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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사편찬위 직원의 하소연 "우리가 불구덩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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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사편찬위 직원의 하소연 "우리가 불구덩이에…" "교과서 책임편찬, 국편 위상 높이기보단 조직 망가뜨릴 수도"

정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발표 이후 각계에서 반대 운동, 집필 거부 선언 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정 교과서 책임 편찬기관으로 지정된 국사편찬위원회 직원들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프레시안>이 접촉한 국편 직원들에 따르면, 국편 내부에서도 국정화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적잖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편은 최근 정부 국정화 발표 직후 편사부 산하 '교과서 전담(TF)'팀을 개편하고 담당 직원을 기존 6명에서 8명으로 늘렸다. TF팀 소속 직원들은 향후 국정 교과서 집필들을 관리하고 관련 자료 수집 등 업무를 맡을 예정이다. 이같은 조직 개편에 대해 또 다른 직원 B 씨는 "편사연구관들은 달가워하지 않고, 관련 업무를 맡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했다. TF팀에 발령받은 직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일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국사편찬위원회. ⓒ한국학중앙연구원

직원들이 가장 우려하는 상황은 내부 편사연구관들이 직접 교과서 집필 작업을 맡게 되는 것이다. 최근 역사학자들이 대거 '국정 교과서 집필 거부 선언'에 참여하면서 국편 내부에서는 집필진 구성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국편 직원들은 만일 집필진 공백이 생길 경우 내부 인원으로 충당하지 않을지 염려하는 목소리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는 전언이다. 국편 편사연구관은 역사 관련 학과 석사 이상의 학위를 취득한 이들로, 교과서 집필 자격 조건은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B 씨는 "1년 6개월도 안 걸려 교과서를 만든다는데, 이미 원고를 써놓지 않고서야 졸속이 되지 않겠느냐"며 "TF원이 아니라도 직원들이 모두 나서서 직접 원고를 쓰고 고쳐야 하는 상황이 될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집필진 구성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드러냈다. 김정배 위원장은 진보와 보수, 노장청을 아우르는 '균형 있는 집필진'을 자신했지만, 과연 가능하겠느냐는 것. B 씨는 "국내 역사학자의 90%가 좌파라고 확신하는 분들이 과연 역사 전공자에게 집필 의뢰를 하겠느냐"고 했다.

이처럼 국정화 작업에서 발생할 여러 문제에 대해 국편 직원들도 인지하고 있지만, 보수적인 조직 분위기상 나서서 문제제기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A 씨는 "국정 교과서에 대한 비판이 많은 만큼 더 잘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지만, 여러모로 여건이 받쳐주지 않은 상황"이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 ⓒ연합뉴스

"국편, 1년 전부터 국정화 모드… 불구덩이 뛰어들었다"

이들은 국정화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국편은 적어도 1년 전부터 국정화를 위한 수순을 밟아왔다는 것.

일례로, 지난해 12월 정부는 편사연구관만 임용하도록 했던 국편 실무진 자리에 일반행정직도 갈 수 있도록 자격 조건을 넓히는 방안을 추진하려다 중단한 바 있다. 당시 국편 내부에서는 정부의 이같은 계획이 국정화를 위한 밑 작업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고, <프레시안> 보도 직후 정부는 이같은 계획을 접었다. (☞관련기사 : [단독] 행정직이 국사편찬?…'국정화' 수순 논란)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뉴라이트 교과서'로 알려진 교학사 교과서 옹호에 적극 나선 전력이 있는 김정배 신임 위원장이 지난 3월 취임하면서 국정화에 대한 내부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국편 직원들은 그러나 김 위원장이 취임 초기에는 국정 교과서에 대해 지금과 같은 강한 의지는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12일 발표 직전까지 편수 강화 방향이 많이 거론됐으나, 언제부턴가 위원장이 언론 등에서 '강력한 국정론자'로 비쳐 직원들이 고개를 갸우뚱했다는 후문이다. 이들은 "아마도 청와대 뜻이 워낙 강고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고 추측했다.

B 씨는 "(국편이 국정 교과서에 적극 나설 경우) 이로써 조직이나 예산 지원이 확대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고, 김 위원장은 교과서 편찬을 국편 기능으로 가져오는 것이 국편의 위상을 높이는 일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면서 "그러나 조직 자체가 와해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한다"고 경고했다.

A 씨는 "교과서 문제가 워낙 민감하기 때문에 2010년 교육과정평가원이 맡고 있던 교과서 검정 업무가 이관될 때 '왜 불구덩이에 뛰어드냐'라는 비판이 많았는데, 이렇게까지 사태가 커질 줄 몰랐다"며 "국편은 학계와 전문가들을 존중하고 함께 가야 하는 기관인데, 학계 의견을 수렴하지 못하는 상황이 돼 안타깝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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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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