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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쯔위'가 대만 '딸기 세대'를 투표장으로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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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쯔위'가 대만 '딸기 세대'를 투표장으로 불렀다?! [분석] "집권 국민당, '딸기 세대'의 반격에 당했다"
대만(타이완) 최고 지도자를 뽑는 총통 선거에 한국의 걸그룹 멤버의 행동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대만 선거가 "K팝의 국제화"를 실감케 하는 사건으로도 대중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16일 치러진 대만 총통 선거는 그 자체로도 역사적인 사건이다. 105년 대만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이 총통으로 당선됐고, 당선자 차이잉원(蔡英文·59)은 아시아에서 유력 정치 가문 출신이 아닌 최초의 여성 지도자라는 기록도 세웠다.

게다가 차이잉원을 후보로 내세워 8년 만에 정권 교체에 성공한 야당 민진당은 60%가 넘는 득표율로 사상 처음으로 제1당, 그것도 과반수(57석)를 훌쩍 넘긴 의석(113석 중 68석)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두었다. 차이잉원도 집권 국민당 후보를 상대로 사상 최대의 표차로 압승을 거두었다. (득표율 56.1% 대 31%, 308만 표 차이)

이런 압승은 어떤 '돌풍'이 불지 않으면 힘든 결과다. 이 돌풍은 대체로 "집권 국민당의 친중 노선에 대한 반감과 경제 실정에 대한 심판"으로 요약된다.

여기에 선거 막판에 한국의 걸그룹 멤버가 일으킨 사건도 일정한 영향을 주었다는 것이다. JYP 소속 트와이스라는 신생 걸그룹의 멤버 중에 대만 출신의 쯔위(16)가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자기 고향을 얘기하면서 대만 국기를 흔들은 것이 대만 총통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한 어린 가수가 고국의 국기를 흔든 것이 국제적인 문제가 되고,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언뜻 이해하기 힘들다. 하지만 세계 G2로 불리는 중국이 이 행동을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를 위협하는 사건"으로 맹비난하면서 외교적 사건으로 비화했다.


▲ 대만 총통 선거에서 압승한 차이잉원(왼쪽)과 쯔이. ⓒ연합뉴스


대만 젊은이들, "중국에 대한 적대감과 경제적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분노

차이잉원도 당선이 사실상 결정된 직후 기자 회견에서 "지난 이틀간 한 건의 뉴스가 대만 사회를 뒤흔들었다"면서 이 사건을 언급했다. 차이잉원은 "한국에서 성장하는 한 대만 연예인이, (그것도) 16살밖에 안 된 여성이 중화민국 국기를 들고 있는 (방송) 화면 때문에 억압을 받았다. 이 사건은 당파를 불문하고 대만 인민들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고 말했다.

기자들과의 질의 응답 과정에서도 그는 "한 국가의 국민이 국기를 흔드는 것은 모두가 존중해야 할 정당한 권리다. 누구도 국민이 자신의 국기를 흔드는 것을 억압할 수 없다”고 대답했다. 나아가 그는 "중국과 대만은 서로 대등한 존엄을 추구해야한다"면서 "어떤 형태의 압박도 양안 관계의 안정을 해칠 것"이라고 중국에 정면으로 경고했다.

'쯔위 사건'이 대만 총통 선거에서 차이잉원과 민진당의 득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쯔위 사건 이전부터 여론 조사에서 차이잉원이 20%포인트 이상의 차이로 압도적 우위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의 억압적 태도에 분노해온 대만의 젊은이들이 이번 선거에서 차이잉원의 득표한 689만 표 중 2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야당에 몰표를 몰아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는 점에서, 실제 투표장에 나가는 등 젊은이들의 표를 결집시킨 일정한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은 있다.

대만의 언론과 정치 분석가들의 대체적인 진단에서도 "집권 국민당이 지나친 친중 정책에 분노한 젊은이들의 여론을 무시한 것이 패배의 큰 요인"이라는 지적을 빼놓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은 "대만 선거 결과는 '딸기 세대'의 반격"이라는 분석을 내놓아 주목을 받았다.

신문은 "연약하고 정치에 무관심하다는 의미로 '딸기'로 조롱당한 대만의 젊은이들이 기성층에게 반격을 가했다"면서 "그들을 분노하게 만든 이슈는 중국에 대한 적대감과 자신들의 경제적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지적했다.

집권 마잉주 정부가 2년전 중국과 서비스 무역 협정을 맺었을 때 이미 대만의 젊은이들은 이른바 '해바라기 운동'을 일으키며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인터뷰에 응한 대만의 한 젊은이는 "무력을 사용해서라도 대만을 본토에 통합시키겠다"는 중국의 위협을 언급하면서 "우리의 머리에 총을 겨누고 친구를 하자고 요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대만의 젊은이들은 마잉주 정부가 "지역 일자리를 만드는 중소기업들을 희생시키고 대기업과 중국의 이익에 영합하는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면서 비판해 왔다. 특히 대만의 젊은이들은 거의 20년 동안 제자리인 초임과 거주비 폭등에 대해 분노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대만 경제의 중국 종속화를 반대한 '해바라기 운동'으로 태동한 정당 '시대역량'은 이번 대만 총선에서 단숨에 5석을 확보하며 3당으로 떠오르는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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