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형별로는 자폐성 장애인과, 지적 장애인, 정신 장애인의 실업률이 높다. 중증 장애인과 정신적 장애인(지적 장애, 자폐성 장애, 정신 장애)들에게 취업의 기회에 차별이 있다는 의미이다. <표 2>를 보면, 장애 유형별 취업자 비율은 지적 장애인은 22.6%, 정신 장애인은 11.1%, 자폐성 장애인은 2.2%로 다른 장애 유형보다 훨씬 낮다.


최저 임금 적용되지 않는 장애인 일자리

둘째, 직업 재활 시설 사업으로 수행되는 보호 고용 제도에서는 최저 임금에도 훨씬 못 미치는 저임금이 지급되고 있고, 일정 기한이 경과한 후 고용 시장을 통해 취업될 확률도 극히 적다. 현재 '최저임금법' 제7조 최저 임금 적용 제외 조항에 따라 직업 재활 시설 작업장의 많은 장애인들은 최저 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이는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명분마저 무색하게 한다.

물론 직업 재활 시설의 설립 목적이나 운영 현황을 살펴보면 여러 의견이 있겠지만, 어쨌든 노동하고 있는데도 최저 임금을 받지 못한다는 점에서 이는 장애인 인권 침해나 다름없다.

현재 직업 재활 시설은 장애인복지법상 '일반 작업 환경에서는 일하기 어려운 장애인이 특별히 준비된 작업 환경에서 직업 훈련을 받거나 직업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시설'로 정의되어 있다. 시설은 크게 근로 작업장과 보호 작업장으로 나뉜다.

근로 작업장은 작업 능력은 있으나 사회적 장벽으로 취업이 어려운 장애인에게 근로의 기회를 제공하여 최저 임금 이상을 지급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보호 작업장은 작업 능력이 현저히 낮은 장애인에게 직업 훈련 및 일거리 등을 제공하여 보호적 조건에서 생산활동에 참여하게 하는데 목적이 있다.

일반 고용 시장으로 진출하지 못하는 굴레

직업 재활 시설 정책의 더 큰 문제는 이곳의 장애인 일자리가 일반 고용 시장으로 진입하는 전 단계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장애인 근로자 대부분이 일반 고용 시장으로 흡수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많은 중증 장애인, 발달 장애인, 정신 장애인 들이 최저 임금도 안 되는 급여를 받으면서 5년, 10년 직업 재활 시설에 속해 공식적으로 고용되어 자립 생활과 독립 생활의 기대나 희망도 없이 또 다른 굴레에 묶여 살고 있다.

심지어 보호 작업장의 73%는 근무하는 장애인에게 30만 원 이하의 급여를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문제에 대해 UN장애인권리협약 이행 심의를 진행한 UN장애인권리위원회는 한국 정부에 우려를 표명하고 "최저임금법에 의해 최저 임금 혜택에서 배제되는 장애인에게 임금을 보조해 주는 임금 체계를 도입할 것과 보호작업장을 지속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 '한국의 장애인권리협약 이행 상황에 대한 유엔의 최종 견해'. 제 27조 근로 및 고용 50항).

보건복지부에서 수행하는 장애인 일자리 사업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다. 2015년 장애인 일자리 지원 예산은 총 662억 원인데, 이 중 행정 도우미 5011명에게 393억 원, 복지 일자리로 174억 원이 편성됐다. 시각 장애인 안마사 파견 사업에도 약 71억 원이 책정되어 단 620명 정도의 시각 장애인을 위한 일자리를 만들 계획이다. 장애인 요양보호사 보조 일자리 사업의 경우 16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장애인 일자리 예산은 전년도에 비해 약 58억 원이 증액되어 증가율이 약 10%이다.

과연 이 정도의 사업으로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까? 보건복지부의 장애인 일자리 사업은 다양한 중증 장애인의 일자리를 만들고 발달 장애인이나 정신 장애인의 고용을 위한 실질적 대안이기 어렵다.

또한 보건복지부는 "장애인 복지 일자리의 목적은 중증 장애인의 일자리 창출과 사회 참여라며 2015년도에는 약 9010명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홍보하고 있다. 그 대표적 업무는 관공서 청소 도우미나 장애인 주차 구역 단속 등 중증 장애인이 비교적 하기 쉬운 직무다. 그러나 여전히 급여는 31만3000원 가량으로 기본적인 생계마저 보장할 수 없는 수준이다. (2015년 장애인 일자리 사업 : 일반형 행정 도우미 일자리 임금 116만7000원/월, 장애인복지 일자리 임금 31만3000원/월, 시각장애인안마사 파견사업 임금 월 100만 원(전년 동), 보건복지부 2015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 2014년 10월 14일 서울 삼각지역 지하 1층에서 열린 용산구 장애인 취업 박람회에서 참가자들이 채용 관련 상담 부스를 돌아보고 있다. ⓒ연합뉴스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장애인 일자리 정책의 방향은 장애인 일자리가 기본적인 소득을 보장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직업 재활 시설, 특히 보호 작업장에서 일하는 중증 장애인에게 최저 임금 수준을 보장해야 한다. 보건복지부가 주관하는 장애인 일자리 역시 최저 임금 수준의 임금이 적용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장애인 작업장에서 최저 임금 적용을 제외하는 관련 조항을 과감히 폐지해야 한다.

물론 사회복지계 일각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두려워할 수도 있다. 특히 보호 작업장을 위탁 운영하는 주체들은 그 기관의 존폐가 걸려있으므로 이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다. 모두 전향적으로 해법을 찾아가자. 중앙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기본적인 최저 임금을 보장하고, 나아가 장애인 사회적 기업의 수익을 확대하여 기금 등으로 일부 충당할 수도 있다. 또한 전국의 장애인 작업장 등을 총괄하는 공사를 설립하여 수익과 공익을 동시에 추구하고 정부의 재정을 일부 투입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도 있다.

4월 20일, 더 이상 하루 행사를 치루는 날이어선 안 된다. 진정 장애인의 권리를 생각한다면 장애인에게도 일자리가 제공돼야 한다. 단지 몇몇 장애인의 구제하는 시혜적인 정책에서 벗어나, 일하고자 하는 최중증 장애인들까지 자립해서 살아갈 수 있도록 장애인 일자리 만들기에 우리 사회가 나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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