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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워킹푸어 문제, 해결할 의지는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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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워킹푸어 문제, 해결할 의지는 있나? [복지국가SOCIETY] 노인 워킹푸어들의 나라

"근로 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1970년 11월 13일, 서울 청계천 평화시장의 하늘에는 한 청년의 호소가 뜨거운 불길과 함께 높이 올랐다. 극심한 저임금과 장시간 근무의 열악한 노동 환경을 개선하라는 '인간으로서의 최소한 요구'에 대한 외침이 아직도 들리는 듯하다. 그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이 지금 살아 있었다면 아마도 칠순 즈음의 노인이 되어 있지 않을까. 끊임없이 일하면서도 가난에 시달렸던 그 청년들이 이제 노인이 된 2015년 오늘, 우리나라의 노동 시장은 얼마나 나아졌는가.

우리나라 노인들의 열악한 노동 현실

칠순의 나이에 새벽녘 일용직 인력 사무소가 모여 있는 서울 가리봉동 일대에서 애타게 일자리를 기다리고 있는 노인들이 있다(아시아경제, 2014년 10월 2일 자). 2~3개월에 한 번씩 일본에서 팔아넘긴 배를 제3국으로 운반하기 위해 30년 이상 된 낡은 배를 타고 필리핀으로 가는 노인들이 있다(경향신문, 2014년 10월 21일 자). 일흔이 넘었다고 그나마 있던 아파트 경비원직에서 밀려나 복지관의 구인광고란 앞을 전전하는 노인들이 있다(강원일보2014년 10월 8일 자). 하루 2000-3000원을 벌기 위해 30여 킬로그램의 폐지가 실린 손수레를 무겁게 끌고 가는 노인들이 있다(충북일보, 2015년 2월 24일 자). 계속해서 일하고 있으면서도 가난한 노인들이 우리 주위에서 너무나도 쉽게 보인다.

찬란한 경제 성장을 자랑하듯 도심에 높이 솟아오른 빌딩들의 반짝이는 유리 속에 어둡고 좁은 다락에서 일하는 한 청년과 무거운 손수레를 끌고 가는 한 노인이 포개져서 비쳐진다. 우리나라는 정말 성장한 것이 맞을까? 도대체 왜 우리나라에는 열심히 일하면서도 가난한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가? 그리고 우리나라의 노인들은 왜 지금까지도 일하고 있는가? 노인들은 왜 그렇게 열악한 노동을 하고 있는가?

2015년 3월 현재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약 65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3% 정도인데, 이 비율은 2026년이면 20%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은 OECD 국가들 중에서 가장 빠르게 노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65세 이상 인구 중 경제 활동 인구는 약 200만 명으로 노년층의 경제 활동 참가율은 약 30%이다. 즉, 우리나라 노인들의 약 삼분의 일이 노동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조사 시점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가장 최근에 이루어진 근로형태별 취업자 자료를 보면 2014년 8월 현재 60세 이상의 임금 근로자가 약 170만 명인데, 그 중의 68%에 해당하는 약 120만 명이 비정규직이다.

반면 총 인구를 기준으로 했을 경우에는 비정규직의 비율이 33%로 정규직 근로자가 더 많은 것을 볼 때, 다른 연령 계층보다 특히 노인 인구가 비정규직에 종사할 가능성이 월등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게다가 2014년 8월 경제 활동 인구 조사 부가 조사에 따르면, 법정 최저임금 미달자는 전체 임금 근로자의 약 12%인데, 55세 이상의 중고령자들을 대상으로 할 경우 그 비율은 약 30%가 된다. 다른 연령층과 비교할 때, 그 비율은 각각 25세 미만의 경우 28%, 25-34세는 4.4%, 35-44세는 5.2%, 45-54세는 8.9%이다. 즉, 우리나라는 가장 저임금이고 불안정한 일자리에서 노인들이 일하고 있다.

이번에는 일하는 노인들의 산업별 직업별 분포를 살펴보자. 우선 직업별로 보았을 때([표1]), 65세 이상 취업자 약 200만 명 중에서 농림어업 종사자가 약 65만 명으로 가장 많으며, 2위와 3위는 서비스·판매 종사자와 기능·기계조작 종사자로 각각 약 27만 명과 22만 명을 차지하고 있다. 다음의 [표 2]는 산업별 취업자를 나타내고 있는데, 역시 농림어업이 약 70만 명으로 가장 많다. 그리고 그 다음은 사업·개인·공공서비스 및 기타 산업으로 약 65만 명이 종사하고 있다.


경제 활동 인구 중 취업자에는 임금 근로자 외에도 비임금 근로자가 포함된다. 그리고 비임금 근로자는 자영업자와 무급 가족 종사자를 포함한다. 이들의 규모를 살펴보면, 2013년 8월 기준으로 60세 이상의 취업자 약 345만 명 중에서 취업자의 절반에 가까운 인구가 자영업에 종사하고 있다(통계청, 2013). 30대 혹은 40대에서는 자영업자의 비율이 20%에 미치지 않는 것에 비해 60세 이상의 자영업 비중은 매우 높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자영업의 경우 농림어업 종사자가 가장 많지만, 2위는 도매 및 소매업, 3위는 운수업으로 영세자영업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무급가족종사자의 경우도 농림어업을 제외하면 도매 및 소매업 등의 서비스업에서 일하고 있다.

위에서도 살펴보았듯이 노인 임금 근로자의 경우, 사업 시설 관리 및 사업 지원 서비스업 종사자가 가장 많고, 도매 및 소매업, 숙박 및 음식점 등 전반적으로 서비스업종에서 일하는 종사자가 많다. 사업 시설 관리 및 사업 지원 서비스업에는 우리 주위에서 흔히 만나게 되는 아파트 경비직이나 건물 청소원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그나마 어느 정도 건강한 노인들을 선호하는 직업이고, 70세 이상의 노인들은 구하기도 힘든 일이다. 종합해보면, 자영업 및 임금 근로자의 경우 모두 저임금 서비스업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우리나라 노인 빈곤 문제의 본질

이러한 노인들의 노동 시장 참여 현황은 우리나라의 높은 노인 빈곤율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우리나라는 노인 빈곤율이 49%가 넘어 절반에 가까운 노인들이 상대적 빈곤층에 속하고, 실제로 고령자가 겪는 어려움 중의 53%가 경제적 어려움이다(통계청 사회조사, 2013). 공적 연금 등 우리나라의 사회 보장 제도는 역사가 길지 않아 아직 성숙하지 않은 상태인데, 빠른 노령화가 진행되고 있으므로 이미 높은 노인 빈곤율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노인 빈곤 문제와 관련하여 현재 노후 소득 보장에 대한 논의가 공적 연금 및 공공 부조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미성숙한 사회 보장 제도와 함께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와 서비스업 위주로 형성되고 있는 불안정 노동 시장의 확대를 모두 고려했을 때, 현재의 노후 소득 보장 문제는 사회 보장 제도를 통해 이루어지는 재분배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다시 말해서 노동 시장 전반의 불안정성 해결을 위한 고민과 적극적 정책 개입이 없는 한, 사회 보장 정책을 통한 노후 소득 보장은 복지국가를 향해 한쪽 날개만 가지고 날아가려는 애달픈 새가 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현 노인 세대뿐만 아니라 미래 노인 세대의 노후 소득 보장에는 사회 보장을 통한 재분배만큼이나 노동 시장에서의 일차 배분에 대한 개입도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배경에서 먼저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하면서도 가난한 '노인 워킹푸어(the old working poor)'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 노인이 '전체 소득 중에서 일해서 얻는 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은 63%에 달하여 OECD 국가들 중 가장 높다. 북유럽 국가들은 12% 내외, 프랑스가 5%, 그리고 OECD 평균은 24%이다. 공적 연금으로 인한 소득이 한국보다 낮은 칠레(공적 이전으로 인한 소득 6%, 한국은 16%)조차 노동 시장에서 얻는 소득의 비중이 62%로 한국보다 낮다. 즉, 우리나라 노인들은 총소득의 3분의 2 이상을 일해서 얻는데, 그 일자리마저 저임금이고 불안정하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노인들은 단순히 '활기찬 노후 생활'을 위해서가 아니라 생계비를 벌기 위해 일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을 위한 일자리는 없거나 아주 열악하다. 그래서 노인 워킹푸어의 수는 쉽게 줄어들기 어렵다.

노인 워킹푸어(근로 빈곤) 문제의 올바른 해법

그렇다면 우리나라 노동시장 및 노인 워킹푸어들과 관련하여 가장 시급한 해법은 무엇인가? 우리나라 노동 시장의 워킹푸어(근로 빈곤) 요인들을 분석한 연구를 살펴보면, 일하는데도 빈곤한 주된 원인으로 '낮은 임금'과 '빈번한 고용 단절'로 인한 불안정한 고용 관계가 제시되고 있다(서울사회경제연구소, 2011). 서비스업의 확대와 함께 관련 직종이 상당부분 저임금의 불안정한 고용관계의 일자리라는 점에 주목한다면, 정부는 다음의 세 가지 해법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첫째, 현재 노인층뿐만 아니라 청년층의 약 30%가 최저 임금에 미달하는 저임금으로 일하고 있기 때문에 최저 임금의 인상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우리나라 노동시장에서 저임금 근로자의 비중은 2013년 기준 24.7%로 OECD 국가들 중 미국 다음으로 가장 높다(OECD 평균은 16.3%). 현재 55세 정도에 정년을 맞이하고 적어도 70세 즈음까지는 불안정한 저임금 일자리에서 일하고 있는 노인의 수가 많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최저임금을 상당 폭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것은 노인 워킹푸어 문제의 해소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저임금 계층의 소득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어 우리나라 이중 노동시장 구조의 해소를 위해서도 필요한 조치다.

둘째, 사회 서비스 분야의 고용을 늘리는 것 이상으로 고용의 질을 높여나가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사회 서비스의 확대와 이를 통한 고용 창출을 강조해왔지만, 실제로는 저임금의 불안정 고용 관계만 양산했다는 점을 반성적으로 성찰해야 한다. 저임금의 불안정 고용 관계가 안정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진 바우처 발급을 통한 사회 서비스의 확대는 저임금 근로자의 수만 더 증가시킬 뿐이다. 퇴직 이후 많은 수의 노인들이 신체적으로 가능한 한 여전히 근로 활동에 참여하고 있으며, 이들의 일자리가 대체로 저임금의 서비스업이라는 점에서 사회 서비스의 확대가 저임금 노인 일자리의 확산에 미칠 영향을 좀 더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셋째, 현재 큰 관심을 끌고 있는 공적 연금 논의는 당장의 노인 빈곤 및 노인 워킹푸어 문제의 해소와는 관련성이 적다는 것을 다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지금, 절반에 해당하는 노인들이 당장의 생계비를 벌기 위해 일을 하고 있고, 우리가 주위에서 쉽게 노인 워킹푸어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노인 노동 시장의 문제가 중요하고 시급하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불안정한 노동시장 문제의 해결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은 지금의 노인들뿐만 아니라 미래 노인들의 '노후 소득 보장'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이승윤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은 이화여자대학교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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