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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사람에게 시계 선물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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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사람에게 시계 선물하지 마세요! [임대근의 시시콜콜 중국 문화] 해음(諧音)이 만들어낸 중국의 문화적 암호들
중국 사람들은 '말'에 민감하다. 말 때문에 삼가야 할 일도 많고 즐거운 일도 많다. 언어로부터 비롯된 관습이 오늘날까지도 일상생활에 깊게 뿌리박혀 있다.

중국 바이어를 맞아 계약을 성사시켜야 하는 임무를 부여받은 김 과장. 회사의 사활이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중요한 계약인지라 업무에 참여한 김 과장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바이어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고 공항 영접부터 체류 기간 동안 세밀한 문제까지 일일이 체크해 두었다. 회사 기념품은 물론 돌아갈 때 품에 안길 선물도 푸짐하게 챙겨두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첫 만남을 치렀다. 김 과장은 바이어와 헤어지기 전 회사에서 준비한 간단한 기념품을 먼저 내밀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중국 사람들은 첫 만남에서 너무 과하지 않은 작은 선물을 주고받는 관습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선물을 두고 '첫 만남 때 주는 선물'이란 뜻으로 '지엔미엔리(見面禮)'라 부른다.

그런데 기념품을 받아든 바이어의 표정이 썩 좋지 않아 보였다. 조금 전까지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순간 김 과장의 마음도 불안해졌지만, 그렇다고 무슨 까닭인지 대놓고 물어볼 수도 없었다. 하지만 다른 직원의 귀띔으로 김 과장이 잘못을 알아차리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김 과장이 바이어에게 선물한 기념품은 무엇이었을까? 중국인은 다음과 같은 물건은 서로 선물하지 않는다. 오래 내려온 관습과 문화이기 때문에 인간관계에서 기본적으로 서로 지켜야 할 예의이자 매너가 되었다. 몇몇 물건은 한국인에게는 매우 흔한 선물로 활용되기 때문에 더 주의가 필요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시계다. 그 중에서도 괘종시계는 더욱 안 된다. '시계를 선물하다'라는 말을 중국어로 '쑹중(送鐘)'이라 하는데, 이 말이 '장례 치르다'는 말인 '쑹중(送終)'과 그 발음이 완전히 같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시계를 보내는 일이 불길하게 여겨지는 까닭이다. 그 연장선에서 손목 시계인 '뱌오(錶)'도 선물하지 않는다.

해음(諧音)이 만들어낸 중국의 문화적 암호들

이런 관습은 중국어의 '해음(諧音)' 현상에서 비롯됐다. 글자의 독음이 같거나 비슷한 경우를 '해음'이라고 한다. 중국의 다양한 문화적 관습에는 바로 '해음'에서 비롯된 요소가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따라서 많은 문화적 '암호'들을 '해음'을 통해 풀어낼 수 있다.

많은 중국인들은 맛있는 과일인 배를 선물하지 않는다. '배'를 뜻하는 한자인 '리(梨)'가 '헤어지다'는 말인 '리(離)'와 같은 발음이기 때문이다. 우산도 마찬가지다. '우산'이라는 말인 '싼(傘)'이 역시 '흩어지다', '나눠지다'는 뜻인 '싼(散)'과 발음이 같기 때문이다. 특히 둘이 하나가 되는 기쁜 혼인 예식 날, 잔치 음식으로 배를 올리거나, 기념품으로 우산을 증정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온 가족이 함께 모여서 '하나됨'을 기뻐하는 명절날에도 배는 잘 먹지 않는다.

거꾸로 선물을 권장하는 경우도 있다. '사과(苹果)'를 뜻하는 말의 '핑(苹)' 자는 '평안하다'는 뜻을 나타내는 '핑(平)' 자와 발음이 같기 때문이다. 사과는 먹을수록 '평안'해지는 과일이다. 중국인은 '평안'을 기원하며 평소에도 사과를 즐겨 먹을 뿐 아니라, 자주 선물하기도 한다.

문화적 금기 피해야 좋은 선물

물론 선물 문화의 금기가 해음에서만 비롯된 것은 아니다. 예컨대 가을철 아름다운 국화도 색깔을 불문하고 선물하지 않는다. 양초도 마찬가지다. 모두 장례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인형이나 근원이 불분명한 돌이나 수석 등도 선물하지 않는다. 그 안에 사악한 기운이 서려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또 특정한 표현으로부터 금기가 생겨난 경우도 있다. 예컨대 신발도 서로 선물로 주고받지는 않는다. 신발을 선물했다가 크기가 맞지 않은 경우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작은 신발을 보냈을 경우가 그렇다. 중국말에서 '작은 신발을 신기다'는 말은 '추안샤오시에(穿小鞋)'라고 한다. 중국 사람들은 이 말을 관용어로 힘센 사람이 약한 사람을 '못살게 굴다', '해코지하다', '골탕 먹이다'라는 뜻으로 쓰기 때문이다.

성의가 담긴 작은 선물은 인간관계를 부드럽게 이어갈 수 있도록 해준다. 상대의 문화적 관습까지 고려한 선물이라면 아마도 그 힘은 더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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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근
한국외국어대학교 글로벌문화콘텐츠학과 및 중국어통번역학과 교수이다. 중국 영화, 대중문화, 문화 콘텐츠 전문가로 활동하면서 강의와 번역, 글쓰기 등을 실천하고 있다. 중국영화포럼 사무국장을 맡고 있으며, 아시아에서 대중문화가 어떻게 초국적으로 유통되고 소비되는지에 관한 문제를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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