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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이어도 삼국지, 마지막 승자가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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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이어도 삼국지, 마지막 승자가 되려면… [강준영의 차이나 브리핑] 한중 해양 경계 획정, 무엇이 문제인가?
한중 양국 간에 적어도 법적으로 도서 영유권을 다투는 곳은 없다. 그러나 양국 사이에 있는 서해의 폭이 너무 좁은 까닭에 배타적 경제 수역(EEZ) 획정을 둘러싸고 지난 20년간 신경전을 벌여왔다.

양국은 1996년 유엔(UN) 해양법 협약에 가입한 이후 2008년까지 총 14차례의 국장급 회담을 진행해 왔으나 아직 어떠한 결론도 내리지 못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어업 협정 등 총 17건의 협정을 체결하기도 했다.

2014년 7월 서울을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올해부터 해양 경계 획정 논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했고, 그 첫 번째 회의가 차관급으로 격상돼 12월 22일에 열렸다. 이 회의는 서로가 기존의 입장차만을 확인하고 내년(2016년) 중국에서 2차 회의를 열기로 하고 폐막했다. 누구도 양보할 수 없는 지루한 협상이 다시 시작된 것이다.

현재 한중 양국의 해양 경계 획정의 핵심 이슈는 배타적 경제 수역, 즉 EEZ(Exclusive Economic Zone)를 어떻게 설정할 것이냐의 문제이다. 배타적 경제 수역이란 연안국의 영해가 시작되는 영해기선으로부터 200해리(약 370킬로미터)까지 경제적 개발에 대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지역이다. 천연자원의 탐사, 경제적 개발, 인공 섬과 기타 구조물 설치 및 사용에 관한 관할권과 해양 과학 조사, 해양 환경의 보호와 보전에 관한 관할권이 인정된다.

비록 영토 개념이 없다고는 하지만 다른 나라 배나 비행기가 지나가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것만을 제외하면 분명히 영해에 준하는 주권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특수 지역이다. 일본은 19세기 말부터 태평양 상의 암초를 인공 섬으로 만들어 일본 영토 38만 제곱킬로미터의 12배에 달하는 447만 제곱킬로미터의 EEZ를 확보하고 있다.

중간선의 원칙 vs. 형평의 원칙

그런데 한중 양국 사이의 서해는 폭이 400해리가 채 안 된다. 배타적 경제 수역이 겹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럴 경우 경계는 일반적으로 양측이 주장하는 배타적 경제 수역의 중간선을 취하는 것이 국제적 관례다. 한국은 이렇게 국제적 관례에 따른 방식으로 경계 획정을 주장한다.

하지만 중국은 전혀 다르게 접근한다. 중국은 서해(중국은 황해라고 부른다)가 수천 년에 걸친 황하와 양자강의 퇴적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중국 대륙붕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중국의 국경선과 해안선이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길기 때문에 일반적 관례에 따를 수 없다면서 우리 측이 주장하는 중간선보다 50킬로미터 이상 들어와 경계를 획정해야 한다는 '형평의 원칙'에 따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생긴다. 바로 이어도의 관할권에 연결되는 것이다. 중간선 원칙에 따르면 이어도는 우리 관할권에 속하지만 중국 주장대로 하면 중국 관할권에 속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어도를 중국은 '쑤옌자오(蘇巖礁)'라고 부른다. 이어도는 마라도에서 149킬로미터, 중국의 영해기선인 퉁다오(童島)에서 247킬로미터, 유인도 위산다오(余山島)에서는 287킬로미터 떨어져 있다. 당연히 우리 영해에 훨씬 가깝다.

국제법상 이어도는 해수면에서 4.6미터 잠겨 있어 파도가 칠 때만 모습이 드러나는 수중 암초다. 지난 2006년 한중 양국은 이어도에는 영토 문제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합의했다. 영유권을 주장하려면 '섬'이어야 한다. 유엔 해양법 제121조에 따르면 '섬'이란 '바닷물로 둘러싸여 있으며, 만조일 때에도 수면 위에 있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육지 지역'을 말한다.

인간의 거주지를 유지할 수 없거나 혹은 독자적인 경제생활을 지속할 수 없는 암석들은 배타적 경제 수역이나 대륙붕을 절대로 가질 수 없다. 인공 섬이나 구조물 건설을 통해 인간이 거주하는 지역을 만들어 섬이라고 하는 것은 해양법 위반이다. 미국과 중국이 첨예한 갈등을 보이고 있는 남중국해에서 중국이 시멘트를 들어부어 건설한 인공 섬을 미국이 영유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섬나라 일본도 태평양 쪽으로 인공 섬을 만들어 영유권을 주장하며 EEZ 확보에 부심하고 있다. 한반도의 면적이 22만 제곱킬로미터인데 바다에 섬이 하나 생기면 약 43만 제곱킬로미터의 EEZ가 확보되는 것이다.

1938년 일제가 해저전선 중계 시설과 등대 시설을 위해 직경 15미터, 수면 위로 35미터에 달하는 콘크리트 인공 구조물을 설치하려 했을 만큼 이어도는 자원과 교통의 요지에 위치해 있다. 한국의 서해는 사실 한-중-일 3국의 치열한 EEZ 삼국지가 전개되는 지역이다. 일본과 영토 분쟁을 하고 있는 중국의 입장에서 쉽게 물러나기 어려울 것이며 우리 역시 여러 가지 문제로 한 치의 양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한국이 석유 탐사를 위해 제7해상 광구를 설정해 놓는 지역으로 약 77억 톤에 달하는 세계 3대 유전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북상하는 쿠루시오 해류와 남하하는 서해 한류의 교차 지역으로 전통적으로 양국 어민의 주요 어장이다. 중국은 이 지역이 한국의 관할로 넘어가면 장쑤(江蘇)와 산둥(山東)의 10만 어민이 실업자가 된다고 주장한다. 중국은 기존 어업 협정의 불법 조업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이러한 주장으로 한국을 설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태풍 등 기상 관측의 요지이며 최근에는 주요 군사 활동의 무대로 떠오르는 등 군사적 중요성도 매우 크다.

다행히 한국은 1986년에 수로국 조사선의 측량을 거쳐 1987년 해운항만청에서 이어도 항로표지 부표를 설치한 후 이를 국제적으로 공표했다. 2003년에는 해양 종합 과학 기지를 준공하여 현재 실효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중국 군부는 한국이 해양 종합 과학 기지를 근거로 하여 영토 개념으로 접근하고 인공 섬을 건설해 영해를 선포할 것이라는 우려를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 많은 중국인들이 영해 개념으로 접근하여 한국이 자신들의 영토를 빼앗는다고 인식하고 있다. 우리도 국민 정서상 영토의 개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국익 위해 이중 잣대 내세우는 중국의 해양 경계 획정

급기야 중국은 2013년 11월 23일 이어도 상공을 자신들의 방공 식별 구역에 포함시켰고 우리도 이어도를 우리 방공 식별 구역에 포함시켰다. 지금까지는 이 문제를 서로 쟁점화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국제법적으로 이어도는 섬이 아니므로 현실적으로 영토 분쟁이 될 수 없다. 때문에 중국이 국제법 관례에 맞지 않게 부당한 논리로 자국의 EEZ를 확대하려 한다는 게 쟁점이 돼야 한다.

문제는 우리가 주장하는 중간선 원칙이 100% 관례가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로 300여 건의 해양 경계 획정 가운데 90%는 등거리 원칙, 즉 중간선이 적용됐다. 특히 국제사법재판소(ICJ)는 대륙붕 연장설이나 경제적 요소 등을 판결 기준에서 사실상 배제했다. 그렇지만 10%는 여전히 다른 방식으로 진행됐다는 의미다.

특히 중국은 2004년 베트남과의 EEZ 경계 획정 시 지질 구조상 3분의 2가 베트남 쪽에, 3분의 1이 중국 쪽에 속해 있음을 무시하고 중간선을 관철시켰다. 자국 중심의 이중 잣대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물러서지 말아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해양 과학 기지는 군사 기지가 아니며 앞으로도 그렇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설득해야 한다.

협상이 어려운 것은 상대방이 있기 때문이다. 양자의 협상이나 조약 등도 영원한 것은 없다. 하지만 영토나 영해 등 협상은 한 번 타결되면 그 원칙과 내용이 상당 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양보가 있을 수 없다. 양국 관계가 좋다고 해서 잘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는 금물이다.

호혜적이고 기술적인 것 외에는 결국 정치적 편의에 따라 효용성이 바뀌는 것은 국제 협상에서 종종 일어나는 일이다. 하지만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나 북한 문제에 대한 중국의 역할 등에 대한 정치적 고려로 잘못된 협상을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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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영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중국학과 교수이며, 외교부 정책자문위원 및 중국 문제 시사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중화민국 국립정치대 동아연구소에서 현대 중국정치경제학을 전공해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에 관한 100여 편의 연구 논문과 <한 권으로 이해하는 중국>, <중국의 정체성> 등 다수의 저서와 역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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