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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용표 "남북정상회담, 현재 검토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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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홍용표 "남북정상회담, 현재 검토 안 해" "5.24 해제, 北 책임조치 있어야…금강산 관광 재개는 별개"
이른바 남북 8.24 공동보도문 발표 이후 야당 등이 주장하고 있는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대해 통일부는 "현재 전혀 검토하는 것 없다"고 신중론을 폈다. 통일부는 5.24 조치 해제를 위해서는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가 필요하지만, 금강산 관광 재개는 5.24 조치 해제 없이도 검토 가능하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2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 보고에 출석해 "정상회담은 지금 섣불리 말하기보다 우선 남북 간 합의된 부분을 잘 이행하면서 그러한(정상회담이 가능한) 조건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면서 "현재 정상회담에 대해 전혀 검토되고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홍 장관은 전날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논란이 된 '비정상적 사태'의 의미가 뭐냐는 주제에 대해서는 "관계기관 협의를 통해 정리를 해 보겠다"고 답했다. 홍 장관은 "'비정상적 사태'에 대해 구체적으로 뭐는 포함되고 뭐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지침이 마련된 건 없다"며 "이 문구의 기본적 의미는 이번 (지뢰 및 포격) 도발 사건 같은 비정상적 사태가 발생해선 안 된다는 것을 합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련 기사 : 국방부 "사이버 공격·미사일 실험도 비정상적 사태")

이와 관련, 군 당국은 이날 <연합뉴스>에 나간 군 관계자 인터뷰를 통해 "비정상적인 사태라는 문구는 포괄적·함축적인 의미 그대로 두는 것이 좋다"며 "너무 예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전날 한민구 국방장관이 '사이버 공격'을 언급한 데 대해서도 이 군 관계자는 "사이버 공격보다는 한 장관이 언급한 '군사적 도발'이라는 표현이 중요하다"는 해석을 강조했다.

홍 장관은 아울러 "남북 공동보도문에는 북한의 사과와 재발방지가 담겨 있다"며 "정부가 확대해석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외교관 출신인 외통위 여당 간사 심재권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8.24 합의를) 너무 우리의 일방적 승리로 홍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며, 이같은 태도가 향후 북한과의 협상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악영향을 지적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홍 장관은 새정치연합 이해찬·신경민 의원과의 문답에서 "(회담 과정에서) 북한이 구두로는 '목함 지뢰' 도발에 대해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결국 합의문의 '유감' 표현을 통해 책임을 인정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고위급 접촉 당사자였던 황병서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이 북한 방송에 출연해 도발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취지의 발언을 한 데 대해 "그런 부분은 실망스런 부분이지만 앞으로 진정성 있는 자세를 보여주기 기대한다"고 말했다.

"5.24 조치 및 금강산 관광, 기존 입장 변화 없다" 의미는?

홍 장관은 전날 통일부 당국자가 '곧 열릴 남북 당국 간 회담에서, 북한이 원한다면 5.24 조치 해제를 의제로 올릴 수 있다'고 말한 것과 관련해 "정부는 5.24조치를 포함한 상호 관심사를 모두 논의할 수 있다는 의사를 북한에 전달했다"고 확인하면서도 "5.24 조치는 장병 46명의 목숨을 희생한 폭침으로 시작된 조치"라며 "북한의 '책임 있는 자세'가 있어야 해제가 가능하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논의 자체는 할 수 있지만, 해제 여부는 북한의 태도에 달렸다는 얘기다.

5.24 조치에 대해서는 여당 내에서도 여러 차례 해제 주장이 나온 바 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인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5.24 조치라는 것은 이제 실효성이 떨어졌다.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조치인데, 오히려 이것이 우리 스스로 자승자박하는 꼴이 되었다"며 "대북관계 개선의 카드로 우리가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 의원은 "우리 스스로 그 명분 때문에 교류를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자승자박'의 의미를 풀어 설명하며 "지켜지지도 않는 것을 가지고 있게 되면 북한에게 내성만 키워 주는 것이다. 압박할 때는 강하게 압박하고, 풀어줄 때는 확 풀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홍 장관은 5.24 조치를 해제하지 않으면서도 실질적으로 남북 간 교류협력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홍 장관은 외통위 회의에서 새정치민주연합 김현 의원이 '8.24 합의에서 남북이 민간교류 확대에 합의한 것이 5.24 조치와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을 하자 "정부는 이미 지난 5월 1일 발표한 민간 교류 확대 조치로 민간 교류를 지원해 오고 있다"며 "이번 합의가 차질 없이 이행돼 신뢰가 쌓이고 더 큰 문제를 협의할 여건이 마련되면 이런 것들도 협의할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새정치연합 김한길 의원이 '5. 24 조치의 해제가 금강산 관광 재개의 선결 조건이냐'는 취지로 물은 데 대해, 홍 장관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홍 장관은 지난 7월 "(금강산 관광 재개는) 5.24 조치와는 연계된 부분도 있지만 별개의 문제"라며 관광객 신변 안전 조치만 있다면 재개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홍 장관은 당시 "북한이 현대아산 측에 신변안전 조치를 얘기했지만 국민 보호 문제는 정부가 직접 확인할 사안인 만큼 대화를 통해 재개 방법을 찾아보자"고 북측에 제안하는 한편, "5.24 조치가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북한의 정치적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의미있는 교류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 하기도 했었다.

홍 장관은 이번 '8.24 공동보도문'에서 북측이 지뢰 사태에 대해 표명한 것과 같은 수준의 유감 표명을 천안함 사건에 대해서도 똑같이 한다면 5.24 조치를 해제할 수 있겠느냐고 김 의원이 물은 데 대해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겠다"면서도 "된다, 안 된다 말할 수 없다. 기본적으로 남북이 다시 만나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답했다.

홍 장관은 향후 진행될 남북 당국 간 회담의 격(格)과 의제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이날 청와대는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 추진 방안과 일정에 대해 협의했다고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민 대변인은 "오늘 회의에서는 최근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 결과를 평가하고 향후 후속 조치의 추진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문재인 "남북관계 근본 해결하려면 정상회담 필요"…北 김양건 "'대통로' 열어나가자"

청와대와 통일부가 이처럼 '속도 조절'에 나선 가운데, 야당에서는 남북정상회담의 필요성을 촉구하고 나섰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통일정책에 기여한 전문가들과의 간담회에서 "남북대화의 최대 목표는 당연히 정상회담"이라며 "다양하고 복잡하게 얽힌 남북관계를 포괄적이고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정상회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표는 군사적 신뢰구축을 통한 충돌 방지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번 기회에 2007년 제2차 남북 국방장관 회담에서 합의한 군사공동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정의화 국회의장이 제안한 남북 국회회담도 함께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남북 국회는 역대 남북합의를 추인하고 실천을 공동결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간담회에는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백종천 전 청와대 안보실장, 문정인 연세대 교수 등이 참석했다. 정 전 장관은 "이번 공동 보도문은 일촉즉발의 위기에서 국민을 살려낸 의미있는 결과"라고 호평했고, 백 전 실장도 "군사 대치가 첨예한 상황에서도 남과 북이 잘 하면 대화와 협력의 길로 이끌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날 '8.24 공동보도문' 작성의 북측 당사자인 김양건 조선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은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우리는 이번 북남 고위급 긴급 접촉의 합의 정신에 기초해 북남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적극 노력해 나갈 것"이라며 "조국해방 70돌이 되는 뜻깊은 올해에 북남관계에서 대전환·대변혁을 일으켜 자주통일의 '대통로'를 열어나가려는 우리의 입장은 일관되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김 부장의 발언 중 '대통로'라는 표현은 지난해 10월 황병서 총정치국장이 인천아시안게임 폐회식에 참석해 "이번에 좁은 오솔길을 냈는데 앞으로 대통로를 열어가자"고 한 발언에도 등장한다. 일부에서는 이를 남북정상회담의 은유로 해석하기도 했다.

김 부장은 "북과 남은 극단적 위기를 극복한데 그칠 것이 아니라 북남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는 건설적인 방향으로 전진시켜나가야 한다"며 "이번 접촉이 위급한 불을 끄기 위한 것으로만 되어서는 큰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과 남은 당국 사이의 대화와 협상을 발전시켜 서로의 관심사로 되는 문제들을 해결해 나아가며, 여러 분야에서 교류와 협력을 활성화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하며 특히 "북남관계의 급속한 발전을 바라지 않는 세력들이 존재할 수 있으며 우리는 그에 대해 각성있게 대하여야 한다"는 언급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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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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