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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 디젤'의 몰락과 '녹색 사기극'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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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 디젤'의 몰락과 '녹색 사기극'의 진실 [초록發光] '녹색 신화'의 재탄생
누군가는 환경을 파괴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다른 누군가는 대놓고 파괴한다. 또 다른 누군가는 남몰래 파괴한다. 서로 어울릴 것 같지 않는 이들을 하나로 묶는 건 '녹색 신화'일지 모른다.

폭스바겐 스캔들의 끝은

폭스바겐의 배기가스 스캔들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얼핏 보면 스캔들의 원인은 간단하지만 따져 보면 복잡하고 근본적이다. 디젤 차량의 배기가스를 조작해 연비와 출력 등의 성능 향상을 꾀하다 잠복해 있던 문제가 터졌다. 당장의 생산 비용을 줄이고 판매 수익을 늘리려다, 즉 경쟁 우위를 통해 초과 이윤을 확보하려다 터진 기업 범죄이다. 폭스바겐에서 촉발되었지만 글로벌 메이저 기업들의 조작 혐의도 검토하고 있을 정도니, 이번 사태가 어디까지 확산될지 더 지켜볼 일이다.

운전자들은 더 싸게, 더 세게, 더 편하게 달리려는 욕구를 해소하는 것에는 쉽게 반응하지만, 정작 인간과 자연에 영향을 주는 발암물질과 위해 물질이 얼마나 배출되는지는 알아채기 어렵다. 폭스바겐 스캔들이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사기 범죄에 해당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고 '클린 디젤(clean diesel)'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친환경 기업으로 '그린 워시(green wash)' 마케팅 전략을 쓰는 동안, 그 덕에 글로벌 친환경 기업으로 각광받는 동안, 모두가 클린 디젤에 동의한 것은 아니다. 속속 밝혀지고 있듯이 배출가스 조작 의혹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하지만 그동안 논란을 잠재울 정도로 자동차-석유 복합체의 힘은 막강했다. 자동차 산업 등 제조업의 모범 국가로 재기한 독일은 낡지만 새로운 버전의 경제 성장 모델로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클린 디젤차는 '그린카'의 하나로 치켜세워졌다. 모두 클린 디젤의 허구성을 외면했다. '깨끗한 디젤'이 아니라 '더러운 디젤'이라는 주장은 고효율, 친환경을 내세운 '저탄소 녹색 성장'으로 잠시 잊혀졌다. 질소산화물과 초미세먼지는 물론이고 기후 변화를 초래하는 이산화탄소도 더 적게 배출한다는 논리는 '고탄소 녹색 성장'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운전자들도 마음 편히 참여하자, 클린 디젤이라는 신화는 그렇게 완성되었다.

어쩌면 앞으로는 기술 개발을 통해 배기가스 배출 저감이 법규대로 관리될 수 있을지 모른다. 실제로 디젤 엔진은 덜덜거림을 줄이고 시커먼 매연을 덜 뿜는 방향으로 발전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클린'을 빼더라도 디젤은 석유 시스템과 교통 시스템에서 여전히 매력적인 화석연료이기 때문에, 대마불사가 반복될 수도 있고 디젤의 시대가 당분간 지속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스캔들의 재발 방지라도 가능할까. 같은 수법은 아니더라도 그런 유혹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기술 '개발'이 기술 '사기'가 되지 않으려면 엄격한 규제와 관리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진실이 있다. 경제적, 정치적 스캔들은 지속 가능하게 발전하고 있고, 이윤 극대화라는 사회 시스템의 추동력은 철저하게 보장되고 있으며, 사회적 통제가 사전 예방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역량은 부족하다는 것을.

이 때문인지, 사건 사고는 발견될 때는 놀라움을 주지만, 봉합되고 나면 대부분은 평상 상태로 돌아간다. 도요타의 가속 페달 결함(2009년)과 GM의 점화 장치 결함(2014년)이 그랬고, BP의 멕시코 만 기름 유출 사건(2010년)이 그랬다. 기술적 결함을 해결하는 선에서 다른 자동차들이 도로 위를 달리고 있고, 오염 피해의 당사자가 아니라면 환경 사건들은 과거의 일화로 남게 된다. 다른 모습으로 다시 나타날 때까지는.

녹색 신화의 재탄생

폭스바겐이 친환경과 연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지 못한 채 '기계' 조작이라는 꼼수를 부려 횡재를 거뒀다는 것도 문제고, 자동차-석유 복합체가 해골물(더러운 디젤)을 생수(깨끗한 디젤)로 둔갑시킨 '상징' 조작으로 20세기 산업 시스템을 유지하는 데 일조했다는 것도 문제다. 더 이상의 문제는 없을까.

또 다른 문제는 이 틈새에서 자기 시장을 만들고 있는 전기 자동차에 있다. 폭스바겐의 주식 폭락과 화석연료 자동차 기업들 주식의 동반 하락은 하이브리드카를 포함해 전기 자동차에게는 기회가 된다. 수송용 화석연료가 바로 퇴장할 일은 없겠지만, 분명 전기차에게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역시 그린카로 취급받는 전기차는 아직까지 틈새시장에 머물러 있지만, 폭스바겐 스캔들 이후 클린 디젤의 신화가 전기차로 옮아갈 것으로 예견되는 분위기다. 기후 변화와 피크 오일(Peak Oil) 즉 석유 생산 정점으로 인해, 자동차 동력이 석유에서 전기로 바뀔 것이라는 예측은 새로운 게 아니다. 중요한 것은 전기차 자체가 아니라, 바로 자동차-전력 복합체이다.

화석 에너지와 핵에너지에 의존하는 전력 시스템에서 전기차 확대는 무엇을 의미할까. 당연하게도 석탄과 핵에서 전기를 더 많이 뽑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전기차의 짝꿍은 재생 가능 전력이 아니다. 클린 디젤이 녹색 교통이 된 것처럼, 결국에는 석탄과 핵이 녹색 교통이 될 것이다.

수소는 이와 다를까. 탄화수소가 아니라 물에서 수소를 얻는 데 들어가는 전기는 어디서 구해야 할까. 전기를 직접 투입하지 않고서 수소를 분해하는 기술 개발이 중요할지라도, 이미 상용화된 태양과 바람과 물을 직접 이용하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않고서는 합리적인 선택이라 할 수 없다.

녹색 교통은 낭비적이고 반환경적인 교통을 줄이고 에너지가 적게 들어가고 효율적인 교통수단을 확대해야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에너지 전환이 탄력을 받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에너지 전환을 이루려면 운송 시스템 전환에도 더 신경 써야 한다. 그러자면 전기차의 제짝 찾아주기가 반드시 필요하다.

에너지 전환과 교통 전환이 동조화(coupling)되지 않을 때, 또 하나의 녹색 신화가 탄생할지 모른다. 스캔들을 경험하고서야 그것이 신화였음을 깨닫게 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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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는 노동자, 농민 등 사회적 약자와 가난한 나라를 보호하는 에너지 정의, 기후 정의의 원칙에 입각해 기후 변화와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는 '정의로운 전환'을 추구하는 독립 싱크탱크입니다. '초록發光'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으로 기획한 연재로, 한국 사회의 현재를 '녹색의 시선'으로 읽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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