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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건강 관리, 거북이가 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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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건강 관리, 거북이가 됩시다! [김형찬의 동네 한의학] 토끼와 거북이
"이제 나이 쉰이 넘으셨으니, 적어도 앞으로 30년 정도를 두고 내가 어떻게 하면 좋은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셔야 해요. 젊을 때야 드러난 문제만 해결해 주면 몸이 알아서 잘 회복하지만, 이제는 드러난 문제뿐만 아니라 바탕까지 함께 돌보셔야 해요."

"그러게요. 그래야 하는데, 당최 시간이 안 나네요. 돌아보면 한 일도 없는데 뭐가 이렇게 바쁜지. 우선은 당장 아픈 곳부터 치료해 주세요."

중년의 환자들과 상담하다 보면 자주 나누게 되는 대화입니다. 중년은 몸은, 여전히 청춘을 간직하고 있는 마음과는 달리 조금씩 본격화되는 노화로 인해 여기저기 불편함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몸이 예전 같지 않아~." 라는 말이 입에서 나올 때부터 시작되었다고 봐야겠지요. 그런데, 사회나 가정에서 지고 있는 삶의 무게는 만만치 않아서 마냥 건강만을 챙기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일단 발등에 떨어진 불만 끄면서 '좋아지겠지' 하는 심정으로 일상을 견뎌냅니다. 그런데 어느 시점이 되면 불이 잘 꺼지지 않기 시작합니다. 치료를 받아도 그때 뿐이고, 시간이 좀 지나면 다시 아파집니다. 몸이 아파도 알약 하나 먹고 자고 나면 거뜬했는데, 이제는 약을 달고 먹어도 잘 낫지 않습니다. 도리어 증세가 점점 더하거나, 다른 곳에도 문제가 생겨 약 봉지가 자꾸 늘어나기도 합니다. 어느 날 자고 일어났는데 젊었을 때 아팠던 곳이 다시 아프기도 하지요.

일도 해야 하고 인생도 즐겨야 하는데, 몸이 마음을 따라주질 않으니 예민해지거나 우울해지기 쉽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절망하거나 포기하기에는 아직 이릅니다. 이러한 변화는 여태와는 다른 방식으로 몸을 다루어야 한다는 신호이지, 다 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선 드러난 건강상의 문제는 풀어야 합니다. 치료가 필요하면 받아야 하지만, 이제는 불편함을 없애거나 감추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습니다. 병을 바라보면서 "넌 왜 나에게 왔니?"라고 물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병이 몸과 마음의 어디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지를 살펴서 뽑아내고, 다시 뿌리 내리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쳐야 다시 소를 잃어버리지 않습니다.

다음으로는 앞으로 남아 있는 시간 동안(내일일지 30년 후일지는 모르지만, 일단 평균 수명에 따릅니다) 지금 수준의 건강을 오래 유지할 수 있는 장기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들의 장수 비결이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이냐, 앞으로 어떤 모습의 인생을 살겠느냐는 물음에 대한 답입니다. 타고난 체질적 성향이나 가족력, 그리고 지금까지의 습관을 바탕으로 지금의 상태, 그리고 앞으로 하고 싶은 일(버킷 리스트일 수도 있겠지요)을 펼쳐 놓고 좋은 건강을 오래 유지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를 정하고, 이를 위한 액션 플랜을 짜야 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이 계획이 "충분히 느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남들이 그거 한다고 무슨 도움이 되겠어? 라고 말할 수준이면 좋습니다). 그래야 앞으로 생길 수 있는 변수들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으로 계획을 세운다면 그것은 실현하기가 어렵거나, 혹은 그것을 실천하는 것 자체가 피로이자 스트레스가 될 수 있습니다. 이제부터 중요한 것은 '남에게 어떻게 보이는가?' 혹은 '최선을 다했는가?'가 아닙니다. '멈추지 않는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얼마 전, 아이와 함께 수족관에 놀러 갔습니다. 바다거북이 헤엄치는 장관 앞에 계신 가이드께서 거북이가 토끼와의 경주에서 이기는 법을 설명했습니다. '내리막길에서 경주한다', '물속에서 경주한다', 그리고 '평생 오래달리기를 한다' 였습니다. 이야기를 듣고 '피식' 하고 웃고 말았지만, 건강하게 잘 살기 위해서는 토끼처럼 순발력 있고 빠르게 사는 것 못잖게 거북이처럼 느리지만 꾸준하게 노력하는 것도 필요하단 생각이 듭니다. 특히나 몸의 리듬이 천천히 내리막으로 접어들지만, 여전히 앞으로 갈 길이 먼 중년 이후의 삶이라면 거북이의 지혜가 좀 더 중요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현대인은(나라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꽤 오래 삽니다. 인생의 경험만큼이나 건강에도 많은 일이 일어나지요. 영화는 '팡!' '팡!' 터지는 장면이 많은 블록버스터가 볼 만하지만, 건강은 잔잔한 로맨틱 코미디와 같아야 좋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은퇴 이후 자산 관리만큼이나 긴 안목과 호흡으로 설계한 건강 관리 계획도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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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찬
생각과 삶이 바뀌면 건강도 변화한다는 신념으로 진료실을 찾아온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텃밭 속에 숨은 약초>, <내 몸과 친해지는 생활 한의학>, <50 60 70 한의학> 등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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