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한길 의원이 향후 추가 탈당 규모에 대해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준(20명)을 이미 넘었다"며 "예측을 뛰어넘(을 만큼 많)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구 민주당 대표, 구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를 지낸 김 의원은 안철수 신당 참여나 제3지대에서의 역할 등 향후의 구체적 정치 항로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며 "주변 얘기를 더 듣고 판단하겠다"고만 했다.

김 의원은 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당을 떠날 수밖에 없다고 결심한 의원이 교섭단체를 구성할 만한 수준을 이미 넘었고, 각자 지역구에서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각 지역마다 (진행) 상황이 달라서 공식적으로 (탈당 의사를) 발표하는 일정이 이어질 것"이라며 "당을 떠나야겠다고 (이미) 결심한 의원 외에도 심각하게 고민을 거듭하는 분도 아주 많기 때문에 그 규모는 예측을 뛰어넘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수도권 의원 상당수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어서, 그 결과가 머지않아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이에 한 기자가 '머지 않았다면, 이달 중으로 윤곽이 드러나는 것인가'라고 묻자 김 의원은 "오늘이 4일인데, 이달 중이라면 너무 길게 보는 것"이라고 웃으며 답했다.

다만 그는 △안철수 신당에 합류하는 길 △안철수·천정배·박주선 등 야권 신당들의 통합을 제3지대에서 조정하고 견인하는 길 등 자신 앞에 놓은 정치적 경로 가운데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주변 분들도 조금씩 의견이 달라서 좀더 생각해 보겠다"며 "구체적 목표는 야권의 총선 승리이고, 그를 위해 제가 어느 자리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게 좋은지 생각 중"이라고만 했다. "오늘이 무소속 첫 날이다. 시간이 필요하다. 첫 날부터 답을 내놓으라고 하면 무리"라는 것이다.

그는 '안철수 신당'과 더불어민주당의 총선 야권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는 "신당이 만들어지지도 않았는데 너무 앞서가는 말씀이다"라고만 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를 비난하면서도 "위협하는, 자극하는 듯한 발언은 서로 하지 않는 게 좋다. 우리가 원수가 된 건 아니지 않나"라고 했다. 문 대표가 '탈당한 의원들 지역구에 새로운 인물을 영입해 공천할 것'이라는 취지로 말한 데 대해 나온 반응이었다.

그는 탈당 기자회견 전날 안철수 의원과 만났다고 밝힌 데 대해 "여의도 커피숍에서 만났고, 그날만 만난 게 아니라 자주 본다"며 "만나면 정치 상황에 대한 인식을 서로 확인하고 의견도 구한다. 약간 관점이 다른 부분도 있는데 대화하면서 맞춰갈 것"이라고 했다. 또 '통합행동' 소속인 박영선 의원과 만나 대화한 적이 있는지 묻자 "(기자들이) 자꾸 '언제 만났냐' 하는데 사실 자주 만난다. 만나는 게 '사건'이 아나다"라며 "박 의원과도 자주 얘기하고 통화하는데 고민이 깊더라"고 전했다.

그는 별도 신당 창당을 추진 중인 천정배. 박주선 의원과도 자주 연락한다고 전하며, 최근 안철수-천정배 신당 간 견제 분위기가 생겨난 데 대해 "그 분들도 같이 하자고 말하고 안 의원도 문이 열려 있다고 말하지 않나. 그 분들 중 누구도 독자적으로 가겠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고 통합 가능성을 열어뒀다.


김한길이 말하는 '통합'은?…"문재인 대표 체제 버티는 한 불가능"

단 김 의원이 말하는 '통합'의 대상에서 문재인 대표와 이른바 '친노' 그룹은 제외돼 있다. 김 의원은 "문재인 대표 체제가 버티는 한 현실적으로 통합이라는 게 가능하겠냐"며 "우리 당에 있다가 당 밖에서 세력화를 도모하는 분들이 안철수, 천정배, 박주선 등인데, 공통점은 '문재인 대표와 같이 못 하겠다'면서 당을 뛰쳐나간 것 아니냐"고 했다.

그는 "통합의 물꼬를 트려면 문재인 체제가 유지되는 한 불가능하다"며 "그러니 문 대표가 결단해 줘야 야권 통합을 위한 시도가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 내 입장이고, 이런 입장은 당 내에서 많은 지지를 받았지만 끝내 문 대표의 결단이 없었다"고 자신이 당을 나갈 수밖에 없었음을 역설했다.

이에 한 기자가 '문 대표가 결단하면 복당할 수도 있나?'라고 묻자 김 의원은 "그거 진지한 질문이냐?"고 되묻더니 "문 대표와 안 의원이 '혁신 전당대회'를 두고 다른 입장을 보이다가 안 의원이 당을 나갔다. 그러자 그 다음날인가 다다음날인가, 문 대표가 '그렇다면 전당대회를 하자'고 저에게 말했다. 지금 (기자가) 비슷한 말을 하고 있다"고 우회적으로 답했다. 김 대표의 이 말은, 안 의원이 탈당한 지 하루이틀 후에 문 대표가 '혁신 전대를 받을 테니 김 의원이 안 의원을 설득해 달라'고 했다는 얘기여서 주목을 끌었다.

김 의원과 가까운 주승용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문 대표 측을 "패권세력"이라고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주 전 최고위원은 "호남 민심은 왜 더불어민주당에 등을 돌리고 있는지 깊이 고민해 봤다"며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기대와 신뢰가 바닥났고, 당의 뿌리인 호남이 배제되고 배척당하고 있으며, 패권세력은 호남 민심을 모욕하며 폄하하고 있다"고 썼다.

한편 김 의원은 '문 대표가 탈당한 의원들의 지역구에 새로운 인물을 후보로 내겠다고 한다'는 질문에는 "광진 유권자들의 수준을 너무 얕보는 말씀"이라며 "저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위협·자극하는 발언은 서로 하지 않는 게 좋지 않나"라며 앞서 언급된 "우리가 원수가 된 건 아니지 않느냐"는 말을 했다. 올해 총선에서 현 지역구인 서울 광진갑에 다시 나가느냐고 묻자 그는 "제가 구로로 돌아갈 수는 없잖아요?"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