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골 때리는' 일 많아도 '하하하' 웃읍시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골 때리는' 일 많아도 '하하하' 웃읍시다! [김형찬의 동네 한의학] 웃음으로 두통의 힘을 뺀다
"아~ 머리 아파서 눈 뜨기도 힘드네, 꼭 뇌가 머릿속에서 돌아다니는 것 같아."

며칠 전 퇴근길에 만나 저녁을 먹고 안부도 물었던 아는 형님이 세상이 다 끝난듯한 표정으로 들어옵니다. 이유인즉슨, 전날만 해도 일 잘 마무리하고 아무 문제 없이 퇴근한 직원이 다음 날 아침 갑자기 휴대전화 문자로 "그만둔다"고 통보했답니다. 실력이 좋고 성실해서 다른 직원들보다 더 챙겨줬는데 이런 일을 당했다면서 "화도 나고 당장 산적한 일도 걱정"이라고요. 순간 '진정한 성공은 친구의 배반을 참아내는 것'이란 에머슨의 시구가 머리를 스쳐 갔지만, 입 밖으로 꺼내지는 못했습니다.

화를 좀 다스려야겠기에 감국과 치자를 넣어 차를 한잔 우려 드리고는 잠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러고는 표정이 조금 부드러워졌을 때 아주 썰렁한 농담을 던졌지요. 형님의 얼굴이 순간 경직되더니 '피식~'하고 웃었습니다. 이제 치료는 절반 정도 된 셈입니다.

'골 때리는 일'이 많은 시절이라 그런지 몰라도 진료실을 찾으시는 환자 중 두통을 호소하는 분이 참 많습니다. 두통은 개별적인 질병이라기보다는 고열과 마찬가지로 몸의 상태에 따라 나타나는 하나의 증상입니다. 하지만 심할 경우에는 그 자체로도 힘들고 그로 인해 다른 증상이 발생하게 됩니다.

환자 중에는 두통이 자주 발생하거나 잘 낫지 않아 '혹시 머리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우려에 고가의 검사를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중 거의 대부분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결과를 받습니다(큰 문제는 아니라는 위안을 얻기 위해 꽤 큰 비용을 낸 셈이지만, 신경증이 심한 분에게는 이러한 진단이 치료에 필요하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듣는 가장 흔한 말은 바로 신경성. 즉 기혈의 순환이 잘 안 되어서 생기는 긴장성 두통입니다. 제 경험으로도 두통을 호소하는 환자의 많은 수가 이런 경우입니다. 이들은 대부분 맥에 긴장한 반응이 역력하고 목과 어깨 주위가 뭉치고 굳어 있고, 두통의 이면에 풀리지 않는 감정상의 문제들이 잠재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 머리 아픈 일이 많은 요즘입니다. 가장 좋은 처방은 바로 웃음입니다. ⓒintegrativehealthcare.org

한의학에서는 감정의 변화가 기의 흐름에 변화를 가져오고 이것이 병의 큰 원인 중 하나라고 봅니다. 의서는 "화가 나면 기가 위로 치밀어 오르고, 기쁘면 흐름이 부드러워지고, 생각이 많으면 뭉치고 놀라면 흐름이 어지러워지며 두려우면 기가 아래로 내려간다."고 설명합니다.

두통과 연관 지어 보면, 우리가 스트레스를 받아 화가 나면 일단 기운이 머리 위로 치밀어 오릅니다. 이때는 머리가 터질 것 같다던가 얼굴이 붉어지고 눈은 충혈되고 가슴이 답답하면서 호흡이 거칠어지는 증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단계가 지나면 열은 서서히 식어 내려가는 데 반해 함께 끓어올랐던 체액은 남게 되어(한의학에서는 이것을 담음(痰飮)이라고 표현합니다.) 기혈의 흐름을 방해하게 됩니다. 우리 몸은 어떻게든 순환을 정상화하려 하는 데 반해, 막고 있는 게 있으니 서로 충돌이 일어나 통증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러한 상황이 자주 발생하면 만성 혹은 완고한 두통이 되지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감정의 변화로 인해 기의 흐름이 바뀌어서 두통이 생겼으니, 치료를 통해 기의 흐름을 조정하거나 감정에 변화를 주면 됩니다. 이때 가장 효과적인 처방이 웃음입니다. 앞서 말한 내용 중에 기쁘면 기의 흐름이 부드러워진다는 것을 이용하는 것이지요.

재미있는 일이 있어서 너무 많이 웃다가 팔다리에 힘이 쭉 빠지는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입니다. 기혈의 흐름이 과하게 이루어져 일종의 기진맥진한 상태가 된 것이지요. 그처럼 웃음의 힘은 강력합니다. 만약 주위에 누군가 화가 나서 머리를 감싸 쥐고 있다면, 한 번쯤 실없는 농담으로 웃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너무 특정한 일에만 빠져있지 말고, 하늘을 한번 바라고 크게 소리 내서 웃어본다면 두통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저는 두통으로 고생하시는 분들에게는 거울을 자주 보라고 이야기합니다. 지금 내 얼굴은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를 확인해 보라고요. 그러고는 거울 속 나를 향해 '씩~' 웃어 주시라고 합니다. 내가 나를 위해 웃어줄 수 없다면 세상 누구도 나를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없을 테니까요.

누구나 살다 보면 일이 풀리지 않고 세상 사람들이 내 맘 같지 않아서 열 받고 머리가 아픈 날이 있을 것입니다. 요즘처럼 기가 막힐 일이 많은 시절에는 더 하겠지요. 그럴수록 지금 내 자리에서 중심을 잡는 게 중요합니다. 하루 중 아주 잠깐이라도 천천히 숨을 고르는 시간을 갖고 웃을 수 있다면, 조금은 쉽게 견뎌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원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2-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