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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국해 정면충돌? 대국은 촐싹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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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국해 정면충돌? 대국은 촐싹대지 않는다! [김태호의 중국 군사 세계] 난사군도 사건이 보여주는 강대국의 논리
지난 달 27일 오전, 미국의 이지스 구축함 라센(Lassen, DDG 82) 호가 분쟁 해역인 남중국해의 남단인 난사(南沙)군도에 위치한 수비(Subi) 환초의 반경 12해리(22킬로미터) 안쪽으로 항해했다. 중국 정부는 크게 반발하며 미사일 구축함 란저우(Lanzhou, 052C형; 함번 170) 호와 프리깃함 타이저우(Taizhou; 함번 533) 호를 파견했다. 이후 현재까지 중국의 주권과 미국의 '도발'에 대한 언론전을 지속하고 있다. 여기까지가 흥분을 가라앉히고 봐야할 '팩트'이다.

다만, 중국과 한국의 언론 보도는 이 '팩트'를 크게 과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일촉즉발"(중국어로는 칼이 뽑혔고 활이 당겨져 있다는 의미의 '劍拔弩張'이 사용됨), "핫 피스(Hot Peace) 시대"의 도래, "정면충돌" 양상, "남중국해 불길" 등과 같이 곧 전쟁이 날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

짧은 시간 내에 전문성이 높지 않은 내용을 쓰다가 세밀한 부분에 오류가 생기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독자들의 눈을 끌기 위해 과장하여 보도하는 것은 큰 잘못이다. 국민 정서와 여론이 외교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현대 사회에서는 이러한 보도에 의한 오판 때문에 국가와 사회에 큰 피해를 가져올 가능성이 없지 않다.

중국의 공식 입장은 미 측이 12해리 이내로 '진입'(중국어도 '進入', entry)했다는 것이었다. 미국 측 입장은 몇 시간 동안 '통과(transit)'했다는 것이었다. 의미가 다르다. 그리고 모든 분쟁 지역 및 해역은 분쟁 당사국이 지칭하는 이름이 있기 때문에 이를 모두 써주는 것이 관례다. 기본적으로 실효 지배를 하는 국가의 명칭을 먼저 쓰고, 그 다음에 다른 분쟁국의 명칭을 쓰는 것이다. 어느 명칭을 쓰는지에 따라 해당 국가의 입장을 지지하는 듯 보일 수 있기 때문에 항상 주의해야 한다.

사건의 배경은 다음과 같다. 썰물 때는 수면 위에 노출되고 밀물 때는 수중에 위치하는 암초(또는 환초) 위에 시멘트를 부어 만든 인공 섬은 국제법과 해양법에서 섬, 즉 주권 지역으로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미국은 이를 공해로 간주하겠다는 것이다.

2013년 11월 중국이 동중국해에 방공 식별 구역(ADIZ)을 선포했을 때도 미국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또 중국이 미국의 행동에 크게 반발했음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으로 국제법이나 유엔 해양법을 거론하지 않고 모호한 표현을 쓴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은 남사군도 문제로 무력을 사용할 의도가 없다. 많은 전문가들이 누누이 지적했듯이 이는 양쪽 모두에 손해이고 공멸이다. 중국은 미국이 패권을 갖고 있는 현 국제 체제에서 많은 혜택을 보고 있고, 그간의 경제 발전도 국제 체제의 안정에 기인한 바 크다. 왜 판을 깨겠는가? 중국은 다만 미국의 패권을 인정하면서도 자국의 국력 및 위상 증가에 따른 '배당금'의 상향 조정을 원하는 것이다.

난사군도 이슈도 '조용하고, 조금씩' 자국의 이익을 공고화하려는 것이다. <프레시안> '차이나 인사이트'에 실린 글에서 박홍서 박사의 미중 간 '담합적인' 글로벌 거버넌스에 대한 지적은 그래서 핵심을 찌른다. (☞관련 기사 : 한국, 미중 담합 모르고 줄서기만 강요?)

미국과 중국의 해공군 간 '조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1년 4월 하이난다오(海南島) 인근 공해에서 미국의 EP-3 정찰기와 중국의 J-8 전투기가 충돌하여 중국 조종사가 실종된 사건은 잘 알려져 있다. 2009년에는 남중국해에서 미국의 임페커블 감시선(USNS)과 중국 측 함정 간의 대치가 있었고, 2013년 12월에도 동 해역에서 미국의 코우펜스 순양함(USS)과 중국의 지원함 간의 조우가 있었다. 양측 간의 해상 조우는 향후에도 지속될 것이다.

관건은 상대방의 의도이고 정치적 결정이다. 그간 미중 양국은 해상 사고 방지 협정 외에도 우발적 충돌을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조치에 합의했다. 지난 9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을 방문하기 수 일전에도 양국 공군 간의 안전 비행에 대한 협정이 체결되었다. 그리고 시진핑 주석은 미중 정상 회담에서 난사군도를 '군사화'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같은 협정과 약속이 있어도 실제 상황이 발생하면 다른 논리가 적용될 수 있다.

보다 중장기적으로 고려할 점은 중국의 당군 지도부가 이와 같은 일련의 사례를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달려 있다. 1995~96년 대만 해협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었을 때, 미국은 2개 항모전단을 파견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중국이 러시아로부터 첨단 미사일 구축함인 소브레멘늬(Sovremenny) 4척을 구입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 나의 판단이다. 특히, 동 구축함은 항모 공격용 선번(Sunburn, SS-N-22) 함대함 미사일 8발을 장착하고 있다. 요약하면, 군사적 대치가 자주 발생하면 양측이 보다 효과적인 대응책을 도모하게 되어 있다.

난사군도는 한국의 서남해로에 위치하고 있다. 한국의 총 물동량의 30%, 원유의 90%가 이 해역을 통과한다. 따라서 한국은 분쟁 당사국까지는 아니지만 이해 관련국이라 할 수 있다. 당분간 국제법 준수나 평화적 문제 해결과 같은 원론적 입장을 고수해야 한다. 군사적 충돌이나 위기 상황의 발생 가능성이 낮은 경우 이는 적합한 방책이다. 그러나 경제 안보적 차원에서 적어도 동 해역에 대한 지속적이고 정기적인 분석 그리고 유사시에 대비한 계획과 훈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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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현대중국연구소장 겸 한림대만연구소장을 맡고 있고, 국방부와 해군의 자문위원이다. SSCI 등재지 The Korean Journal of Defense Analysis의 편집장을 역임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중국의 3事(人是, 外事, 軍事)이다. "Sino-ROK Relations at a Crossroads" "China's Anti-Access Strategy and Regional Contingencies" 등 150여 편의 논문이 있고,<동아시아 주요 해양 분쟁과 중국의 군사력> 등 다수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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