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찌질함'이었다. 2014년 1월께, 언론협동조합 프레시안에서 매달 한 차례 진행하는 조합원 교육 때였다. 잠깐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게, 프레시안 조합원 강의나 모임 참석자는 연세 지긋한 분이 대부분이다. 이는 프레시안의 '관점있는 뉴스'를 보는 독자층 연령대와 매우 유사하다.
그날 교육도 마찬가지였다. 대다수 참가자가 50~60대였다. 당시 협동조합팀에 있던 나로서는 자연히 ‘왜 이렇게 우리 행사에는 젊은 친구들이 오지 않느냐’는 푸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때였다. 교육장 문을 열고 여성 한 분이 들어왔다. 한눈에 봐도 20대였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반드시' 붙잡아야 했다. 그간 프레시안 행사에서 도통 찾아보기 어려운 게 젊은 조합원이었다.
이날 교육 뒤에는 조합원 간 조촐한 뒤풀이가 있었다. 그 자리에 그 친구를 참석시키려 했다. 한 시간여 강의가 끝난 뒤, 뒤풀이 장소를 공지하면서 그 친구를 슬쩍 엿보았다. 혹여 말하는 사이에 줄행랑칠까 걱정됐다. 이전에도 가물에 콩 나듯 20대 조합원이 교육장을 찾아왔지만, 이내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기 일쑤였다. 왜 그런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아니나 다를까. 이 친구 역시 후다닥 짐을 챙기고는 황급히 교육장을 나서고 있었다. 그 친구를 붙잡으려 이대희 당시 협동조합팀장이 다급히 뒤쫓았다.
누가 그랬던가. '달리기'는 절박한 사람이 이긴다고. 붙잡고 싶은 마음보다 그 자리를 벗어나고 싶은 '그분'의 마음이 더 절박했던 듯했다. 누구보다도 빠른 경보로 바람과 함께 사라지셨다. 참담해 하던 이대희 팀장의 얼굴을 아직 잊을 수가 없다.
그 일은 협동조합팀에는 상당한 충격이었다. 당황을 넘어 당혹스러웠다. 하지만 그 일을 계기로 어떻게 하면 20대들이 조합 활동에 참여하도록 만들지 본격적으로 고민하게 됐다.
'젊은 조합원들이 나이 많은 조합원과 어울리는 게 부담스럽다면, 말도 통하고 비슷한 고민을 공유하는 젊은 조합원들만 따로 만나도록 모임을 준비하면 어떨까'
그래서 만들어진 모임이 '2030모임'이다. 20대와 30대 조합원으로 구성된 모임을 줄여서 이렇게 부른다. 2014년 3월 1일, 첫 모임 이후 지금까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시작할 때만 해도 2030이 모일 수 있을까 싶었지만, '걱정도 팔자'였다. 지금까지 서로 잘들 '놀고' 있다.
한밤중 번개로 만나 동이 틀 때까지 술을 부어라 마셔라 하지 않나, 주말에 한강공원에서 텐트를 치고 캔맥주를 마시지 않나…. 전라남도 임실 치즈마을에 1박2일 MT를 다녀오기도 했다. (☞관련기사 :서울-호남 조합원, 임실에서 상견례한 날!) 작년 10월에는 프레시안 협동조합 주최 일일호프에서 서빙과 주방 일을 도맡아 했다. (☞관련기사 : 프레시안과 '썸' 탄 날! 일일호프 이모저모)
그뿐이랴. 직접 취재현장을 방문한 뒤, 느꼈던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를 프레시안에 보내주기도 했다. (☞관련기사: 가장 낮은 곳에 엎드리려 가장 높은 곳에 오른 그들, 4월 16일 이후, 내게 묻습니다…'어떻게 살래?') 지난 5월 30~31일에는 2030모임 주최로 가평에 MT를 다녀오기도 했다. 체력도 좋고 열정도 넘치는 이들이다.
'찌질함'으로 모임을 준비했으나 2030모임은 지금 프레시안 협동조합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이 분들이 있어 프레시안이 협동조합으로 더욱 가치가 빛난다는 이야기는 괜한 소리가 아니다. 앞으로도 프레시안 협동조합이라는 틀거리 안에서 지금처럼 열심히 놀아주길 바랄 뿐이다.
* 6월 1일은 <프레시안>이 언론협동조합으로 전환한 날입니다. 조합원, 후원회원으로 동참해주세요. 좌고우면하지 않고 '좋은 언론'을 만드는 길에 정진하겠습니다. (가입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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