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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어깨, 건강 상태를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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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어깨, 건강 상태를 말합니다 [김형찬의 동네 한의학] 어깨선이 보여주는 삶과 건강
봄부터 교대역 근처로 운동하러 다닙니다. 인근을 지나가다 보면 역에 도착할 때는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사람들과 마주치고, 운동을 마치고 나올 때는 술을 한잔하거나 야근을 마치고 돌아가는 사람들을 많이 봅니다. 주변 건물 탓인지는 몰라도 지나는 사람 대부분이 남녀를 불문하고 정장에 검은 구두 차림이지요. 그런데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이 있습니다. 바로 사람들의 어깨선입니다. 사람들의 어깨선이 일자인, 말하자면 어깨에 힘이 들어간 사람들이 유난히 많이 보입니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 '저러면 목과 어깨가 자주 뭉치는 것은 물론이고, 나중에 고혈압이나 중풍과 같은 질환이 생길 확률도 높아질 수 있는데…' '안마받는 것보다 어깨 힘을 좀 빼는 게 더 좋은데…' '하지만 마음의 힘을 빼야 가능하고 그러려면 겸손해야 하는데, 나부터도 쉬운 일은 아니지'라고 속으로 중얼거리곤 합니다. 때론 어깨를 두드리며 "힘을 좀 빼세요"라고 말해주고 싶을 정도인 경우도 보지만, 그 어깨로 견디며 살아왔을 인생의 무게가 느껴져서 쉽게 말을 건네지는 못합니다.

진료할 때 어깨가 뭉치고 아파서 온 사람은 물론이고, 다른 증상 때문에 온 경우에도 어깨의 상태를 자주 살핍니다. 맥이나 혀의 상태만큼이나 환자에 대해 많은 것을 이야기해주기 때문이지요. 그러다 보면 앞서 이야기한 경우처럼 어깨선이 부드럽지 않고 힘이 들어가 경직된 경우를 보게 되는데, 이런 분들은 크게 두 가지 경우로 나뉩니다.

첫 번째는 우리가 흔히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라고 표현하는 거만한 어깨입니다. 이런 분들은 말의 억양과 내용 그리고 몸짓도 비슷하지요. 이런 분은 주로 기운의 소통이 막히거나 화가 위로 치밀어 올라 생기는 병을 앓습니다. 몸이 전반적으로 뻣뻣하고 혈압이 높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런 분에게는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처럼 마음과 몸을 쓰시라고 합니다. 내 고집보다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좋고, 힘보다 유연함이 더 중요하다고 말씀드립니다.

두 번째는 소심한 어깨입니다. 우리가 흔히 담이 작다고 표현하는 사람들에게 많이 나타나는데, 이런 분의 어깨는 긴장하고 움츠러든 심리 상태를 반영합니다. 이런 경우 불면증이나 불안증과 같이 심장과 관계된 질환이나 위장 장애가 많이 나타납니다. 그래서 이런 분에게는 호연지기를 키울 수 있는 등산이나, 목공처럼 손을 써서 일하고 단순하게 몰입할 수 있는 취미를 가질 것을 권합니다. 긴장을 풀어내고 피할 수 없는 몸과 마음의 스트레스를 수용하는 힘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드리지요.

그런데 이 두 가지 어깨의 형태는 본질에서는 같은 것으로 생각합니다. 내가 짊어지고 있는 삶의 무게가 감당하기 버거울 때, 내가 나답게 살고 있지 못할 때 타고난 기질에 따라 때론 곰처럼 때론 사슴처럼 반응한 결과이지요. 일단 수면 위로 떠오른 문제는 해결해야겠지만, 그 후에는 그 아래 잠겨있는 부분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건강하게, 그리고 좀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누군가 바라볼 내 뒷모습, 그리고 어깨선은 내가 삶을 어떻게 다루어 왔고, 다루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부드러운 어깨는 기혈의 순환이 잘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과 몸과 마음에 불필요한 긴장이 없고 유연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사람이라면 삶에 대한 태도 또한 어깨의 상태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 당신의 어깨는 어떤 모습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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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찬
생각과 삶이 바뀌면 건강도 변화한다는 신념으로 진료실을 찾아온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텃밭 속에 숨은 약초>, <내 몸과 친해지는 생활 한의학>, <50 60 70 한의학> 등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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