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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방미, 오바마에게 뺨 맞고 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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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방미, 오바마에게 뺨 맞고 온 셈이다" [이수훈의 동북아시대] 두서없는 박근혜 외교, 균형외교 아니다
지난 4일(현지시각)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제3차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에 참석해 남중국해와 관련해 "대한민국 정부는 남중국해 분쟁의 평화적 해결과 항행·상공(半空) 비행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중국이 갈등을 벌이고 있는 남중국해 문제에서 미국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하지만 두 달 전에만 해도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 수도 베이징(南京)에서 열린 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면서 한국이 너무 중국과 가까워진 것 아니냐는 '중국 경사론'이 곳곳에서 제기됐었다.

이를 두고 경남대학교 이수훈 교수는 "박근혜 정부가 두서없는 외교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전략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입체적인 수순에 따라 행동이나 언술이 나오는 것은 괜찮다. 그런데 이러한 과정이 없는 가운데 이같은 발언이 나오는 것이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는 "과거 우리가 동북아 역내에서 시종일관 가졌던 입장은, 미-중 간 갈등이 노골적으로 불거졌을 때 이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며 "지난 2006년 1월 미국과의 '전략적 유연성' 합의 때 동북아 역내에서 미-중 간 갈등이 일어나면 개입하지 않겠다는 우리 원칙을 존중해달라고도 이야기했다. 그 합의의 정신이 한국의 공식적인 기본 입장으로 유지되어 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약 10년이 지난 2015년, 박근혜 정부는 이러한 원칙을 깨고 어떨 때는 중국, 어떨 때는 미국에 편승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이를 두고 '균형외교를 위한 행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정상회담 한번 하고 톈안먼(天安門) 망루에 한 번 올라갔다고 해서 균형외교를 하는 것이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전략적 토대 없이 동맹 상대방 때문에 이래저래 휘말려서 균형추가 왔다 갔다 하는 것이 균형외교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뷰는 지난 4일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박인규 이사장과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 경남대학교 이수훈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지난 10월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가졌다. 남북 간 8.25 합의 이후 긴장이 완화된 측면이 있었기 때문에, 양국 정상이 북핵 문제에 대해 진전된 입장을 내놓을 수 있을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결과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이수훈 : 현지시각으로 10월 14일에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의 아태연구소에서 주최하는 세미나에 주제 발표를 해달라고 해서 미국에 있었다. 세미나에는 전직 대사, 전직 국무부 한국 데스크, 전직 관료를 포함해 한반도 전문가들이 다수 참석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에 온 지도 모르고 있었다. 이 사람들에게는 완전히 관심 밖의 일이었다.

워싱턴 입장에서는 9월 말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미-중 회담을 했고, 거기서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큰 틀의 합의가 됐다고 생각하고 있다. 한반도 문제 가지고 더 이상 머리를 맞대고 협의해야 할 것이 없다고 정리가 된 상태다. 한편으로는 자신들은 북핵 해결을 위한 회담에 여력이 없으니 중국이 좀 나서서 해보라는 뜻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실제로 오바마 대통령이 박근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건 북핵 문제이건 신경 쓸 겨를이 없어 보이기도 했다. 13일에는 CNN주관으로 민주당 대선후보 첫 번째 토론회가 있었다. 미국에서는 이 토론회와 더불어 조 바이든 부통령의 대선후보 출마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였다.

아프가니스탄 파병 상황이 오바마 대통령에게는 시급한 과제였다. 결국 오바마 대통령은 아프간에서의 미군 철수를 2016년까지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5500명의 규모 미군을 그대로 둔다는 결정이었다. 아프간 미군 철수가 공약이었는데, 오바마로서는 본인의 공약을 뒤집어버린 셈이었다. 이 때문에 상당히 골머리를 앓고 있었던 셈이다.

한-미 정상회담 이후 공동기자회견 질문도 전부 미국의 관심사에 집중됐다. 민주당 대선후보 토론회, 조 바이든의 출마 여부, 아프가니스탄이 주요 질문으로 등장했다. 오바마가 해야 할 큰 결정들이 많았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한국이고 북한이고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박 대통령이 미국에 온다고 하니까 일단 받아준 셈이었다. 결국 이번 정상회담은 하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회담이었다.

프레시안 : 그런데 한국 정부는 양국 정상이 채택한 '북한에 관한 한미 공동 성명'을 두고 북한만을 다룬 최초의 양국 공동 성명이라면서 그 의미를 부여하느라 애썼다.

이수훈 : 성명 성과는커녕, 오히려 미국에 뺨을 한 대 세게 얻어맞고 온 셈이다. 박근혜 정부는 한국형 전투기(K-FX) 핵심기술 이전을 받기 위해 한민구 국방부 장관까지 대동해 방미길에 올랐다. 하지만 미국은 기술 이전 불가를 재확인했다. 그것도 면전에서 대놓고 거절했다.

언론에서는 박 대통령이 미국 국방부인 펜타곤에 가서 상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보도했는데, 일국의 대통령이 부처를 방문하는데 사열과 예포도 하지 않았겠나? 대통령이 일개 부처를 방문한 것이 그렇게 대단한 일인가? 오히려 부처까지 방문하는 것이 다소 이상한 모양새로 비쳐질 수 있지 않나? 백악관에서 행사를 했다면 우리 언론이 난리법석을 떨었을 게 뻔하다. 우리 언론이 너무 망가졌다.

사실 전시작전권 환수받을 의지는 없으면서 K-FX 사업을 추진한다는 것 자체가 좀 공허해 보이기도 한다. 박근혜 정부는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에 합의함으로써 사실상 '무기한 연기'를 합의했다. 전작권을 찾아올 의지가 없으면 독자적 전투능력 배양을 할 필요성이 그만큼 줄어든다. 이런 상황에서 핵심 기술을 개발하고 K-FX에만 목을 매달고 있는 것이 올바른 방안인지 되묻고 싶다.

▲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월 16일(현지 시각) 정상 회담 직후 백악관에서 기자 회견을 가진 뒤 악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또 하나의 대형 동북아외교 참변이 있었다. 남중국해 문제다. 한-미 정상 공동 기자회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박 대통령에게 "유일하게 한 가지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중국이 국제규범과 기준을 지키는데 실패할 경우 한국이 남중국해에서 자신들과 마찬가지로 목소리를 내달라 라는 것이었다.

결국 박 대통령은 기술 이전을 타진하러 미국에 가놓고, 결과적으로 목표는 이루지 못한 채 커다란 짐만 떠안고 왔다. 그 연장 선상에서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남중국해 관련 발언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한 장관은 지난 4일(현지시각)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제3차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에 참석해 남중국해와 관련해 결과적으로 미국 편을 드는 발언을 했다. 결국 이 회담은 공동성명도 채택하지 못하고 끝나 버렸다.

프레시안 : 미국 내부에서 북핵 문제에 대해 관심이 없는 것도 이중적인 태도 아닌가? 이란 문제는 그렇게 적극적으로 개입하던 오바마 대통령이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유독 해결 의지가 없어 보인다.

이수훈 : 스탠포드 대학교 방문해서 세미나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오바마 대통령은 왜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않느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이 사람들이 하는 말이, 오바마 대통령이 정치적인 리스크를 떠안을 이유가 뭐가 있겠냐고 답하더라.

오바마 대통령은 이란 핵 문제를 풀고 쿠바와 관계 정상화를 이끌어내면서 미국 내에서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임기 후반으로 갈수록 지지도가 하락하는 일반적인 경향과 달리 갈수록 지지율이 오르고 있다. 민주당이 강세인 캘리포니아주의 경우에는 지지율이 70%가 넘는다고 하더라. 이런 상황에서 괜히 북한 문제를 건드렸다가 지지율을 깎아 먹을 이유가 뭐가 있겠냐는 것이 워싱턴의 기류였다.

오히려 지금 상황에서는 이란 핵 문제 해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하더라.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성과가 나지 않고, 그래서 발을 담그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미국이 분석한 평양의 입장도 이런 결정을 내리는데 주요한 요인이 됐다. 물론 미국은 계속 대화의 문은 열려있다고 주장하고 있고, 실제로 뉴욕 유엔을 통한 대화 채널이 북-미 간 계속 가동되고 있었다. 그래서 북한에서 좋은 시그널이 오면 대화 테이블에 앉을 의사도 있어 보였다.

하지만 미국은 북한이 핵을 계속 가져갈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도 '전략적 인내'라는 카드를 놓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결국 서로가 버티고 있는 셈인데, 미국은 북한이 '계속 버티면 결국 핵 보유국이 되겠지, 그렇게 되면 협상의 수준과 차원이 달라질거야'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래서 미국은 지금 굳이 북한과 비핵화 협상을 벌여서 정치적으로 실패할 위험을 감당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북한 비핵화를 위한 진도가 나가지 않는 이유다.

북한과 이란을 보는 미국의 시각도 다르다. 북한은 이미 핵폭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미국의 논리다. 이란은 지금 단계는 프로그램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것만 멈추게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북한보다 핵 문제 해결이 쉬울 수밖에 없다.

한편으로는 중동에서 자국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란을 잡을 필요도 있다. 오바마는 이번 핵 협상을 징검다리로 삼아 중동의 핵심국가인 이란과 데탕트를 이루고, 이를 통해 자국의 군사적·재정적 부담을 가능한 한 최소화하려는 전략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프레시안 : 미국 내 전문가들은 북핵 문제를 다루는 미국 정부의 입장에 대해 어떻게 판단하고 있나?

이수훈 : 당시 세미나에 참석한 사람들은 비교적 온건한 축에 속하는 인사들이었다. 그런데도 북한 붕괴 외에 별다른 방법이 없는 것 아니냐고 하더라. 그래서 세미나 후반부에 내가 북한 급변 사태에 언급하면서 남한은 절대 북한 붕괴를 감당하지 못한다고 했다. 그랬더니 이 사람들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자기들이 다 알아서 해주겠다고 하더라고. 북핵 문제는 오바마 정부 내에서는 사실상 물 건너 간 것처럼 보였다.

프레시안 : 그럼 북한이 어느 정도까지 조건을 들어줘야 미국이 협상에 임할 수 있을까?

이수훈 : 일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해야 한다. 지난 2012년 2.29 합의 내용이 이 부분이었다. 이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을 불러들이고 영변의 핵 시설 활동을 중단시키면 미국이 대화 테이블에 앉을 수도 있다.

자신감 있는 아베, 두서없는 박근혜

프레시안 : 한-일-중 정상회담 계기에 한-일 정상회담이 열렸다. 우리는 일본군 '위안부'문제를 중점 사항으로 제시했지만 사실 해결된 것은 없다. 오히려 일본 입장에서는 한-일 관계를 일정 부분 풀었다는 성과를 얻었다. 우리만 얻어낼 것을 얻지 못한 상황 아닌가?

이수훈 : 어떤 진전을 기대할 수 없었던 회담이었다. 양국 정상이 너무 오랫동안 만나지 않았으니까 한-일 관계가 이래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과 압박 속에서 치러진 회담이었다. 이런 식의 회담에서는 기대할 것이 없다. 한 번 만난 것으로 그나마 의의를 찾을 수 있을 정도다.

▲ 지난 2일 정상회담 차 청와대에 방문한 아베 신조(왼쪽) 일본 총리가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청와대

그런데 이 와중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박 대통령에게 할 이야기 다 한 것 같다. <산케이 신문>의 전 서울 지국장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하기도 했고 남중국해 이야기도 했다. 위안부 문제에서 양보한 것도 없고. 그러니까 당당하게 일본으로 돌아가서 언론과 인터뷰도 자신있게 한 것 아니겠나.

아베 총리가 자신감을 갖는 배경에는 미국이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 4월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거치면서 미-일 안보 가이드라인을 개정했다. 미국이 일본 자위대에 날개를 달아준 셈인데, 중국 견제를 위해 미-일 동맹이 가속화된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미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니 거칠 것이 없어진 셈이다.

프레시안 : 결국 9월 초부터 시작됐던 일련의 외교 행보에서 우리는 미국, 일본, 중국에게 필요한 것은 다 해주기만 하고 받아낸 건 아무것도 없는 것 아닌가?

이수훈 : 박근혜 정부가 너무 두서없는 외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9월 3일 중국 수도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세계 2차대전 승전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박 대통령은 "조속한 시일 내에 중국과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해 협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승절 열병식 참석과 이런 발언 때문에 미국과 일본에서는 한국이 중국과 유착돼있다는 생각을 강하게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이를 떨치기 위해 박 대통령은 미국에 가서 "한-미 동맹은 미국의 아시아 태평양 재균형 정책의 핵심축"이라고 밝혔다. 미국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선봉에 서겠다고 한 것이다. 앞뒤가 맞지 않는 외교를 하고 온 셈이다.

여기에 우리 외교 당국은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문제 해결을 진전시킬 수 있는 어떠한 성과도 얻어내지 못했다. 오히려 우리 외교 당국은 북핵문제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원칙을 강조하는 것을 외교적인 성과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프레시안 : 남중국해 문제만 해도 우리가 너무 경솔하게 발언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이수훈 : 전략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입체적인 수순에 따라 행동이나 언술이 나오는 것은 괜찮다. 그런데 이러한 과정이 없는 가운데 이같은 발언이 나오는 것이 문제다.

▲ 경남대학교 이수훈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과거 우리가 동북아 역내에서 시종일관 가졌던 입장은, 미-중 간 갈등이 노골적으로 불거졌을 때 이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지난 2006년 1월 미국과의 ‘전략적 유연성’ 합의 때 동북아 역내에서 미-중 간 갈등이 일어나면 개입하지 않겠다는 우리 원칙을 존중해달라고도 이야기했다. 그 합의의 정신이 한국의 공식적인 기본 입장으로 유지되어 왔다. 그런데 이번에 이걸 깨고 자발적으로 미국의 노선에 편승하고 있는 것이다.

남중국해를 둘러싼 갈등의 양상을 보면, 주권과 국제법적 논리가 같이 들어가 있는 형국이다. 동아시아의 해양 질서를 만들어가는 진통의 과정인데, 중국은 핵심이익을 이야기하면서 주권을 강조하고 있고, 미국은 자유로운 항행 질서를 이야기하면서 국제법적 논리를 들이밀고 있다.

박근혜 정부 당국자의 말에도 미국과 같은 논리가 담겨있다. 한 장관이 "대한민국 정부는 남중국해 분쟁의 평화적 해결과 항행·상공(上空) 비행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힌 것은 미국의 노선과 일치한다. 결과적으로 미국 노선을 이야기하면서 미국 편에 선 셈이다.

9월 초 박 대통령이 전승절 기념 열병식에 참석했을 때 정부는 균형외교를 위한 행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정상회담 한번 하고 톈안먼(天安門) 망루에 한 번 올라갔다고 해서 균형외교를 하는 것이 아니다. 전략적 토대 없이 동맹 상대방 때문에 이래저래 휘말려서 균형추가 왔다 갔다 하는 것이 균형외교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프레시안 : 그런데 미국 구축함이 중국 인공섬에 접근했던 것이 미국 정부 차원의 의지가 아니라는 보도도 나왔다. <로이터>는 해리 해리스 미국 태평양 사령관이 이미 5월 중순에 군사적인 개입을 건의했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결정을 못하고 미적거리다가 지금에서야 개입 결정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군부와 의회의 압력 때문에 끌려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수훈 : 태평양 사령관에게는 태평양 바다를 책임지는 군사 논리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본인이 직접 중국과 얼굴을 붉히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퇴역한 해군들이 퇴역 후 연구소 같은 곳에 가서 활동하곤 하는데 어떤 사람들은 정말 노골적으로 거대한 방어벽을 쌓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중국에 대한 완벽한 견제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보다 온건한 사람들은 앞으로 서태평양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많은 진통이 필요하고, 그런 진통을 겪으면서 미-중이 공존할 수 있는 해양 질서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입장에 동의한다.

'북한 도발'이야기만…남북관계도 두서없다

프레시안 : 계속 이런 식이면 우리가 외교적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중량감을 갖기 어려워질 것 같다. 그렇다면 외교적 주도권 행사를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우리 힘으로 남북관계 개선을 적극적으로 시도해야 할 때가 아닌가?

이수훈 : 8.25 합의에 명시했던 이산가족 상봉을 이행했으니 이제 당국 회담으로 가야 한다. 이번 제20차 이산가족 상봉에서 북측이 협조를 잘해줬다고 하는데, 북측도 남북 간 대화를 통해 원만한 남북관계를 이끌어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상봉을 그렇게 강조한 것을 보고, 평양에서는 상봉이 잘되면 그다음 단계가 있지 않겠느냐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니까 다음 수순으로는 당국회담을 진행하는 것이 상봉의 모멘텀을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의 대북 메시지는 외교만큼 두서가 없다. 지난 2일 국방부에서 제47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양국은 대북 억지를 강화하는 '4D' 개념을 새롭게 도입하기로 했다. 박근혜 정부가 대북 억지·봉쇄 부분에서 다른 나라와 함께 협력하고 수준을 높이는 것을 외교적으로 잘하는 일이라고 판단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러한 계획을 언급하는 것을 보고 '남북관계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가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산가족 상봉의 모멘텀을 살려가려면 당국회담도 하고 적극적 의지를 가지고 한-미 정상회담에서 6자회담 재개 노력을 했었어야 한다고 본다. 미-중에는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6자회담이 성사될 수 있을지 노력해야 하는데, 오로지 북한의 추가적인 도발 이야기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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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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