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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사람은 '6'을 좋아하고 '114'를 싫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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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사람은 '6'을 좋아하고 '114'를 싫어합니다" [임대근의 시시콜콜 중국 문화] 중국인이 싫어하는 숫자들
중국어의 '해음(諧音)' 현상에 따른 문화적 관습은 중국인이 좋아하는 숫자, 싫어하는 숫자에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해음이란 발음이 같거나 비슷한 글자를 일컫는 말이다. 이로 인해 중국인의 수많은 길흉과 금기가 생겨났다.

중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숫자는 널리 알려진 대로 6이다. 6은 중국어로 '리우'라고 읽는데, '순조롭다'는 뜻을 가진 한자 '류(溜)'와 발음이 거의 같기 때문이다. 중국어 성어에 '육육대순(六六大順)'이라고 하여 "6자가 둘 겹친 것처럼 크게 순조롭다"는 말이 있는데, 상대에게 축하의 말을 건넬 때 자주 쓰곤 한다.

중국인은 6 못지않게 9도 꽤 좋아한다. 9의 발음인 '지우'가 영원을 나타내는 한자 '구(久)'와 같기 때문이다. 6이나 9를 좋아하는 관습은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8의 경우는 전통 관습이라기보다는 광둥 지역에서 생겨난 사례다. 8의 광둥어 발음이 '돈을 벌다'는 뜻을 가진 '팻(發)'자와 같기 때문이다. 이런 인식이 전국적으로 퍼지면서 숫자 8에 대한 중국인의 사랑도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중국인이 싫어하는 숫자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숫자는 4이다. 우리말에서도 4는 '죽을 사[死]'와 발음이 같아 꺼리는 경향이 있는데, 중국도 마찬가지다. 숫자 4와 '죽을 사'가 성조만 다를 뿐 발음이 비슷하다. 그러나 우리처럼 그저 4라는 숫자를 싫어하는 게 아니다. 4가 다른 숫자와 만나면서 특정한 의미를 나타내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이런 숫자 조합은 기피하게 된다. 예를 들면, 114나 514는 각각 '야오야오쓰', '우야오쓰'라고 읽는데 "나는 죽을 겁니다"라는 말을 뜻하는 '워야오쓰(我要死)'와 발음이 비슷해서 꺼린다. '얼야오쓰'라고 읽는 214는 "아들이 죽을 겁니다"를 뜻하는 '얼야오쓰(兒要死)'와 발음이 거의 같다.

중국인은 이런 숫자 조합을 일상생활에서 매우 꺼린다. 전화번호나 자동차 번호, 방 번호 등에 이 같은 숫자를 쓰려 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인을 접대해야 할 일이 있거나 할 때, 호텔 숙소를 잡을 때 114호나 214호 같은 방 번호는 피하는 편이 좋다.

해음과 직접 관련은 없지만 중국인이 싫어하는 숫자도 있다. 대표적인 게 250이다. 중국어로는 '얼바이우(二百五)'라고 하는데 '멍텅구리', '천치', '바보'를 뜻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이 말은 역사적인 사건에서 유래됐다고 전한다.

전국 시대에 소진(蘇秦)이라는 사람은 당시 여섯 나라를 설득하여 합종을 성사시켰다. 이로 인해 여섯 나라 재상의 도장을 모두 갖게 되었다. 하지만 시기를 당해 피살되고 말았다. 제(齊)나라 군주가 이 일로 분노하여 소진을 위해 복수하고자 했으나 보낼 자객이 마땅치 않았다. 꾀를 낸 임금은 소진의 시신에서 머리를 잘라내 성문 앞에 걸어두고 방을 붙였다. "소진은 간첩이었다. 그를 죽인 자에게 황금 천 냥을 내리니 받아가길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방이 나붙자 모두 네 사람이 나타나 서로 자신이 소진을 죽였노라고 우겼다. 임금이 그 꼴을 듣고는 직접 나서 그들의 용맹을 칭찬하면서, 넷 중 셋은 거짓을 말하고 있으니 사실대로 말하라 하였다. 그러나 황금에 눈이 먼 자들은 모두 자신이 한 일이라고 덤볐다. 임금은 결국 이렇게 물었다. "좋다. 천 냥을 넷으로 나누면 각각 얼마냐?" 네 사람이 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백오십(얼바이우) 냥입니다." 그러자 임금은 분기탱천하여 명했다. "저 '얼바이우'들을 모두 참수하라!"

그리하여 오늘날까지도 중국인들은 '얼바이우'들을 저 죽을 일을 모르는 바보라고 여기게 되었다. 역시 일상생활에서 중국인을 대접하면서 250이라는 숫자를 피해야 할 이유다.

사람 나이를 세면서는 45, 66, 73, 84 등의 숫자를 꺼린다. 45는 '쓰우'라고 읽어서 '내가 죽는다(死吾)'라는 발음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인은 마흔다섯이 된 사람에게 나이를 물으면 "작년에 마흔넷이었습니다" 하고 대답한다. 66은 "나이 예순여섯이 되면 염라대왕이 고기를 먹으려 한다"는 속담으로 인해 꺼리게 되었다. 66세가 된 사람은 염라대왕을 만나지 않기 위해 작은 만두 66개를 삶아 먹거나, 자식들에게서 고깃덩어리를 선물 받는다.

"일흔셋과 여든넷에는 염라대왕도 혼자 떠나지 않는다"는 속담으로 인해 73세와 84세는 노인들이 꺼리는 나이가 되었다. 공자가 세는 나이로 일흔셋에, 맹자는 여든넷에 죽었기 때문이라는 설도 많다. 그래서 중국인들은 이 나이가 되면 자신의 건강을 매우 조심하게 된다.

중국 문화에는 특정한 숫자를 좋아하고 싫어하는 관습이 아직까지도 분명히 내려오고 있다. 중국인과 만날 때 이런 사실들을 미리 챙겨 피해야 할 숫자들을 일부러 쓰지 않는다면, 훌륭한 교제의 첫걸음을 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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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근
한국외국어대학교 글로벌문화콘텐츠학과 및 중국어통번역학과 교수이다. 중국 영화, 대중문화, 문화 콘텐츠 전문가로 활동하면서 강의와 번역, 글쓰기 등을 실천하고 있다. 중국영화포럼 사무국장을 맡고 있으며, 아시아에서 대중문화가 어떻게 초국적으로 유통되고 소비되는지에 관한 문제를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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