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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보다 20년 늦었던 중국과 대만,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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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보다 20년 늦었던 중국과 대만, 지금은? [차이나 프리즘] 양안 통합의 씨앗, 대만의 대륙 유학생

최근 국내의 한 신문에 남북 70년의 분단과 관련, "외모, 문화, 웃음 코드 등 모든 것이 달라지면서 남북한 사이의 이질화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기사를 보도한 바 있다. 즉 70년을 따로 살게 되면서 개그 프로그램을 봐도 이해할 수가 없어 웃지도 않는다며, 분단의 고착화를 막기 위해 민족 동질성을 회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내용이었다.

우리와 유사한 내전을 겪고 70년 가까운 분단 상황에 처해 있는 양안(兩岸)인 중국과 대만은 2008년 이래 '차이완'(China+Taiwan)시대라는 용어가 나올 정도로 경제 통상 교역을 대폭 확대했다. 또 정치와 인적교류에서도 과감한 협력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이른바 '시주회'(習朱會)라고 일컫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공산당 총서기와 대만 국민당의 주리룬(朱立倫) 주석의 영수회담이 베이징에서 개최되는 등 지금까지 5회에 걸쳐 국공(國共) 회담을 지속하면서, 70여 년의 분단을 극복하고 '하나의 중국'을 지향한다는 메시지를 대내외에 표방했다.

경제적 교역과 정치적 교류가 거시적 차원에서 양안 화해협력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기여한다고 본다면, 매년 수천 명의 대륙(중국) 학생들이 대만의 대학에서 4년 이상 학업을 이어가고 있는 현상은 미시적인 차원에서 양안의 실질적인 통합의 단초를 제공할 것이다. 미래 세대 간의 교류가 결국은 서로를 이해하도록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양안 언론에는 2011년 대만 정부가 대만의 80여 개 대학에 대륙 학생들의 입학을 허용하면서, 4년 전 1기생으로 입학했던 928명의 대륙 유학생들이 졸업을 앞두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동시에 대만정부가 대륙학생(陸生)의 대만 취업을 불허하는 유학허용조건으로 인해 중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에 학생들이 불안과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현재 대만에는 복건성, 절강성, 강소성, 광동성, 북경시, 상해시, 호북성, 요녕성 등 8개 지역에서 온 1만여 명의 대륙 학생들이 대만대, 교통대, 청화대, 중산대, 정치대, 성공대 등의 국립대학과 담강대, 중국문화대 등의 사립대학을 포함하여 100여 개 대학에서 전자공학, 재무금융, 법률, 기업관리, 중문, 경제, 언론홍보, 사회학, 심리학 등 다양한 전공을 선택하여, 각기 학사, 석사, 박사 과정을 수학하고 있다.

대만의 대륙유학생 허용정책은 마잉주(馬英九) 국민당 정부의 양안 교류 확대를 통한 대만경제발전정책에 기인한 바 크지만, 양안 사이의 학술교육 교류는 일찍부터 시작됐다. 이미 1999년 대만은 '대륙지구 전문가 및 학생 대만 입국 문교 종사활동 심사요점'을 공포하여, 4개월로 체제 기한을 제한한 학술활동이나 단기연수를 허용했다. 2008년에는 체류기한을 1년으로 연장했다.

대만의 대륙 학생 유학정책 연구논문에 의하면, 대만은 정식 대학입학 허용 이전에 이미 상당수의 대륙유학생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2007년 849명, 2008년 2055명, 2009년 2888명의 대륙 학생들이 1년 동안 대만에 체재하면서 대만을 배우고, 대만 대학생들과 교류를 하고 돌아갔다. 일부는 2011년 다시 와서 학사, 석사 또는 박사 과정에 입학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대만정부는 대륙학생들을 받아들이는 정책을 결정하는 데 있어 시종일관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고 있다. 대륙과의 교류협력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민진당 등 녹색(綠色) 진영의 반대입장을 수용하여, 유학허용정책을 결정한 초기부터 대륙 학생들이 신청할 수 있는 입학이 가능한 학교와 지역, 정원을 제한하고, 장학금 지급금지, 아르바이트 허용금지, 졸업 이후 대만 취업금지 등 소위 '3제한 6금지'(三限六不)조치를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조치는 대륙과의 교류가 대만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대만 정부의 의도가 바탕에 깔려 있다.

하지만 대만 정부는 대륙유학생을 늘리기 위하여 부분적으로 제한조치를 완화시키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 2014년에는 기존 대만의 대학입학생의 1%(2850명)로 제한했던 대륙 학생 입학비율을 2%(5700명)까지 확대하였다. 즉 1년에 5000명 이상의 대륙학생들이 대만에 들어와 체재하는 것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수년 후에는 4~5만여 명의 대륙유학생들이 2300만 대만인들과 함께 어우러져 생활할 것이다.

5월에 있었던 '습주회'에서 주리룬이 '구동준이'(求同尊异), 즉 같음을 추구하면서도 다름을 존중하자는 의미를 내비치자, 시진핑이 바로 '존동화이'(存同化异) 즉 같지만 다름을 포용하자는 단어로 응수했다고 한다. 가급적 중국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풍요로운 대만을 유지하려는 대만의 원심력과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을 실현하여 중화 부흥의 미래를 꿈꾸는 중국의 구심력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양안은 1993년 분단 이후 처음 가진 장관급 회담인 왕구(王辜)에서 표명한 "분리되면 서로 손해고, 합치면 서로 이익이다"(分則兩害, 合則兩利) 라는 통합원칙아래 소위 '밀당'(밀고 당기기)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양안보다 20년 앞선 1972년 남북이 만나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 이라는 3대 통일원칙을 공동으로 제정했다. 40년이 흐른 지금 우리는 분단 70년에 따른 이질화를 걱정해야 하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통일을 위해서는 만남을 지속해야 하는 것이고, 민족동질화를 위해서 학술과 교육의 교류를 과감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와 같은 분열은 남북 모두에게도 손해다.

그런데 이런 생각은 이제 누구나 공유하고 있는 듯하다. 과거 정권의 적극적인 대북 교류 정책을 '퍼주기'로 비판했던 신문조차도 "나눔, 통일의 시작입니다!"라는 메시지를 내놓고 있는 것을 보니.

(이광수 교수는 국민대학교 중국사회인문연구소에서 HK 연구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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