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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파견' 수용 특조위, 독립성 지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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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파견' 수용 특조위, 독립성 지킬 수 있을까? 정부 예산 지급 여부 여전히 '미지수'…이석태 "염려 말라"

세월호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한 지 8개월, 특별조사위원회 위원들이 임명장을 받은 지도 어느덧 4개월이 흘렀다. 그러나 특조위는 여전히 '활동 대기' 상태다. 직제 구성이 안 된 기관에 예산 배정을 할 수 없다며 정부가 예산을 지급하지 않고 있는 탓이다.

이에 지난 21일 특조위가 결단을 내렸다. 정부 시행령안대로 행정지원실장, 기획행정담당관, 조사1과장을 파견직 공무원으로 채우기로 한 것. 특조위는 이들 3개 직위는 핵심 보직으로, 공무원 파견 시 독립적인 진상 조사를 방해해 특별법 정신을 훼손할 수 있다며 민간인 채용을 강력하게 요구해왔다. 예산이 없어 손발이 묶인 특조위는 결국 가장 지키고자 했던 것을 내려놓은 셈이다. (☞관련 기사 : "세월호 특조위, '공무원 파견' 받는 대신 예산 요구")

'절대 사수'를 외치던 특조위를 움직인 것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이었다. 지난 17일, 최 장관은 국회 예결특위에서 "특조위가 예산 집행을 할 수 있는 행정지원실장의 파견을 요청하지 않아 예산을 배정할 수 없다"고 했다. 특조위 관계자는 "예산을 지급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정부 관계자가 이렇게 공개적으로,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었다"며, "우리 쪽에서도 그에 대한 답변이 있어야 할 것 같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제 공은 정부로 넘어간 상황. 특조위와 야당은 특조위 예산을 반영하라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이석태 위원장은 23일 서울시 중구 특조위 사무실에서 열린 첫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장관, 차관이 일관되게 이야기한 사항이므로 당연히 예산을 지급하지 않겠느냐"며 "간접적으로 들은 바에 따르면, 정부가 예산을 배정할 거라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전날인 2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조정소위원회에서 야당 간사인 안민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역시 "특조위 입장에서는 대단히 전향적인 결정이었다"며 "정부도 예결위와 국민에 약속한 대로 즉각적인 예산 집행절차에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방문규 기재부 제2차관은 "중재 노력을 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정부에서도 필요한 노력을 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23일 서울 중구 세월호 특조위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이석태 위원장(가운데). ⓒ프레시안(서어리)

표면적으로는 호의적인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보이지만, 정부가 과연 특조위에 예산을 지급할지는 미지수다. 양측의 시각차가 존재한다. 특조위 측은 정부가 공언한 예산 미지급 문제의 '걸림돌'을 특조위가 나서서 해결했으므로, 이제 무조건적으로 예산을 지급해야 맞다는 입장이다.

반면, 기재부 차관 등 정부 관계자들은 여전히 예산 지급 문제를 다시 '협의' 내지 '검토'해야 할 대상으로 보고 있다. 특조위 예산 집행을 담당하는 기재부 관계자 또한 23일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특조위 예산 집행과 관련해서 현재 진척된 게 없다"며 "정치적 결정과 맞물린, 조건부 사안"이라고 했다.

한 마디로, 예산 지급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 이 때문에, 정부가 특조위에 다시 예산을 빌미 삼아 또 다른 양보를 요구하지 않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3일 기자간담회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질문이 반복됐다.

결국, 예산을 이유로 한 걸음 두 걸음 물러서다 보면 독립성이 크게 후퇴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 위원장은 정부가 다시 양보를 요구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가정에 지나지 않는다"고 전제한 뒤, "만약 그렇다면 정부의 특조위에 대한 독립성 침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박종운 안전사회 소위원장은 "예산을 명분 삼아 (요구)한다면 받을 수 없다"며 "그건 기재부 권한도 아니고, 이래라저래라 간섭할 수 없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 가장 걱정하는 대목 역시 '독립성 침해'였다. 4.16연대 진상규명 국민참여 특별위원회(4.16연대)는 22일 성명을 내고 "예산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을 타개하고 조사활동을 하루빨리 시작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이해한다"면서도 "독립성을 양보한 것으로 풀이될 수밖에 없다"며 특조위에 유감을 표명했다.

이같은 성명에 대해 이 위원장은 "질책이지만 격려라고도 본다"며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위원장은 "처음 저희가 (핵심 직위의 독립성) 문제 제기했을 때, 정부의 변은 '조사1과장의 경우 조사1국이 대부분 민간인이니 공무원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였고, '행정지원실장의 경우 말 그대로 지원 업무인데 중립성이 무슨 상관이냐'였다"며 "정부의 변을 인용해서 부연하자면, 행정지원실장이면 정말 지원만 하게끔 우리가 이끌어갈 수 있고, 저희 하기 나름 아닌가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올 때야 따로 오지만, 오면 저희 일원이 된다"고 했다.

염려를 놓으라는 얘기지만, 어떻게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을지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특조위는 과연 독립성을 지켜낼 수 있을까. 앞으로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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