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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소리는 몸을 치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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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소리는 몸을 치유한다 [김형찬의 동네 한의학] 오감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화장실에 들어서는데 낯익은 냄새가 납니다. 바로 크레솔 냄새. 요즘은 잘 쓰지 않는데, 건물 청소하는 분이 바뀌었나 봅니다. 소설 속에서는 마들렌 냄새가 유년의 기억을 떠오르게 하는데(솔직히 전 이 소설 완독에 3전 3패입니다), 저에게는 이 크레솔 비누액 냄새가 그렇습니다. 어릴 적 아버지께서는 가게 바닥을 청소하실 때 이 원액을 희석해서 쓰셨고, 감기가 유행할 때는 희석한 물에 손을 씻기도 하셨지요. 그래서 수업을 마치고 인사하러 갈 때마다 이 냄새를 맡게 되었는데,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 냄새를 맡으면 자연스레 아버지에 관한 이런저런 기억들이 떠오릅니다. 늘 조금은 아련하고 약간은 미안한 느낌의 그런 기억들이지요.

그런데 기억을 자극하는 것은 냄새나 향기만이 아닙니다. 특정한 색이나 소리 혹은 맛과 촉감, 모두 같은 작용을 합니다. 우리가 경험하는 세상이란 이와 같은 오감이라는 통로를 통해 들어온 신호를 우리 뇌가 해석해 낸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강렬했거나 혹은 반복해서 노출된 자극은 그 당시의 상황과 함께 저장되어 있다가, 비슷한 신호가 들어오면 그 기억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되는 것이지요. 약간 과장해서 말하면 우리가 실제 혹은 사실이라고 여기는 세상의 모습과 기억은 오감을 통한 자극이 만들어낸 환상과 같습니다. 이러한 환상이 서로 다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작품이 <라쇼몽>과 같은 영화이고요.

진료를 하다 보면 오감에 문제가 생긴 경우를 보게 됩니다. 시력, 청력, 미각과 후각 그리고 피부의 감각이 떨어지거나 특정한 자극에 민감해지는 증상들이 많습니다. 한의학에서는 각각의 감각을 특정한 장부의 기능에 대입하고, 그 증상의 형태와 다른 증상들을 종합해서 내부에 발생한 불균형을 바로잡는 방식으로 치료합니다. 그리고 저는 이런 환자를 치료할 때 감각을 쉬게 하고, 좋은 자극을 줄 것을 권고합니다. 지나치게 많은 자극으로부터 보호하고 건강한 신호를 줌으로써 감각기관은 물론, 그와 연관된 장부가 스스로 좋은 기능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지요.

▲런던 에핑포레스트. ⓒ프레시안(이승선)

여기서 좋은 자극이란 자연스러운 것, 즉 사람에 의해 왜곡되지 않은 것을 의미합니다. 소리를 예로 들까요. <악학궤범(樂學軌範)> 서문은 '음악이란 하늘에서 나와 사람에게 붙인 것이요, 허에서 시작해서 자연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니 사람의 마음으로 하여금 느끼게 하여 혈맥을 뛰게 하고 정신을 유통케 하는 것이다'라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환자들에게 자연 혹은 자연과의 교감을 표현한 음악을 듣거나, 자연으로 나가서 바람 소리나 물소리를 들을 것을 권합니다. 너무 과도한 소음, 리듬과 소리를 쪼개고 비틀어서 만든 음악으로 인해 귀와 신경계가 지친 것이 병의 원인이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맛으로 치면 신선한 음식 재료를 최소한의 조리를 통해 먹어 식재료가 가진 본래의 맛과 영양을 섭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향수나 방향제로 후각을 속이기보다는, 환기를 자주 해주고 숲에서 맑은 공기를 흡수해 코가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자연에서 너무 멀어짐으로 인해 생긴 몸과 마음의 불균형을 휴식과 좋은 자극으로 회복하는 것이지요.

현대의 도시인들은 어쩔 수 없이 수많은 자극에 둘러싸여 살아갑니다. 이 자극 중에는 생명력과 영혼을 깨워주는 게 있지만, 잠깐의 감각적인 즐거움을 대가로 몸을 지치게 하고 기운의 흐름을 어지럽히는 것들도 있습니다. 우리가 오감을 통해 받아들인 자극들은 뇌와 심장을 통해 내가 경험하는 세상을 만들어 내고, 장부의 기능에 영향을 줍니다. 건강한 음식이 좋은 영양을 공급하듯, 건강한 자극은 기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고 몸과 마음에 활력을 불어넣어 줍니다. 감각기관을 쉬게 하고 오감에 담백하고 자연스러운 자극을 준다면 좋은 건강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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