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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중국, 어디로 가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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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중국, 어디로 가고 있나? [차이나 프리즘] 중국의 8가지 사회적 사상과 중국의 미래

2012년 중국의 베스트셀러의 하나였고 중국에서 현재까지도 널리 읽히고 있는 책으로 마리청(馬立誠)의 <당대중국8종사회사조>(當代中國8種社會思潮, 사회과학문헌출판사 펴냄, 2012)가 있다. 베이징과 상하이의 주요 서점에서 모두 찾아볼 수 있는 책으로, 이 책이 유명해진 이유는 전문적인 학술서적의 난해함에서 벗어나 쉽고 생생하게 중국의 다양한 사상 흐름을 정리했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날 중국에서 논의되고 있는 사상·사조는 무엇인가. 위 책에서는 이를 8가지로 분류했다. 이 사조들을 살펴보는 것은 현재 중국인들이 바라보는 중국 사회에 대한 진단과 가치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또 중국에 대한 전반적 이해뿐만 아니라 국외에서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을 정립하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은 현재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중국의 특수성이 있다고는 해도, 공식적으로는 어쨌든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는 맑스-레닌주의와 마오쩌둥(毛澤東)의 사상에 기반한 사회주의가 강조된다. 특히 책에서는 다른 것들은 '사조'(思潮)로 불리지만, 덩샤오핑(鄧小平)의 주장은 유독 '사상'(思想)으로 불리며 강조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아도 덩샤오핑은 1978년 이전 개혁개방을 시행하기 위해 마오쩌둥을 무조건 따르려던 화궈펑(華國鋒)을 넘어서는 것과 동시에 마오쩌둥 사상의 한계를 드러내기 위해 '실사구시'를 내세우며 자신만의 사상을 구축해 나갔다.

책에서는 이러한 체제안정과 공산당 정권 유지의 기반이 되는 덩샤오핑 사상을 강조한 바탕 위에 나머지 7개 사조가 언급됐다. 그것은 구좌파, 신좌파, 민족주의, 민수주의(民粹主義, 중국에서의 인민주의), 자유주의, 문화보수주의, 민주사회주의이다.

중국은 서구에 의해 강제 개항된 아편전쟁 이래 근대성(Modernity)을 추구해왔다. 전통적 중국의 체제와 문화를 개혁 혹은 혁명하는 가운데, 서구에서 밟아 온 근대를 수용하고자 했지만 서구와 일치하는 경로를 밟기는 어려웠다. 무엇이 근대이며 근대성인가에 대해서도 현재까지 논의가 분분하지만 책에서는 중국의 근대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심지어 '중국의 길'이 '근대'라고 간주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구좌파는 마오쩌둥의 사상을 고수하고 있는데, 개혁개방이 사회주의가 아니라며 시장경제와 사회주의가 병립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마오쩌둥 집권 시기 경직된 사회 속에서 자유주의자들의 표현 방식이던 '만언서'(萬言書)라는 전단지 살포 방식을 차용해서 자신들의 주장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나갔다.

신좌파는 구좌파와 많은 부분에서 다른 특성을 보이고 있다. 신좌파는 서구 좌파의 견해를 차용했고 이들 대부분은 서구에서 유학한 경험이 있다. 그들은 개혁개방 이후 서구의 자본이 중국에 들어오면서 중국 내 빈부 격차 문제를 야기시켰기 때문에 공산당의 독재 문제보다는 서구 세계 자본주의의 중국 내 침투를 막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중국이 G2로 부상한 오늘날에는 이들의 주장이 중국 공산당 정부 강화를 뒷받침하는 주장으로 비춰졌으며 이는 민족주의와 결합하는 양상까지 보이게 되었다. 그래서 서구사회에서의 좌파는 사회의 비주류나 비판세력으로 간주되지만 중국에서 좌파는 친정부적 성격으로 비춰지게 된다.

중국에서는 오히려 자유주의가 비판적 세력으로 기능하고 있다. 자유주의는 개혁개방정책의 초기 이데올로기를 제공했지만 1989년 천안문사건으로 그 세력이 약화되면서 민권운동이나 법제운동 등과 연계됐다. 이를 통해 사회운동의 한 흐름으로 이어졌으며, 최근 중국에서 이를 토착화하기 위해 이념적으로 유가 사상과 연계를 모색하고 있다.

무비판적인 서구수용에 대한 대안으로 중국의 것을 돌아보는 가운데 문화보수주의도 중국의 부상과 함께 확산됐다. 유가 사상을 대표로 '조화'와 '화이부동'(和而不同) 등 현 중국 정부가 표방하는 가치와 이념들을 포함한다. 이는 중국 내의 약화되는 사회주의 사조를 대신하는 국내 단합 이데올로기로, 국외에 전파하기 위한 중국적인 사상이기도 하다.

특히 유가 사상은 중국인들에게 친화력을 지닐 뿐 아니라 중국 정부의 제도와 매체를 통한 다양한 형성과정이 어우러져 중요한 사조로 떠올랐으며, 서구문명과 대항할 수 있는 중국문명의 창출을 모색하는 이념적 기반이 되기도 한다.

한편 민수주의와 민족주의도 중국의 성장과 더불어 그 세가 점차 확대되었는데 민족주의와 민수주의 모두 공산당 정부에게 있어서는 양날의 검이다. 포퓰리즘(Populism)이라 할 민수주의와 대외적 배타성을 지닌 민족주의의 부정적 측면은 동아시아에서나 세계에서 중국의 세력확장을 위한 도구로 쓰이기도 하지만, 자칫하면 중국 정부를 향한 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젊은이들의 인터넷 민족주의의 경우 한중간의 갈등을 낳는 경우도 많았으며 'NO라고 말할 수 있는 중국인' 등에 보이는 지나친 민족주의적 경향은 늘 잠재적이다.

그렇다면 중국에서 가장 이상적인 사조는 무엇인가. 지식인의 상당수가 논리적인 귀결로 도달하는 사조는 아마도 사회민주주의일 가능성이 높다. 공산당 정부의 일당체제를 유지하면서 일당체제의 비민주성을 보완하고 사회의 민주주의와 자유주의에 대한 욕구를 수용하면서 완만하게 사회를 이끌어갈 수 있는 이념으로 사회민주주의가 주창되었다. 다만 사회민주주의는 중국 사회주의의 전통에서 개량적이고 부정적인 위상에 놓였었기 때문에 자유주의의 부침과 마찬가지로 적극적으로 힘을 발휘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이외에도 중국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기독교에 대한 사상적 수용에 대한 재평가도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고 중국에서 가장 잘 부합하는 사조에 대한 비중을 어떻게 매길 것인가 등에 대한 각자의 주장도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다양한 사조를 단순하게 나열이 아닌, 중국사회의 배경과 그 시점 등에 따라 복합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소위 중국의 전환기 즉 포스트사회주의의 시대를 놓고 볼 때 1990년대의 신좌파와 자유주의의 논쟁에서 2000년대 이래 신좌파, 문화보수주의, 민수주의, 민주사회주의, 구좌파 등이 민족주의적 성격을 강하게 드러내는 것으로 변화한 사조 흐름의 거시적인 배경은 바로 중국이 G2로 부상했다는 점이다. 약하게 불꽃을 유지해가고 있는 자유주의가 자칫 서구화랑 동치 되면서 중국 내에서 설 자리가 좁아졌다.

중국 정부는 세계 속의 위상에 걸맞는 중국의 가치를 보편화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중국 내의 다양한 사조의 개방적 토론문화가 전제된 가운데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다양한 사상 간의 상호작용과 비판적 토론이 치열하게 모색될 때 저절로 세계에 내놓을 가치가 형성되고 자리매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중국의 매체나 미디어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의 적극적이고 다양한 참여와 담론 생산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이제 다양한 매체를 통한 대중과 지식인들의 상호작용은 중국에 부합하는 가치의 창출에 기여할 것이라고 본다.

그러므로 중국 내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담론들이 과대하다고 여겨지거나 실제 논리적 비약과 불충분한 근거를 제시하는 경우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이러한 다양한 사조들의 분출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는 중국의 지식인과 대중들이 중국의 나아갈 길에 대해 치열하게 모색한 움직임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무엇인가 새로운 경로, 현실적 실천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 것인데, 이들의 고민과 주장을 별개의 것으로 치부하지 말고 우리의 근대를 재검토하면서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근대의 문제는 글로벌 시대에도 여전히 모두의 과제이기 때문이다.


(최은진 교수는 국민대학교 중국인문사회연구소에서 HK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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