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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의 핵심, 말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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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의 핵심, 말놀이 [임대근의 시시콜콜 중국 문화] 중국어에 해음이 발달한 까닭
중국의 언어 문화 가운데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가 '해음'을 잘 활용한다는 것이다. '해음'은 비슷하거나 같은 발음을 가진 한자들의 뜻을 서로 교차해서 그 의미를 연상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예부터 다양한 길흉화복에 대한 상징이나 금기와 같은 관습이 전해내려 오고 있다.

하지만 이런 관습은 비단 중국어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세상 어떤 언어라도 비슷한 발음 때문에 다른 사물이나 대상을 연상하는 예들은 얼마든지 갖고 있다. 영어나 우리말도 예외가 아니다. 이런 말들은 오랜 관습을 만들기도 하지만, 우스갯거리의 소재로도 자주 활용되곤 한다. 최근 유행하는 말에 "매우 재미있다"는 뜻을 나타내기 위해 빵이 터져 있는 그림을 놓고 "빵 터졌다"라는 표현을 대신하는 경우도 모두 일종의 말놀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말놀이(pun)'는 한 사회가 가지고 있는 기존의 질서와 관습 속에서 공고히 굳어지는 측면도 있지만, 때로는 새로운 사례의 발견을 통해 그 질서와 관습을 전복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신선하고 창의적인 발상이 선보이게 되는 것이다. 인류의 이런 관습은 고전 시가부터 오늘날 랩 음악에 이르기까지 '운율', 즉 '라임'을 맞추는 방식으로도 발전해 왔다. 전혀 다른 뜻을 나타내는 말들을 단지 발음이 같다는 이유로 한데 묶어둠으로써 새로운 인식의 각성을 만들어내는 방법이다.

중국어에 해음이 발달한 까닭

그런데 이런 '말놀이', 즉 해음이 중국어에서는 유독 발달해 있다. 그저 '말장난' 정도의 수준이 아니라, 매우 중요한 문화적 관습을 형성해 오고 있는 것이다. 오랜 역사적 전통과 더불어 말이다. 중국어의 해음은 일상문화는 물론, 언어 문화와 예술 작품에까지 곳곳에 파고들어 있다.

그 까닭은 무엇일까? 바로 중국어의 음절 개수 때문이다. 중국어를 구성하고 있는 음절은 성모(중국어 음절의 첫 부분 : 자음)와 운모(중국어 음절의 뒷부분 : 주로 모음이나 일부 모음+자음인 경우도 있다), 성조(음의 높낮이)로 구성되는데 이 중 성조를 제외한 성모와 운모의 결합이 음절을 이루는 기초 구성 부분이다.

그런데 현대 중국어만 놓고 보면, 이 음절 개수가 399개에 불과하다. 현대 중국어 배열 순서에 따라 가장 먼저 오는 음절인 'a'부터 가장 뒤에 오는 음절인 'zuo'까지의 개수가 바로 그만큼인 것이다. 다시 말하면 현대 중국인이 발음할 수 있는 음절의 개수가 399개밖에 안 된다는 점이다. 이는 다른 언어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숫자다.

예컨대 현대 한글의 음절 개수는 1만1172자이다. 즉, 한글 자음과 모음을 조합하여 만들 수 있는 음절이 이와 같다는 것이다. 현대 중국어에 비하면 꽤 많은 숫자다. 영어의 경우는 우리말이나 중국어처럼 정확한 음절 개수를 세기가 어렵지만, 최소 1만1520개에서 1만5831개가 된다는 관련 연구가 있다. 어쨌든 중국어보다는 훨씬 많은 숫자다.

적은 음절 개수로 언어를 이룬 중국어

어쩌면 특정한 언어가 구성되기 위해서는 서로 구분되는 음절 개수가 1만 개 정도는 돼야 하고, 이들 사이의 조합을 통해 다양한 의미를 갖는 낱말들이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현대 중국어는 400개가 채 안 되는 음절로 어떻게 언어를 구성할 수 있을까?

첫 번째 방법은 바로 성조를 활용하는 것이다. 적은 음절 개수에 이론적으로는 제1성부터 제4성까지 높낮이를 달리하는 성조가 모두 따라 붙게 된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399 곱하기 4, 즉 1596개의 음절로 확장이 가능해진다(실제 모든 음절에 모든 성조가 붙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 경성이라는 가벼운 성조까지 더하면 더 늘어나게 된다. 그래서 중국어에서는 성모와 운모의 조합이 같더라도 성조가 달라지면 그 뜻이 달라진다. '싼(三 : san)'과 '싼(散 : san)'은 성모, 운모 조합이 일치하지만 그 성조는 각각 제1성, 제3성이고, 의미 또한 '셋'과 '흩어지다'로 다르다.

두 번째 방법은 한 글자 안에 여러 가지 뜻을 담는 것이다. 예를 들면, '따(大 : da)'라는 한자에는 우리가 익히 아는 바와 같이 '크다'는 뜻도 있지만, '나이가 많다'는 뜻도 있고, "비가 많이 온다"고 할 때 '많다'는 뜻도 있다. 또는 "공간이 넓다"거나 "힘이 세다"는 등과 같은 표현도 모두 이 글자로 할 수 있다. 하나의 음절이 여러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서로 다른 의미들을 구별하는 방법은 문장이나 문맥 속에서 그것이 어떤 말들과 함께 쓰이는지를 통해서 확인하는 것이다.

세 번째 방법은 종전에는 한 글자로 어떤 의미를 나타냈다면, 요즘에 와서는 다른 글자들을 덧붙여 낱말을 확장해 가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하늘'이라는 말은 예전에는 '티안(天 : tian)'이라고 쓰면 됐다. 그런데 현대 중국어에서는 이를 확장하여 '티안쿵(天空 : tiankong)'이라고 쓰는 식이다. 인간사가 비교적 단순했던 예전에 비해 오늘날은 훨씬 더 복잡해졌기 때문에 표현해야 할 대상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 때문에 중국어는 서로 다른 의미를 갖는 한자의 독음으로 같거나 비슷한 음절이 활용되는 경우가 많아질 수밖에 없었고, 나아가 중국의 독특한 문화적 관습인 '해음'의 발달을 초래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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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근
한국외국어대학교 글로벌문화콘텐츠학과 및 중국어통번역학과 교수이다. 중국 영화, 대중문화, 문화 콘텐츠 전문가로 활동하면서 강의와 번역, 글쓰기 등을 실천하고 있다. 중국영화포럼 사무국장을 맡고 있으며, 아시아에서 대중문화가 어떻게 초국적으로 유통되고 소비되는지에 관한 문제를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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