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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동욱·권은희, 진짜 죄는 '눈치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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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동욱·권은희, 진짜 죄는 '눈치 없음'? [시사통] 이슈독털 8월 20일

‘역린’을 건드린 사람이 어떤 처지에 빠지는지를 다시 확인합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혼외자 논란 끝에 낙마한 데 이어 권은희 의원마저 모해위증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습니다.

두 사람 모두 박근혜 대통령의 역린이라 할 수 있는 국정원 댓글공작을 건드린 사람들입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댓글공작에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려 한 사람이고, 권은희 의원은 댓글공작 수사 방해를 고발한 사람입니다.

두 사람 입장에선 화병에 걸릴 만큼 분하고 억울할지 모릅니다. 법과 정의의 이름으로 행동했을 뿐인데 오히려 구석진 곳으로 내몰렸으니 받아들이기 힘들지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이들이 항변할 여지는 별로 없습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적용하려던 선거법 위반 혐의는 기각됐습니다. 대법원에 의해 최종적으로 내쳐졌습니다. 권은희 의원이 고발했던 수사 방해는 부정됐습니다. 대법원에 의해 최종적으로 사실무근이 돼 버렸습니다. 법과 정의의 최후보루라는 대법원에 의해 이들의 행위는 탄핵됐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귀결을 사필귀정으로 간주할 겁니다. 정치에 개입하긴 했지만 선거에 개입하지는 않았다고 믿는 사람들,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이 정말 한가하게 전화를 걸어 격려를 했다고 믿는 사람들에게는 그럴 겁니다. 하지만 정치 개입과 선거 개입을 동의어로 이해하는 사람들, 지체 높은 서울경찰청장이 서장도 아니고 과장에게 굳이 전화를 걸어 격려를 해야 했던 특별한 사유를 찾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그건 짜고 치는 고스톱일 겁니다.

문제의 심각성이 여기에 있습니다. 상식적이고 합리적으로 당시 상황을 의심하는 사람들 관점에서 보면 작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우리 사회의 정의체계를 송두리째 흔드는 절체절명의 상황입니다.

채동욱・권은희 두 사람이 몸담았던 곳은 법과 정의를 구현한다는 사정기관이었습니다. 그런 곳에서 조직적 담합으로 두 사람을 파렴치한으로 내몰았습니다. 이건 사정기관의 정상적인 조직작동원리가 멈췄음을 의미합니다.

채동욱・권은희 두 사람에 대한 낙인찍기를 최종적으로 보증한 곳은 법과 정의의 최후보루라는 사법기관이었습니다. 그런 곳에서 고발을 탄핵했습니다. 이건 사법기관의 유일무이한 존재이유가 희미해졌음을 의미합니다.

사정기관 안에서 정치적 왕따가 횡행하고 사법기관 안에서 정치적 눈치보기가 횡행한다면 법과 정의는 작동하지 않습니다. 사정기관과 사법기관조차 법과 정의가 아니라 힘의 논리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면 사회 전체는 역행합니다. 정상의 비정상화를 향해 폭주하게 됩니다.

우리 사회의 정의체계가 절체절명의 상황에 내몰려 있다고 말하는 이유는 정의체계의 작동원리가 변질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법체계가 짜고 치는 고스톱판으로 빨려들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판에서 통하는 건 정의의 법전이 아니라 잠깐의 눈짓입니다.

이렇게 보면 채동욱・권은희 두 사람의 진짜 죄목은 '눈치없음'일지 모릅니다. 눈치 봐야 할 때 눈 부릅뜬 죄 말이죠.

이 기사는 <시사통> '이슈독털'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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