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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 맞으면서도 스마트폰, 그러니 병 안 낫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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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 맞으면서도 스마트폰, 그러니 병 안 낫지! [김형찬의 동네 한의학] 단순한 몰입이 주는 선물

"목 뒤에서 삐~ 소리가 나는 증상 좀 잡아주세요. 치료를 받아도 왜 변화가 없어요?"

오늘도 어김없이 귀에서 이어폰을 빼면서 들어오시는 이 분은 왜 자기 증상이 낫질 않느냐면서도 잊을만 하면 한번 씩 옵니다. 올 때마다 검사를 해도 별 문제가 없다는데 왜 그러냐고 묻습니다. 그럼 저는 "요즘은 술 좀 줄이셨어요?" 묻는데, 그럴 때마다 그건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하면서 치료실로 들어갑니다.

그런데 술 외에도 제가 이 분에게 종종 당부드리는게 있습니다. 치료 받는 중이라도 귀에서 이어폰을 빼고 스마트폰 들여다 보는 것을 쉬라는 것이지요. 한의원에 들어와서 치료받고 나가기까지 대화를 하는 때 빼고는 눈과 귀를 쉬게 해주질 않기 때문입니다. 그 분의 증상과 유관하기 때문에 하는 말이지만, 이 환자분 본인의 증상 만큼이나 고집이 세서 오늘도 '스마트한' 세상과 떨어질 줄 모릅니다.

진료를 하다보면 정말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스마트폰이 이어준 가상의 세계에 빠져 있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침을 맞고 누워 있으면서도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는 분들이 많지요. 침 치료라는 것이 기의 흐름을 조정해서 몸과 마음의 상태를 조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정신이 분산되어 있으면 치료효과가 떨어집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치료 받는 동안은 쉬게 하거나 아예 손의 혈자리에 침을 놔서 강제하기도 하지요. 스마트폰이 대중화 된 것은 불과 몇 년 되지 않았지만 사람들의 일상과 자세에 미친 영향은 정말 굉장합니다. 앞으로 어떤 기기가 또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기기들이 우리의 몸과 마음의 상태에 미치는 영향은 조금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지요.

"기껏해야 대리 경험을 제공해주는 텔레비전은 아이들의 마음과 몸을 더 활발하고 창의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방해할 뿐이다. 텔레비전을 통해 아이들이 몹시 비현실적이고 밋밋하고 지루한 세상을 만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든다."


- <핸드메이드 라이프> 윌리엄 코퍼스웨이트 지음, 이한중 옮김 , 돌베개 펴냄

어린이날 선물로 태블릿 PC를 아이에게 사주고 너무나 빨리 빠져드는 것에 놀란 적이 있습니다. 제가 어릴적 텔레비전 보기를 좋아한 것과는 차원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그냥 놔두면 안될 듯 해서 지금은 특정한 목적 외에는 사용을 금하고 있는데, 아이가 예민해지고 좀 급해지는 경향이 생기고 종이책을 멀리 하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것을 통해 접하게 되는 언어, 음악, 색 그리고 속도감이 얼핏 보면 흥미롭고 다양한듯 했지만, 실제 현실 속에서 오감을 열어 놓고 경험할 수 있는 것에 비하면 지극히 단순하고 투박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런데 이러한 현상이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발생하는 듯 합니다. 스스로는 충분히 자제하고 조절할 수 있고 그것이 내 몸과 마음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어느새 그것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그리고 화면 속 가상현실과 실제 현실세계의 상이함을 경험하고 처리해야 하는 우리의 감각기관과 뇌는 이로 인해 피로하고 혼란을 겪게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피로와 혼란이 가져오는 스트레스는 몸과 마음의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지요. 또한 오관과 뇌가 작업하기 위해 기혈의 흐름이 그쪽으로 집중되면서 머리와 가슴에 기운이 집중되고 열이 오르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흔히 하단전이라고 부르는 아랫배 부위에 자리하고 있어야 할 에너지의 중심추가 위로 쏠리게 되어 전반적인 기혈순환에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스마트폰 없이 살 수 있을까요? ⓒ연합뉴스


그렇다고 컴퓨터와 스마트폰 없이 살 수는 없는 일, 뭔가 대책이 필요합니다. 저는 평소 진료하면서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에너지의 균형이 위로 쏠린 분들에게 자주 많이 걷고 천천히 그리고 깊이 호흡하는 것과 함께 손을 써서 무언가를 만드는 작업을 배우고 익힐 것을 권합니다.

"광폭 손도끼를 직접 만들어 본 경험은 나에게 여러모로 소중한 것이었다. 먼저 이 일은 내내 신나는 모험이었다. 이렇게 기본적인 연장이 모양에 따라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를 배우는 것에서부터 남들이 만들어주던 것을 내가 직접 디자인 하는 것, 그리고 결국에는 내 연장을 직접 만드는 것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이 모두 그랬다. (…) 이런 과정은 우리가 얼마나 여러 방면에서 모험을 즐길 수 있는지 실증해주고 있다. 서민적인 도구들에 대한 개념을 확립해 나가는 동안 디자인하는 즐거움, 손을 쓰는 즐거움, 마음을 쏟아 일하는 즐거움을 두루두루 맛볼 수 있으니 말이다."

- <핸드메이드 라이프> 윌리엄 코퍼스웨이트 지음, 이한중 옮김 , 돌베개 펴냄

그 대상이 무엇이 되었든 내 손을 움직여 무엇인가를 만들어 내는 일은 단순하고 반복적인 작업이 주는 몰입의 즐거움과 함께 뇌를 쉬게 하고 밖으로만 치닫던 감각을 내면으로 향하게 합니다. 또한 위로만 치솟아 오르던 기운을 본래 자리로 내려 줍니다. 그 질적인 측면에서는 다를 수 있지만 좌선을 통한 입정의 상태가 정적인 입정이라면 이러한 몰입상태는 일종의 동적인 입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순간들이 너무 많은 자극에 노출되어 생기는 몸과 마음의 불균형을 바로 잡는 데는 최고의 약이 됩니다.

고요지수가 높은 곳을 찾아갈 만큼 현대인의 삶은 요란스럽습니다. 의미있는 소리도 있지만 불필요한 소음도 참 많지요. 소음을 피하거나 걸러 낼 수 없다면 고요함을 통해 지치고 예민해진 몸과 마음을 달래 주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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