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사히> 신문이 19일 사설로 박근혜 대통령이 밀어부치고 있는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정면으로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내정간섭적 사설'이라고 비난하지만, 우익 교과서 채택을 확산시키려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박 대통령을 닮을까 경계한 '내부용 비판'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다음은 이 사설의 전문이다. ()
한국의 교육부는 2017년부터 중학교와 고등학교 역사교과서 수업에 국정교과서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현행 검정 역사교과서에 사실관계 오류, 북한을 옹호하는 서술 등이 있어, 국정교과서로 이런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 국민통합을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민주화된 지 30년 가까이 지나면서 다양한 가치관이 존재하는 선진국이다. 왜 하필 지금 역사교과서만 국정화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한국정부 내에서도 반대의견이 있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강한 의지에 따라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양한 의견을 수용하겠다는 취지로 국사편찬위원회를 구성하겠다 한다.
그러나 야당과 학생, 시민단체 등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사회적인 혼란이 확산되고 있다. 주요 대학교의 역사연구자들도 이미 집필진에 포함되는 것을 거부하겠다고 선언했을 뿐아니라, 보수성향의 언론들에서도 다양성을 지켜야 한다는 신중한 의견과 반대하는 견해가 잇따르고 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회의에서 "역사교육은 결코 정쟁과 이념의 대립으로 국민과 학생을 분열시켜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정화를 일방적으로 밀어부치는 것이 대립의 최대 원인이 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박 대통령의 아버지이자 군사독재정권을 이끌던 고 박정희 대통령 시대인 1974년에 교과서를 국정화했다. 80년대 민주화 이후 서서히 검정제를 채택하기 시작해 전면적으로 검정 교과서가 사용된 것은 불과 4년 전이다.
현행 교과서에는 군사독재에 대해 비판적인 서술이 적지 않다. 국정화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최대 목적은 부친의 명예회복"이라고 강하게 비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정교과서의 또다른 이름을 '올바른 역사교과서'라고 했다지만, 도대체 누가 무엇을 어떻게 올바른 것인지 판단한다는 것인가.
박 대통령은 일본에 대해 거듭 '올바른 역사인식'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물론 어느 나라이든 과거의 부정적인 사실을 외면하고, 정치적인 이유로 역사적인 사실을 왜곡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마치 자신의 주장만 올바른 것처럼 내세우는 박 대통령의 태도는 일본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한국의 민주화는 많은 피를 흘리면서 시민이 쟁취한 것이다.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는 것이 민주국가다. 시계 바늘을 거꾸로 돌리는 것 같은 시대착오적인 조치는 국민통합을 가져오기는커녕 사회에 불신감을 확산시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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