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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타운과 특목고, '욕망 정치 1번지'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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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타운과 특목고, '욕망 정치 1번지' 서울 서울이 한나라당의 텃밭으로 거듭난 이유
9일 실시된 제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들은 서울 내 총 48개 선거구 가운데 40곳을 석권했다. 한나라당의 텃밭으로 자타가 공인한 영남의 어느 광역자치단체도 서울을 따라잡기엔 역부족이었다.

전국적으로 보수강세현상이 두드러진 가운데 여타 지역은 자유선진당, 친박연대로 표가 갈리는 현상이라도 나타났지만 서울은 '한나라당 일편단심'이었다.

한나라당 당사에서 이같은 개표 상황을 지켜보던 일간지의 한 중견기자는 "이제 한나라당이 수도권 30, 40대를 기반으로 한 '개혁정당'이 된 건가?"라며 실소를 흘리기도 했다. 서울은 언제부터, 왜 한나라당의 텃밭이 됐을까?

서울, 2006년부터 완전히 바뀌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1988년 국회의원 소선거구제 재도입 이래 2004년까지만 해도 서울의 표심 추이는 단순했다.

대선의 경우 1987년부터 1997년까지 김대중이 내리 1위, 2002년에는 노무현이 1위였다. 총선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아 13대 총선에선 평민당, 14대 총선에선 민주당이 1위였다.
▲ 은평뉴타운 건축배치도ⓒ서울시 균형발전본부

15대에선 당시 이회창 선대위원장과 박찬종 서울선대위원장이 선풍을 일으킨 신한국당이 27석을 얻어 18석의 국민회의를 제쳤지만 16대와 17대에선 다시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을 크게 앞섰다.서울 지역의 상대적 진보성과 호남 원적자들의 표뭉침 현상이 결합된 결과였던 것.

하지만 서서히 강남에서부터 보수화 현상이 나타났고 2006년 지방선거 때부터 상황은 완전히 바뀌기 시작했다. 시장은 물론 모든 구청장 자리가 한나라당 차지였다.

그리고 2007년 12월 대선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서울에서 268만 9000여 표를 얻어 123만 7000여 표에 그친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를 두 배 이상 앞섰다. 이명박 후보의 서울 득표율은 경북에 이어 2위였다.

이같은 결과로 인해 지난 대선 이후 '서울 지역주의'라는 화두가 떠올랐다. 영·호남 1세대의 퇴조와 2세대의 '현실화', 원적의식이 미약한 3세대의 유권자층 진입과 종부세, 행정수도 이전 문제 등이 맞물리면서 '보수적 신(新)서울 지역주의'가 자리 잡았다는 것.

지난 9일 실시된 18대 총선에선 전 서울의 '강남화 현상'이 두드러졌다. 구로를 중심으로 한 서남권에서도, 도봉을 중심으로 한 동북권에서도, 강남과 별다를 것 없는 선거결과가 나왔다. 민주당은 권역별로 한 두 명 씩 총 7명의 당선자를 배출했을 뿐이었다.

"김근태한테 미안한데 뉴타운 보고 신지호 밀었다"

민주당의 전통적 근거지인 구로을에서 승리한 박영선 의원은 민주당이 서울에서 패한 요인으로 뉴타운 문제를 꼽았다. 박 의원은 "서울 전역에서 뉴타운 개발 기대가 넘쳐나 다들 어려움을 겪었다"며 "나는 나름대로 난개발을 막기 위한 공약을 준비했던 덕에 선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나라당, 민주당 할 것 없이 다들 '우리 동네 뉴타운 유치'를 주요공약으로 내세웠다. 뉴타운을 중심에 두고 생각을 한다면 여당 의원을 찍을 수밖에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만들어 낸 뉴타운이 직계들에게 금배지를 달아준 셈이다.

동작을에서 당선된 정몽준 의원의 '공약(空約)' 논란이 검찰 수사의뢰로 이어지는 등 곳곳에서 혼란도 벌어졌지만 이 역시 오히려 '노이즈 마케팅'으로 연결됐다. 동작을의 한 주민은 "뉴타운 약속 때문에 시끄럽던데 정몽준이 힘이 있으니까 그렇게 된 것 아니겠냐"면서 "오세훈 시장이 약속은 안 해줬더라도 앞으로 신경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도봉갑의 한 주민도 "김근태 의원한테는 미안한데 뉴타운 보고 신지호를 밀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뉴타운 사업이 이미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은평을에서 정권 실세인 이재오 의원이 낙선한 것은 아이러니컬한 현상이다. 실제로 뉴타운 사업이 이미 진행 중인 지역에서 다수의 주민은 "동네만 시끌시끌하고 집값만 오르지 나한테 돌아오는 것도 없다"고 입을 삐죽거리고 있다.

뉴타운만큼이나 파괴력을 발휘한 공약은 '특목고 유치'였다. 특목고 광풍은 서울을 넘어 고양 덕양의 심상정 진보신당 후보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심 후보는 수월성을 중시하는 핀란드형 자립형 공립학교 건립, 교육특구 선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가 당내 일각으로부터 비판받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조사를 보면 특목고를 유치한 지역이 주변에 비해 진학률이나 교육환경 면에서 월등히 나은 것도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경기고 등 전통의 명문고를 제치고 판사 배출 순위 1위를 기록한 대원외고가 있는 광진갑, 한영외고가 소재한 강동갑, 명덕외고가 자리잡고 있는 강서갑 지역이 그 예다.

'왜 특목고 유치를 바라냐'는 질문에 한 서대문구 주민은 "마음이 뿌듯하지 않겠냐"면서 "우리 동네에 연세대, 이화여대, 서강대가 모여 있는 것도 나하곤 별 상관이 없지만 자랑스럽다"고 답했다.

"우리 동네가 강남처럼 변하면 '기분'이 좋다"?

이같은 현상을 해석하기 위해선 사회학적 접근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연세대 사회학과 김호기 교수는 "우리나라 국민, 특히 서울 시민은 균형발전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기 보다 자기 지역이 외형적으로 발전하기를 갈망한다"면서 "강남으로 이사갈 순 없는 대신 우리 동네가 강남과 비슷하게라도 변하길 바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사실 뉴타운이 건립되면 그 지역에서 못 버티고 떠나야 하는 주민이 다수"라며 "인간은 꼭 자기에게 이익으로 돌아오는 선택만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역의 외형적 발전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낀다는 이야기다.

김 교수는 "이런 마당에 개발공약으로 경쟁하면 개혁성을 트레이드 마크로 삼고 있는 야당은 백전 백패일 뿐"이라고 단언하면서 "고용, 교육, 의료, 주거 등 4대 불안에 대한 개혁적 대안으로 승부해야 한다. 문국현 후보가 좋은 예가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이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민생파'를 자임하며 공립학교 확충, 당연지정제 폐지 반대 등의 공약으로 승부한 성동갑의 최재천 의원은 나름대로 탄탄한 지역기반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대통령의 직계인 진수희 의원에게 석패했다. 최 의원은 "서울에선 백약이 무효였다"고 토로했다.

노원병에서 홍정욱 후보에게 패한 진보신당 노회찬 의원 측도 "민심을 좀 더 파고들지 못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구체적으로 뭘 더 어떻게 해야 했는지 모르겠다. 선거운동을 더 열심히 했다고 결과를 뒤집을 수 있었을 것 같지도 않다"고 토로했다.

반면 특목고, 뉴타운 공약을 내걸고 처음으로 금배지를 다는데 성공한 강북지역의 한나라당 당선자는 "(그 공약들이) 주민이 원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서울 전 지역에 뉴타운과 특목고가 들어설 수 있을 것으로 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런 조정은 서울시나 중앙정부에서 신경쓸 일"이라며 "난 어쨌든 우리 지역에 유치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뉴타운 확충 공약으로 재미를 봐 당선된 오세훈 서울시장은 정작 "직접 해보니까 다르더라"면서 뉴타운을 추가로 지정하는 것에 극히 부정적인 입장이다.

결국 앞으로 서울의 선거는 이념이나 정책이 아니라 유권자 욕망과의 승부로 전개될지도 모를 일이다. 김호기 교수는 "아마 이런 현상이 한참 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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