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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유승민 전 원내대표 사퇴와 관련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이 문제에 대한 묵언(默言)"이라며 입단속에 나섰다. 하지만 불과 몇 분만에 또 김태호·이인제 최고위원이 유 전 원내대표를 간접 비난하고 나섰고, 친박계 핵심 의원도 라디오에 나와 '뒤끝'을 보이는 등 영이 서지 않는 모양새가 연출됐다.

김 대표는 9일 오전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유 전 원내대표 사태를 언급하며 "국민 여러분께 큰 실망과 걱정을 끼쳐 드려서 다시 한 번 죄송하다"며 "비온 뒤 땅이 굳어진다는 속담처럼, 이번 일을 계기로 당이 더욱 단단하게 결속하고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하는 데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그러면서 "당정청이 더욱 잘 소통하고 협력해서 경제와 민생 챙기기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의원들의 뜻을 존중하고 수용해 준 유 전 원내대표께도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그는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또 한 번의 절제 협조를 구한다"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이 문제에 대한 묵언이다. 애당심으로 협조해 달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원내대표 자리가 공석이 된 상황에 대해 "추가경정예산 처리와 관련해 야당과 협상해야 하는 원내대표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후임자를 빨리 선출해야겠다"며 "그 때까지 조해진 직무대행(원내수석부대표)과 제가 야당과 협상하겠다"고 했다.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도 "국민에게 걱정 많이 끼쳤다. 이제 심기일전해야 한다"며 김 대표의 '묵언' 기조에 발을 맞추고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당의 단합과 화합을 통해 국민에게 다가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무성 '묵언령'에도 꿋꿋이 유승민 비난, 누구?…'또' 김태호

그러나 김태호 최고위원은 "원내대표 자리는 집권당 실행자의 자리지 개인 정치(하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유 전 원내대표를 공격했다. 김 최고위원은 "안정된 당청관계 없이는 안정된 국정운영도 없다. 우리는 이제 분명하게, 뼈저리게 이 부분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 김 최고위원은 이제와 "유 전 원내대표에 대한 사퇴를 제일 먼저 제기한 사람으로서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 그리고 개인적 인간관계로 봤을 때 너무나 미안한 감도 든다"고 말해 눈길을 모았다. 그는 지난 2일 김 대표의 발언 자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최고위 석상에서 유 당시 원내대표 사퇴를 거듭 주장했었다. 결국 당시 회의는 욕설과 고성이 오가는 등 파행으로 끝났었다. (☞관련 기사 : 새누리 갈등 '폭발'…최고위에서 "X새끼도 아니고") 김 최고위원은 이날 김 대표에게도 "무엇보다 김 대표가 정말 고생했고 애썼다"며 "이제 당 중심에 서서 당 내부의 여러 상처들도 봉합하고 당청관계 정상화를 위해 더 큰 리더십을 보여주실 것을 기대한다"는 말을 건넸다.

이인제 최고위원도 "굳이 의원총회에서 총의를 모아주지 않는 한 물러날 수 없다고 했기 때문에 참 힘들게 의원총회를 통해서 결론을 내게 됐다"고 유 원내대표를 간접 비판하며 "이게(사퇴가) 순리인데 오히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가치를 이어간 것으로 이야기하고 있고, 신문 1면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고 불편함을 드러냈다. 이 최고위원은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라는, 저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가 믿고 있는 신념을 이번 사태가 흔들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의 '묵언령'이 무색하게, 후폭풍은 장외에서도 이어졌다. 이날 친박 핵심 의원인 김재원 청와대 정무특보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난 원내지도부는 사실상 청와대를 '소통 부족'이라고 공격하면서도 정작 청와대와 소통 노력은 전혀 하지 않고 (…) 나아가서 청와대를 고립시켰다"고 유 전 원내대표를 비난했다. (☞관련 기사 : 김재원 "유승민, 청와대 고립시켜 불거진 문제" 뒤끝)

김 대표와 가까운 김성태 의원도 이날 한국방송·불교방송 라디오 등과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당 장악력이 높아졌다"고 내심을 드러냈다가 "집권당인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가 더 긴밀하고 원활한 소통이 중시될 수 있는 아픈 과정을 겪었다"는 말로 표현을 정정했다.

김 의원은 "대통령 입장도 십분 이해하지만 정권과 당(사이)에 어떤 정책적 정체성의 차이가 있었다면 정치로 풀었어야지, 국민들 앞에 당청의 불협화음·갈등 양상을 보인 것은 적 이런 모습을 보인 것은 이것은 결코 적절치 않다"며 "앞으로 두 번 다시 이런 일은 없어야 한다"고 청와대를 간접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 측근 인사만 박근혜 정부의 국정 운영을 잘 뒷받침하고, 나머지는 국정 성공을 바라지 않는 것처럼 비쳐져서는 결코 안 된다"면서, 유 원내대표의 사퇴 기자회견에 대해서도 "대통령에 대한 공격이라고 확대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