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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임금 협상, 북한에 유리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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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임금 협상, 북한에 유리하지만… [안정식의 북한 포커스] 임금 조금 높이고 기업 신뢰 잃으면 결국 북한 손해

개성공단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남북 간 갈등이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북한은 지난 2월 70.35달러인 최저임금을 3월분 임금부터 74달러로 5.18% 올리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정부는 북한의 통보가 연 5% 이내에서 최저임금을 올리기로 한 남북 간 합의를 위반한 것이라며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우리측 개성공단관리위원회와 북측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간에 대화가 시도되고 있지만 진전이 있다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3월분 임금은 보통 4월 20일까지 지급돼야 하지만 이때까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결국 기업 3곳이 (일방적 임금인상분에 대한) 연체료를 요구하는 북한에 지급 담보서를 써주는 일까지 일어났다. 정부는 정부 지침을 따르지 않은 기업들에 대해 경위를 파악한 뒤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지만, 개성공단 입주기업 125곳이 계속 정부를 믿고 통일적으로 행동할지는 미지수다.

사실, 개성공단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남북 간 갈등은 북한에게 상당 부분 유리한 구도다. 문제가 불거진 현장 자체가 북한 땅이고 북한의 행정력이 미치는 곳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상황 전개에 따라 조업 차질을 위협하거나 실제로 북한 근로자들을 철수시키는 등 다양한 카드를 활용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우리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는 제한적이다. 남북 협의로 문제를 해결하겠다지만 북한이 협상에 응하지 않으면 뾰족한 방법이 없고, 125곳이나 되는 기업들의 의견을 하나로 모아내는 것도 쉽지 않다. 북한이 막무가내로 나올 경우 궁극적으로 공단 폐쇄 카드까지 검토할 수 있다지만, 경협보험금을 활용한 공단 폐쇄 불사 카드는 그리 쉽게 쓸 수 있는 방법이 아니다.

▲ 2013년 9월 17일,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된지 160여 일 만에 다시 문을 열었다. 사진은 이날 오전 북한 개성시 봉동리 개성공단 SK어패럴에서 노동자들이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모습. ⓒ개성공동취재단


북한, 나름대로 수위조절하는 듯

북한은 개성공단 최저임금 인상을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남북 간 협의에도 소극적으로 임하고 있지만, 2년 전 개성공단 폐쇄 위기 때처럼 공단의 생산활동에 직접적인 차질을 주는 행동은 하지 않고 있다. 자신들이 요구하는 임금 인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북한 근로자들을 철수시키겠다는 식의 위협도 현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북한은 3월 18일 입주기업 대표단과 만난 자리에서 2시간 동안이나 면담을 하며 "(북한도) 개성공단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북한도 이번 사태가 개성공단 파행으로 이어지는 것은 원치 않는다는 뜻을 나타낸 것으로 조심스럽게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북한이 이번 건과 관련해 나름대로 수위 조절을 하고 있는 듯한 모습은 다른 측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북한은 우리측에 최저임금 인상을 일방적으로 통보했지만, 지금까지 자신들의 입장을 <조선중앙통신>이나 '조선중앙TV'를 통해 전면적으로 이슈화시키지는 않았다. 3월 12일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대변인이 최저임금 인상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힌 적이 있는데, 이때에도 북한은 '우리민족끼리 기자와의 문답'이라는 다소 희한한 형식의 보도를 활용했다. 일반적으로 대남선전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가 <조선중앙통신>보다 격이 떨어진다고 본다면, 보도 형식에 있어서도 격을 낮춰 이 문제를 전면적으로 부각시키는 것은 피하고 있다는 관측이 가능하다.

북한이 개성공단 문제와 관련해 이렇게 수위조절을 하는 것은 전국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경제개발구와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전국적으로 경제개발구를 만들어 외자 유치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10년 이상 운영된 개성공단이 분란을 겪고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북한에게 결코 유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2년 전 공단 폐쇄까지 불사했던 우리 정부의 강경한 태도도 북한의 행동에 일정 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을 것이다.

임금 올리고 기업 신뢰 잃으면 북한에게 유리할까?

이번 사태가 어떻게 마무리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북한에게 유리한 협상 구도로 볼 때 북한은 이번에 자신들이 요구한 수준이나 그에 버금가는 수준의 임금인상을 얻어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임금 인상이 이뤄진다고 해서 북한에게 득이 되는 것일까?

2년 전 개성공단 폐쇄 위기에 이어 지금의 개성공단 사태를 지켜보고 있는 수많은 다른 기업들은 아마도 '북한에 투자하지 않기를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되뇌고 있을 것이다. 무슨 일이 언제 어떻게 생길지 예측하기 어려운 공단, 누가 거기에 위험을 무릅쓰고 투자하려 하겠는가? 북한 당국은 임금 몇 퍼센트 더 올리려다 기업들의 신뢰를 잃는 것이 북한에게 더 큰 해로 돌아오는 것이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 북한학 박사인 안정식 기자는 SBS에서 한반도 문제를 취재, 보도하고 있으며 북한 포커스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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