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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배 "유승민 단죄할 '박근혜 칼'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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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김종배 "유승민 단죄할 '박근혜 칼'이 궁금하다" [시사통] 박근혜 vs 유승민, 관전 포인트는?

어제(29일) 새누리당 최고위윈회의로 여실히 드러난 사실이 있습니다. 유승민 사태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도, 친박도 아닌 유승민 원내대표라는 사실입니다.

오매불망 청와대만 바라보는 '해바라기' 최고위원 몇몇이 어제 회의에서 유승민 원내대표의 자진사퇴를 요구했지만 관철시키지 못했습니다. 유승민 원내대표가 "더 고민하겠다"며 사실상 거부 입장을 밝혀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한 것이죠.

이 지점에서 판 정리를 해야 합니다. 유승민 원내대표가 자진해서 사퇴할 뜻이 없다고 전제할 경우 남는 방법은 하나, 그를 강제로 끌어내리는 겁니다. 그러려면 의원총회를 열어 그를 불신임해야 합니다.

의총을 여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의원총회는 원내대표나, 재적의원 10분의 1 이상의 의원 또는 최고위원회의가 요구하면 열도록 돼 있습니다. 친박 의원 16명이 서명을 하거나 최고위원들이 요구하면 되는 겁니다. 헌데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했던 '해바라기' 최고위원들은 의총 소집을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유승민 자진사퇴를 요구한 이인제 최고위원은 오히려 의총 소집에 반대했습니다. 의총 소집요구서를 내려던 친박계 의원들은 갑자기 소집서 제출을 보류했습니다. 유승민 원내대표가 자진사퇴를 거부했으니 응당 강제사퇴 수순을 밟아야 하는데도 친박은 멈칫거리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자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의총에서 불신임 카드를 꺼내 드는 순간 숫자싸움으로 가는데 자신이 없는 겁니다. 지난해 국회의장 후보 경선과 당대표 선거, 올해 초 원내대표 경선에서 연거푸 비박에게 패한 친박입니다. 게다가 지난 25일 열린 의총에서 125명의 의원이 유승민 원내대표를 재신임한 터입니다. 까딱하다간 불신임 카드가 부메랑이 됩니다. 유승민은 살려주고 자신들의 추레한 몰골만 확인하는 '악몽의 터널'이 될 수 있습니다.

▲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 ⓒ연합뉴스


판 정리를 하고 보니 또렷해집니다. 친박의 기세가 '살벌' '등등'한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겉으로는 핏대 올리지만 실제로는 난감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제3의 시나리오가 솔솔 흘러나옵니다. 유승민 원내대표가 국회법 개정안이 재의에 부쳐지는 순간까지는 직을 유지하되 새누리당의 표결불참으로 재의가 무산되는 순간 모든 걸 내려놓고 퇴진하는 시나리오입니다. 이런 시나리오를 운위하는 사람들은 시간을 묵혀 유승민 원내대표가 고뇌 끝에 스스로 물러나는 모양새를 연출하는 것이기에 명예퇴진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요설'입니다. 유승민 원내대표가 이 시나리오를 손에 쥔다는 건 스스로 국회법 개정의 잘못을 만천하에 공인한다는 뜻이 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리고 친박이 '심판' '사퇴'의 명분으로 삼는 주장에 순순히 고개 숙이는 꼴이 됩니다. 떠나는 자가 꿈꾸는 마지막 장면, 즉 '아름다운 뒷모습'을 연출할 수 없는데 뭣 하러 그런 꼴사나운 장면을 연출합니까? 길어봐야 일주일 정도의 시간만 주어질 텐데 그 일주일 동안 천지창조를 할 게 아닌 바에야 뭣 하러 시간을 묵힙니까?

좋게 말하면 대치 상황, 있는 그대로 말하면 죽도 밥도 아닌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친박은 부글부글 끓지만 유승민 원내대표는 까칠하게 처신하는 평행상태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상황이 오래 고착된다면 유승민 원내대표는 삽니다. 연명하는 정도가 아니라 레벨 업 됩니다. 박 대통령에 맞서 밀리지 않는 정치인으로 위상이 올라갑니다. 반면에 박 대통령은 스타일을 완전히 구깁니다. 국민을 향해 '심판'까지 운운했는데 국민은 고사하고 당조차 심판에 동원하지 못하는 군색한 처지가 부각되면서 기세가 꺾이게 됩니다.

물론 청와대가 속절없이 되치기 당하지만은 않을 겁니다. 어차피 꺼낸 칼, 무라도 베어야 하기 때문에 어떤 수단이든 동원하려 할 겁니다. 그리고 그 수단은 무대 위에서가 아니라 장막 뒤에서 동원할 겁니다. 유승민 원내대표가 박 대통령에 공손히 하직 인사하고 사퇴하는 모양새를 만들어내는 게 새누리당 내 숫자 배열표를 피해 갈 뿐 더러 박 대통령의 위세를 더 높이 올릴 수 있을 테니까요.

궁금합니다. 청와대가 장막 뒤에서 꺼내 들 그 수단이 뭘까요? 아마도 이게 관전 포인트이자 감시 포인트일 겁니다.

이 기사는 6월 30일 <시사통> '이슈독털' 내용입니다. (☞바로 가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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