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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북한에 돌을 던질 자격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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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북한에 돌을 던질 자격이 있나? [초록發光] 한반도의 비핵화, 제재가 아닌 평화 협력으로
중동을 보며 북한을 떠올리다

최근 에너지와 민주주의에 관한 한 권의 책을 번역하고 있다. 에너지를 둘러싼 세계 정치와 지역 간 분쟁을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는 이 책의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는 일은 결코 녹록치 않다. 세계가 산업화와 세계화를 거처 발전할수록 에너지를 둘러싼 패권은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띠며 그 양상들은 각자의 편의대로 오해되고 해석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가 역사라고 부르는 것은 늘 강한 자의 편이었다.

하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이러한 역사의 거짓과 진실의 베일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벗겨지고 있다는 것이다. 비록 누군가는 그것이 날조된 거짓이나 음모라고 주장하겠지만, 여기에는 상당한 근거들이 존재한다. 이제 많은 사람이 20세기 후반 중동에서 발발한 일련의 전쟁들이 상당 부분 에너지, 특히 석유와 관련한 것이었고 여기에는 에너지 패권을 장악하고자 하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개입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럼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이 전쟁의 개입으로 (그것이 평화유지군이라는 이름을 썼던, 악의 축에 대항하는 선량한 미군이었던) 그들이 얻은 것은 무엇이었으며, 그들이 주장한 전쟁의 이유인 중동의 평화를 가져왔을까?

사실 중동 전쟁을 통해 선진국들이 얻은 것은 석유뿐 아니라 무기 판매를 통한 수익도 있었다. 중동의 독재에 맞서, 중동의 평화를 위해 꺼내 든 카드가 전쟁이고 무기를 지원하는 것이었다는 사실만으로 이미 평화를 위한 조치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은 자신들의 최고의 고객인 중동을 놓치고 싶지 않았고,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사이에서 묘한 줄타기를 하며 분쟁을 지속시켰다.

더욱이 미국을 중심으로 연합한 선진국들은 이미 피폐해진 중동 국가에 경제 제재를 가하면서, 석유의 판매와 수익 그리고 지출을 관리했다. 중동에 대한 특히 이라크에 대한 제재는 가혹했다. 이슬람 국가 국민의 삶은 점점 더 어려워졌다. 사실 거의 반세기가 넘도록 크고 작은 종교적 갈등으로 학살된 중동의 민간인들보다 같은 기간의 선진국의 군대와 평화유지군에 의해 직간접적으로 사망한 민간인들의 수가 훨씬 더 많을 것이다.

2001년 노동자연대에 실린 글의 한 부분은 당시의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관련 기사 : )

전쟁은 2월 28일에 끝났다. 미국과 영국과 그 연합국들이 취한 마지막 조치는 이미 항복하고 쿠웨이트에서 이라크 남부로 철수하고 있던 바스라 도상의 이라크 군대를 학살한 것이었다. 어떤 미국 병사는 그 학살을 "칠면조 사냥"이라고 묘사했다. 5마일에 걸쳐 줄지어 퇴각하던 이라크 병사들은 몇 시간 동안 흠씬 두들겨 맞았다.

바그다드의 병원을 빠져 나온 어떤 여인은 "나는 죽은 애를 꼭 껴안은 어머니들이 고통에 겨워 울부짖는 것을 보았다. 아이들이 먹을 우유도 없었고 약도 없었다. 내가 본 참상은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미국이 우리에게 하고 있는 일은 비인간적인 짓이다."라고 말했다.

북한을 대하는 이중적인 태도

이러한 역사적 배경에서 많은 학자는 지금의 이슬람국가(IS) 무장 단체들을 키운 것은 그들을 궁지에 몰면서 끊임없이 분쟁을 만들고 무기를 팔아온 미국과 선진국들이라고 비난한다.

그렇다면, 이제 에너지 패권을 둘러싼 전쟁은 끝이 난 것일까? 에너지 전쟁에 휘말린 중동의 역사를 보며 자연스럽게 현재의 남북 관계, 북핵 문제 그리고 이에 개입하는 미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의 태도가 떠오른다.

시선을 중동에서 북한으로 돌리면, 석유는 핵과 우라늄으로 대체된다. 북한의 핵 그리고 북한의 군사화에 대한 선진국과 남한의 태도는 매우 이중적이다. 많은 선진국이 북한의 핵 개발에 대해서는 맹비난을 쏟아내지만, 한국의 핵 발전에 대해서는 함구한다. 북한의 핵은 무기고 남한의 핵은 에너지라는 이중적이 잣대를 들이댄다. 한반도 비핵화를 이야기하면서 핵 발전의 '핵'은 그 '핵'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도 북한에 매장되어있는 우라늄에 대해서는 값싸게 얻을 수 있는 에너지 자원이라는 노골적인 야망을 드러내도 했다.

북한의 인권 문제를 지적하면서 해결책으로 대북 제재를 이야기하고, 중국과 북한의 동맹 관계와 러시아나 중국을 통한 북한의 군사적 지원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난한다. 하지만 미국에서 생산된 엄청난 군사 무기들이 남한에 수출되고 있다는 점은 신경 쓰지 않는다. 스웨덴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펴낸 <2011 국제 무기 거래 경향>에 따르면, 미국 무기의 43%가 한국으로 수출되었다.

또 2012년에는 외국산 무기 도입 사업으로 14조 원이 쓰였는데 이는 2011년 한국 국방 예산의 3분의 1에 달한다. 그뿐 아니다. 주한 미군 기지에서는 생물학 무기 방어 프로그램인 주피터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고 심지어 살아 있는 탄저균을 불법 반입하다 적발되었으나 단순한 배달 사고라는 어설픈 해명으로 논쟁을 끝내려 하고 있다.

결국 반세기 넘게 중동에서 미국이 지속적으로 사용했던 정책인 한 국가에 대한 '악의 축' 설정과 고립, 평화적 해결의 지연과 갈등 조장, 그리고 평화라는 이름의 무기 판매와 군사지원(지원이라기보다는 자국 군산복합체의 유지와 군인들의 일자리 창출에 가깝다)이 한반도에도 적용되고 있다.

적대적 시각을 버리고, 평화 협력에 나서야

그렇다고 지금의 남북 문제가 모두 이를 둘러싼 국제 정치나 전략에 의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궁지에 몰린 이슬람 국가의 폭력이나 북한의 독재 체제에 동의하거나 옹호할 마음은 없다. 다만, 미국을 위시한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미국의 눈치만 보며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고 있는 정부의 태도는 짚어봐야 한다.

남한이 극심한 가뭄에 시달린 올해, 북한의 사정은 더욱 심각했다. 지난 7월 8일 유니세프는 북한이 최근 강우량 부족으로 마실 물이 부족한 데다 수질도 나빠져 북한 아이들의 수인성 질병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가뜩이나 영양 상황이 열악한 북한인데 가뭄으로 물 부족과 질병에 대한 노출이 심각해졌다는 것이다. 이 영향은 곧 식량 생산의 문제와도 연결될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미국은 이미 어떠한 지원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먹을 물도, 질병을 치료해줄 병원이나 약도 없는 상황에서 서서히 죽어갈 사람들을 생각해보자. 중동의 20세기와 유사하다. 남한은 한반도에서 중재자의 역할을 할 것인가? 아니면 또 하나의 사우디아라비아가 될 것인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방안은 우선 수십억에 달하는 무기 구매비용을 북한과의 평화 협력을 위한 기금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그다음은 진정한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해 남한이 먼저 핵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그것이 무기든 에너지원이든 말이다. 이와 동시에 북한이 무기로서의 핵을 포기하도록 하는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해 나가야 할 것이다.
'초록發光'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으로 기획한 연재입니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이 연재를 통해서 한국 사회의 현재를 '초록의 시선'으로 읽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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