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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야구팬들은 왜 '롯데'를 버리려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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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야구팬들은 왜 '롯데'를 버리려 하나 "롯데의 갑질, 최동원 선수 때부터 알아봤다"

신격호 롯데 그룹 총괄회장의 5촌 조카인 신동인 롯데 자이언츠 구단주 직무대행이 오는 8월 말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롯데 그룹 총수 가족이 경영권을 놓고 다투는 과정에서 생긴 문제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이유로 이미 물러났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많다. 다른 프로야구단과 비교해도, 롯데 자이언츠는 구단주의 전횡이 유난히 심했다는 것. 선수 인권 논란도 일찍부터 제기돼 왔다.

여기에 겹쳐 최근 경영권 다툼으로, 롯데 그룹 국적 논란까지 벌어지자 팬들의 불만은 비등점으로 치달았다. 롯데 자이언츠 연고지인 부산 지역에선 "롯데 팬이 아니라 자이언츠 팬"이라고 자처하는 이들이 크게 늘었다.

신동인 "나는 신동주 편 아니다"

10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신 직무대행은 사임 의사를 밝히며 "도쿄(東京)에 갈 때도 말썽이 생기고 시끄러울 것 같았지만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시를 거절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친(親) 신동주니, 반(反) 신동빈이니 사실과 다른 보도를 봤는데 이런 이야기는 절대로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신 직무대행은 지난달 28일 신 총괄회장이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일본을 방문할 당시 동행했었다. 이를 놓고, 신 직무대행이 신 전 부회장 편이라는 해석이 나왔었다. 하지만, 신 직무대행은 이런 해석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그는 "7월 15일에도 어른(신격호 총괄회장)이 불러 여기서 내용을 말씀드릴 수 없는 지시를 받았지만 집행하지 않고 잘 해결되도록 기다렸다"고 덧붙였다.

7월 15일은 신동빈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로 선임된 날이다. 앞서 신동주 전 부회장은 국내외 언론 인터뷰를 통해 신 총괄회장이 신동빈 회장에게 해임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된 발언으로 읽힌다. 하지만 신 직무대행은 더 구체적인 내용은 이야기하지 않았다.

신 직무대행의 이날 발언은, 결국 "나는 신동주 전 부회장 편이 아니다"라는 뜻이다. 지난달 말, 한국 롯데 그룹 지주 회사 격인 호텔롯데 지분 대부분을 쥐고 있는 12개의 L투자회사 대표이사가 신동빈 회장으로 바뀌었다. 하필 신동빈 회장이 경영권 다툼의 승기를 잡은 시점에 나온 발언이라, 더욱 눈길이 간다.

'국적 논란' 아니어도 팬들 마음은 떠났다

후임 롯데 자이언츠 구단주는 아직 미지수다. 경영권 다툼의 결과와 깊이 맞물려 있다는 점만 분명하다. 그러나 누가 롯데 그룹 경영권을 쥐게 되건, 이미 돌아선 롯데 자이언츠 팬들의 마음을 되돌리긴 어려워 보인다.

팬들의 마음이 돌아선 배경에 이른바 '국적 논란'이 있는 건 사실이다. 한국 롯데 그룹을 지배하는 게 알고 보니 일본 기업이더라는 것. 하지만 다른 이유가 더 중요하다.

롯데 자이언츠는 유난히 '구단주' 입김이 센 편이었다. 롯데 그룹 측이 '구단주'라는 자격으로 해 왔던 일들은 대체로 나쁜 평가를 받고 있다. 예컨대 구단주는 선수들의 훈련 등 세세한 부분까지 간섭했는데, 이는 선수와 팬 모두가 비난하는 대목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고(故) 최동원 선수에 대한 구단 측의 태도가 있다. 오래 된 롯데 자이언츠 팬들은, 결국 최동원 선수의 팬이기도 하다. 최동원 선수는 롯데 자이언츠의 전설을 쓴 투수였던 동시에, 선수 인권 문제에 일찍 눈을 뜬 선구자였다. 민주화 열기가 뜨겁던 1988년, 그는 선수협의회 결성을 주도했고, 구단 측의 집중적인 탄압을 받았다. 롯데 자이언츠 팬들은 지금도 최동원 선수에 대한 구단 측의 모진 태도를 기억한다.

▲ 전성기의 최동원 투수. ⓒ연합뉴스

선수 인권 문제는 지금도 풀리지 않았다. 최근에는 선수들에 대한 불법 감시 사건이 있었다. 지난해 5월, 롯데 자이언츠 수석 코치가 원정경기 숙소에 CCTV를 설치해서 선수들을 감시한 일이 있다. 당시 선수들의 집단 항명 사태가 있었다. 올해 3월, 국가인권위원회는 롯데 자이언츠 구단 측이 선수들의 인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재벌이 아닌 시민 힘으로 야구단 운영하자"

올해 초에는 부산 시민들이 롯데 자이언츠 구단을 인수해서 부산 자이언츠로 이름을 바꾸고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하자는 시도가 있었다. 롯데 자이언츠 구단에 대한 반감이 롯데 국적 논란 및 총수 집안 다툼이 있기 전부터 뿌리 깊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역시 고(故) 최동원 선수의 구상과도 통하는 면이 있다. 그는 민자당의 아성이던 부산에서 꼬마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적이 있다. 1991년 초대 광역의원 선거다. 당시 최동원 후보의 공약이 롯데 자이언츠 구단 주식 일부를 시민 공모주로 전환하자는 것이었다. 롯데 자이언츠를 운영하는 롯데 그룹의 썩은 내막이 드러날수록, 고(故) 최동원 선수의 혜안이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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