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모 신모(33) 씨는 얼마 전 아찔한 일을 겪었다. 산부인과를 옮겼는데, 이전 병원에서 임신 막달 검사 자료를 받지 못했다. 결국 신 씨는 제대로 된 검사 자료 없이 제왕절개 수술을 해야 했다.
출산 예정일이 지나 신 씨가 사촌 언니가 의사로 근무하는 서울의 한 산부인과를 찾았을 때는 지난 3월 31일이었다. 이 병원에서는 "지혈이 안 되니 빨리 제왕절개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위급할 수도 있는 상황인 만큼 신 씨는 곧바로 입원했다.
신 씨는 지난 8개월 동안 다녔던 경기도의 다른 산부인과에 전화해 임신 막달 종합 검사 자료를 달라고 요청했다.
이 병원의 홍보실 안 모 실장은 곧바로 팩스로 자료를 보내주겠다고 했지만, 곧이어 원무과 김 모 부장이 다시 전화해 "당장 우리 병원에서 수술을 받으러 오라"고 요구했다.
신 씨는 해당 병원으로 이동하는 도중에 응급 상황이 생길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판단했고, "진통이 오고 하혈하고 정신이 없는 상태에서 갈 수 없다"고 정중히 거절했다. 하지만 해당 병원 쪽에서는 "당장 차를 보낼 테니 30분 안에 오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막달 검사 자료를 받으려고 통화에 나선 신 씨의 남편은 "우리가 셔틀버스도 보내주고 잘해줬는데 어떻게 다른 병원에 갈 수가 있느냐"며 "그동안 편의로 제공한 셔틀버스 비용 30만 원을 물어내라"는 말까지 들었다.
검사 자료는 이튿날이 되도록 오지 않았고, 결국 지난 1일 신 씨는 최소한의 검사만 받고 아이를 낳아야 했다. 그는 "제왕절개 수술할 때 하반신만 마취해서 의료진이 하는 말이 다 들리는데, 수술 내내 의사가 달라는 엑스레이 자료가 없다는 얘기가 들리니 마음이 불안했다"고 토로했다.
응급 상황에서 환자 진료기록 받을 수 있나?
현행법상 검사 자료를 포함한 환자의 진료기록 사본은 환자 본인이 직접 방문해서 받거나, 위임장을 가져온 가족이 받아야 한다. 의료인이 다른 병원 의료인에게 환자의 진료기록 사본을 요구하는 것도 가능하다. 신 씨는당시 이러한 절차에 대한 안내를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단, 진료기록 사본 업무를 관할하는 보건소 관계자는 "응급 상황에서 본인이 전화로 요구해서 팩스로 진료기록 사본을 받을 수 있는지는 정부의 유권 해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 부장은 <프레시안>과 한 전화 통화에서 "개인정보 보호가 강화돼서 환자 본인이 전화로 요청해도 팩스로 진료 기록이나 자료를 보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신 씨의 남편에게 위임장을 가지고 오란 말을 안 한 데 대해서는 "산모가 처음에는 검사 자료를 복사해달라고 말했는데, 말이 오가다가 없던 일이 됐다"고 주장했다.
셔틀버스 비용 30만 원을 돌려달라고 한 말에 대해서는 "화가 나서 한 말이었고 진짜로 청구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당장 병원으로 오라고 한 말에 대해서 그는 "그동안 차 편의도 제공하고 정성을 다해드렸는데, 환자분에게 여기서 분만하시라는 말도 못 하느냐"고 오히려 따져 물었다.
"의료기관 간 진료기록 받을 수 있지만, 환자가 돈벌이 수단 돼"
신 씨는 "지금은 출산을 잘해서 다행이지만, 만약 검사 자료가 없어서 수술하는 동안 무슨 일이 생겼거나, 그 병원으로 이동하는 30분 동안 사고가 생겼으면 어떡하나"라며 "응급 상황인 만큼, 내 검사 자료를 받는 것은 환자의 권리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현행 의료법상 한 의료기관이 타 의료기관에 환자 자료를 요청할 수 있게 돼 있다"며 "응급 상황 매뉴얼이 없더라도 검사 자료를 받는 것이 가능한데, 환자가 돈벌이 수단이 되다 보니 환자 생명이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이라고 꼬집었다.
안 대표는 "당장 수술을 받아야 할 상황인데, 환자로서는 병원 측이 검사 기록을 안 보내준다고 하면 이를 강제할 방법이 없는 것이 문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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