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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알아야 건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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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알아야 건강해진다 [김형찬의 동네 한의학] 시야가 넓어지면 건강도 변한다
'아! 조금 전에 남산을 봤었나? 아니 못 봤던가? 잘 모르겠네….'

매일 아침 같은 길로 출근하다 보니, 계절에 따라 조금씩 바뀌기는 하지만 늘 마주치는 풍경이 있습니다. 제 경우 남산의 서울타워를 보면서 내려와 우측으로 돌면, 성북동 집들 뒤에 자리 잡은 바위가 드러난 산이 보입니다. 조금 더 달리면 신호 대기에 걸리는데, 그때 앞에 성곽길이 보입니다. 안개나 스모그가 심한 날이면 멀리 떨어진 남산이 잘 보이지 않고, 더 심하면 성북동 뒷산이 보이지 않아 대기의 상태를 짐작하는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간혹 분명 정면을 바라보면서 운전을 했음에도(시야에 안 들어올 수가 없지요) 이들 풍경을 놓치는 날이 있습니다. 어느 날은 서울타워를 본 것 같긴 한데, 조금 전 지나친 것인지 너무 자주 봐서 그렇다고 착각한 것인지 헛갈립니다. 다른 장소도 마찬가지고요. 그럴 때면 '본다는 것이 무엇일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분명 버젓이 눈을 뜨고 봤음에도 본 것을 인식하지 못했다면, 이를 봤다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요.

그럴 때는 '왜 그랬을까?' 하며 자문해 보는데, 풍경을 놓친 날은 마음이 급하거나, 감정이 불안정하거나, 딴생각에 빠진 경우가 많았습니다. 내부가 안정된 상태가 아니다 보니 외부를 향하는 시야가 좁아지고, 그 때문에 받아들일 수 있는 세계가 작아지게 된 것이지요. 최근 물리학에서는 우리 우주는 허상이고 실제 우주는 따로 있다고 이야기하는데,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런 경험을 하다 보면 '우리가 사실이라고 인식하는 세계는 전혀 객관적이지 않은, 지극히 주관적이고 한정된 것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러한 인식의 오류 혹은 한계는 내가 내 몸과 마음을 바라볼 때도 똑같이 발생합니다. 환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몸의 갖가지 사인이 그려내는 그림과 본인 스스로 믿고 있는 그림이 확연히 다른(대부분 조금씩의 차이는 있고 제 해석의 오류도 있을 것입니다)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때는 드러난 증상을 치료해 가면서(처음부터 그렇지 않다고 하면 대다수가 부정하면서 치료를 그만두더군요) 왜 환자가 자신을 그렇게 인식하고 있는가를 알아내기 위해 노력합니다.

평소 몸을 어떻게 쓰는지, 일이나 관계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는 어떤지, 어떤 음식을 즐겨 먹고 어떤 운동을 하는지, 종교적 성향은 어떠한지 등 환자 주변을 둘러싼 환경을 파악합니다. 그러다 보면 그분을 중심으로 한 그림이 한 장 (한의학적으로 표현하면 음양오행 불균형圖 라고 표현할 수 있는) 그려지지요. 물론 제가 파악하는 것은 환자와 관계된 세상의 지극히 일부분이겠지만, 병의 뿌리를 찾아가는 데 꽤 도움이 됩니다.

이러한 과정 이후 인식의 오류를 바로잡아 줄 방법을 권합니다. 직접적으로 "어떤 부분이 잘못되었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스스로 몸과 마음의 변화를 통해 시야를 확장함으로써 병을 고치고 인식의 틀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돕습니다. 기본적으로 천천히 땅을 딛는다는 확고한 느낌으로 걷는 것과 천천히, 그리고 깊이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호흡 훈련을 권합니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태극권이나 명상을 권하기도 하고, 한 권의 책을 권하기도 하고, 때론 다른 의사 선생님을 소개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관계를 전보다 조금 더 넓은 관점에서 명료하게 인식하고 나면 드러난 병의 치유가 훨씬 빠르게, 그리고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단순히 드러난 증상만을 없애거나 숨긴 것이 아니므로, 비슷한 병에 잘 대처할 힘을 얻는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내가 내 몸과 마음을 잘 알고 있으니 병을 다룰 때도 약간의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나아가 스스로 힘으로 병마를 잘 다룰 수 있지요.

눈을 감고 '나'라고 인식하고 있는 사람을 한번 떠올려 보세요. 머리부터 어깨, 그리고 몸과 발끝까지 명확한 그림이 그려지는지요? 많은 분이 두루뭉술한 이미지로 그려진다고 이야기합니다. 내가 내 의지로 늘 움직이고 쓰는 내 몸도 정확하게 인식한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이 몸을 통해 인식하고 있는 세상도 비슷하겠지요. 만약 우리가 노력을 기울여 보다 선명하고 확장된 시선으로 나와 나를 둘러싼 관계를 인식할 수 있다면, 삶과 건강 모두 지금보다 나아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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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찬
생각과 삶이 바뀌면 건강도 변화한다는 신념으로 진료실을 찾아온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텃밭 속에 숨은 약초>, <내 몸과 친해지는 생활 한의학>, <50 60 70 한의학> 등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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